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격려하는 글

별거 아닌 것들이 모여, 결국 별이 된다.

by 서나송




별거 아닌 것들이 쌓여 결국 별거가 되는 것 같다.

연습실에서 늘 반복하던 지루한 손가락 풀기 연습,

하농.

손의 기본자세를 잡고

근육을 푸는 기초 연습이면서도,

음악을 완성하는 데 필요한 모든 테크닉이 담긴 가장 심플한 연습곡.


사람들은 결과만 보지만,

그 결과를 만드는 건 결국 이런 별거 아닌 과정들이다.

소소한 일상을 성실히 살아가는 것이

결국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그렇게 쌓인 시간들이 어느 날 문득 돌아봤을 때

"아, 이게 내 인생이구나." 싶게 만들어준다.


누가 보든 보지 않든 꾸준히 한다는 건 어렵다.

그런데도 계속하고 있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 자체로 내 안에서 진짜 중요한 것이 자라고 있는 게 아닐까.

그 과정이 결국 나만의 결이 되고,

나만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뭔가를 꾸준히 하고 있는데,

이게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길이 보이지 않으면 흔들리기도 하고,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은 순간도 온다.

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

앞이 보이지 않는 길을 가는 건 원래 불안한 거니까.


그런데도 멈추지 않고 계속 걸어간다면,

어쩌면 내 안에 이미 길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직 선명하지 않을 뿐,

걸어가는 동안 조금씩 드러나는 길.


글을 쓰는 일도 그렇다.

목적지가 없다고 해도,

내가 쓰는 순간순간이

나를 어디론가 데려가고 있다고 믿는다.

지금처럼 내 글을 꾸준히 쌓고,

내 목소리를 다듬어가다 보면

어느 순간, 그 길이 내 앞에 또렷하게 펼쳐지겠지.


빨리 뭔가를 이루고 싶고,

당장 결과를 보고 싶고,

멈춰 있는 시간이 아까워 조바심이 날 때가 있다.


하지만 정말 소중한 것들은

기다림을 아는 사람에게만 보인다.

쉼표 없는 음악이 소음이 되듯,

멈춤 없는 삶은 깊이를 잃는다.


급할수록 기다리자.

그때 비로소,

진짜 별이 보인다.




서나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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