헤세 <흐드러진 꽃들>
복숭아꽃 온통 흐드러졌다
꽃이라고 다 열매를 맺지는 않는다
파란 하늘, 흘러가는 구름들 사이로
흐드러진 꽃들이 장밋빛 거품처럼
화사하게 빛난다
생각도 꽃들처럼 피어난다
하루에도 백 번씩 피어난다
피어나라! 그냥 그렇게 흘러가라!
쓸모 따위는 따지지 마라
놀기도 해야 하고
천진난만하게 웃기도 해야 하리니
그다지 쓸모없는 꽃도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의 세상은 좁디좁아져
사는 재미가 없으리라
_ 헤르만 헤세 <흐드러진 꽃들>
그래서? 목표가 뭔데?
목적이 뭐야?
이런 질문을 참 많이 들었다.
나만의 생각은 있었지만,
그때마다 말문이 막히곤 했다.
어차피 묻는 이가 원하는 답은
내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았기 때문일까.
딱히 없기도 하다.
그렇다고 정말 없는 것도 아니다.
막연하지는 않지만,
명확한 답이 꼭 필요할까 싶다.
방향 하나만 제대로 알고 가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적어도 나에겐.
성실할 뿐.
멈추지 않을 뿐.
쓸모의 기준은 참 상대적이다.
누군가에게는 곧 시들어버릴 꽃,
누군가에게는 감동과 위로, 생명.
놀고 웃으며,
무용하게 보이는 것들이
결코 쓸모 없지 않음을 나는 안다.
삶의 균형을 맞추는 여백으로,
어쩌면 그것들은
가장 쓸모 있는 가치들.
내 삶에서
'쓸모 없는 꽃' 같은 시간을
얼마나 허락하고 있는지 돌아본다.
생각도 꽃이라고 말해주는 헤세..
건반 밖 엄마, 서나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