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이 와도, 사랑은 계속된다

콩나물 시루에 물을 주듯이

by 서나송

콩나물 시루에 물을 주듯이



콩나물시루에 물을 줍니다

물은 그냥 모두 흘러내립니다

퍼부으면 퍼부은 대로

그 자리에서 물은 모두 아래로 빠져 버립니다.

아무리 물을 주어도

콩나물시루는 밑 빠진 독처렴

물 한 방울 고이는 법이 없습니다.


그런데 보세요

콩나물은 어느새 저렇게 자랐습니다

물이 모두 흘러내린 줄만 알았는데,

콩나물은 보이지 않는 사이에 무성하게 자랐습니다

물이 그냥 흘러버린다고

헛수고를 한 것은 아닙니다


아이들은 키우는 것은 콩나물시루에

물을 주는 것과도 같다고 했습니다

아이들은 교육시키는 것은

매일 콩나물에 물을 주는 일과도 같다고 했습니다

아이들을 교육시키는 것은

매일 콩나물에 물을 주는 일과도 같다고 했습니다.

물이 다 흘러내린 줄만 알았는데,

헛수고인 줄만 알았는데,

저렇게 잘 자라고 있어요


물이 한 방울도 남지 않고

모두 다 흘러버린 줄 알았는데

그래도 매일매일 거르지 않고 물을 주면,

콩나물처럼 무럭무럭 자라요.

보이지 않는 사이에 우리 아이가.



이어령 <헌팅턴 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 중








콩나물에게 필요했던 건 그저 '물'.

빛도 아니었다. 토양도 아니었다.

구멍 숭숭 뚫린 통에 콩을 뿌려놓고

까만 봉지로 덮어 빛을 차단한 채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빠져나가는 물을

아까워하지 않고 흠뻑 주기만 하면

흰 뿌리를 내리고, 참 잘 자란다.

콩나물에게 물은 전부다.


아이에게 물은 무엇일까.

아이에게 전부는 무엇일까.

아이를 기르며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하나씩 적어보고,

그중에서 단 하나만 남긴다면,

과연 무엇이 남을까.


나에게는 사랑.

이래도 저래도 결국 사랑.

살리는 길은 사랑이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

상품성 좋은 콩나물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저 콩나물이 되게 하는 것.

콩나물로 자라고 존재하도록 돕는 것.

그것은 물, 그리고 사랑.


어느 날엔 그 사랑이 다 빠져나가는 것만 같더라도,

버려지는 것 같을지라도, 아이는 자란다.

숨쉰다.


자라는 동안 아이가 부모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없다.

물을 받기만 한다고 해서,

그 물을 흘려보낸다고 해서,

주인이 콩나물을 미워하지 않듯,

사랑의 대가를 치르지 않는다고 해서 그 아이를 미워할 수 없다.


살리는 길은 결국 사랑.

짝사랑일지라도, 그저 사랑.


콩나물에게 물이 숨통이라면,

부모에게는 콩나물이 잘 자라는 것이 숨이다.




서나송




*긴긴 방학, 수고하셨습니다. 세상의 모든 부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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