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를 사랑으로 바꾸는 연습
질투는 나의 힘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_기형도 <입 속의 검은 > 중에서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는 마지막 구절은 마치 내 마음을 겨냥해 던져진 화살 같았다. 나도 모르게 비교에서 비롯된 질투로 마음이 소란스러울 때가 많다. 다른 사람은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고 있을 텐데, 그 안에서 나만 혼자 허우적거리고 있는 듯한 기분. 내가 있는 곳엔 내가 없고, 스스로를 잃어버린 채 타인의 시선과 평가 속에 갇혀 있었던 시간들. 과연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질투는 종종 우리를 나약하게 만든다. 다른 이들의 모습에서 나의 부족함만 보게 하고, 그 간극을 메우지 못해 스스로를 더 작아지게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질투는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보여주는 강력한 신호일지도 모른다. 내가 부러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내 진짜 열망이 숨어 있을 수도 있다. 질투는 나의 힘이라는 말은 어쩌면, 그 열망을 부정하지 말고 제대로 직면하라는 메시지 아닐까?
그러나 질투와 비교의 감정 속에 너무 깊이 빠져들면, 그 끝에는 공허함만 남는다는 것을 안다. 내가 질투하던 대상은 정작 나에게 아무런 관심도 없었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그 감정은 나 혼자 만든 상상의 무대에서 벌어지는 독백에 불과하다. 그 무대 위에서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하기는커녕, 나를 더 멀리 밀어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아마도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일일 것이다. 부족하고 흔들리는 모습까지도 인정하며, 내 안의 소란을 억누르지 않고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 사랑은 완벽함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함을 끌어안는 태도에서 자라난다.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는 대신, 내가 걸어가고 있는 길과 내 속도를 소중히 여기는 것. 그것이 질투를 넘어서는 첫걸음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감사. 질투가 내게 부족함만 보게 만들 때, 나의 삶에 이미 존재하는 것들로 시선을 돌리는 연습이 필요하다. 작은 것들, 너무 익숙해 소중함을 잊어버린 것들. 나만이 가진 특별한 이야기와 내가 쌓아온 시간을 다시금 떠올려 보는 것이다. 그렇게 나의 자리로 돌아와 마음을 다독이는 순간, 질투는 더 이상 나를 집어삼키는 감정이 아니라 나를 움직이게 하는 힘으로 변화할 수 있을 것이다.
기형도 시인의 시를 다시 펼쳐본다. 시인의 고백은 단순한 탄식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을 향한 깊은 통찰과 반성, 그리고 비록 늦었을지라도 사랑을 배우려는 마음의 기록이다. 나는 그 마음을 이어받아 나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싶다. 질투가 나를 집어삼키지 않도록, 비교 속에서 나를 잃지 않도록, 나를 사랑하는 법을 조금씩 배워가며 살아가기로 다짐해 본다. 내가 걸어온 길과 앞으로 걸어갈 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나의 속도와 방향을 소중히 여기기로. 그리고 언젠가 나 또한 이렇게 짧은 글을 남길 수 있기를.
나의 생은 단 한 번도 완벽하지 않았으나,
나는 그 모든 순간을 사랑하려 애썼노라.
서나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