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르시시스트에게서 도망친 임상심리사입니다.
나르시시트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나의 나르시시스트를 관찰했다. 관계에서 가장 문제가 되었던 대화 패턴을 분석했다. 나르시시트와의 대화는 대부분 말도 안 되고, 말로는 안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대화는 이기기 위한 싸움이다. 지는 선택지는 없다. 논리도 맥락도 없다. 무조건 상대를 굴복시키기만 하면 된다. 그래서인지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 하는 말이가 싶을 정도록 말이 안 된다.
이때부터 나는 되도록 모든 대화를 녹음했다. 워낙 사실을 왜곡시켜 무작정 우기기 때문에 나중에 증거가 필요할 때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또 다른 이유는 대화 중에는 말도 안되는 말들에 자꾸 넘어간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성적이고 냉정하게 대화를 해야지 마음먹어도 상식 밖의 비논리는 나의 뇌를 멈추게 했다. 그리고 모든 대화 내용을 다시 들으면서 하나씩 논리적으로 따져봤더니 한 가지 패턴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1단계: 자존심이 상했다.
2단계: 분노 표출 또는 수동 공격.
3단계: 남 탓을 하며 잘못을 지적한다.
4단계: 흑백 논리/논점 흐리기/ 우기기/ 말꼬리 잡기/ 말 자르기.. 등등 이길때 까지
5단계: 그래도 안되면 비난.
분노의 시작은 항상 자존심이다. 자존심 어딘가가 긁혔다. 언제 어디서 무엇으로 때문인지 알 수 없다. 자신이 우월하지 않는다고 느끼는 모든 상황에서 자존심이 상한다. 심지어 그 상대가 연예인이라도 자존심이 상하면 분노한다. 왜냐하면 자기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 없기 때문이다. 응? 자존감이 없다고? 자존감이 높은 게 아니고?라는 의문의 들 수 있지만, 나르시시스트는 스스로 자존감이 높다고 느끼는 것일 뿐 실제로는 자존감이 고장 났다. 당장 누군가를 비난하고 열등한 존재로 만들어 자신의 자존감을 높여야 한다.
대부분 정서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대상이 있다. 그 대상에게 감정적 지원을 해줄 것을 요구한다. 당연히 정중한 요청은 아니다. 바로 분노 할 수도 있지만 수동공격으로 시작하거나 비아냥거리며 싸움을 유발하는 경우도 많다. 수동공격은 자신의 화났음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다. 대답 안 하기. 지연시키기. 화 안 났다고 하면서 무표정으로 있기. 계속 한숨 시기등 다양한 형태로 상대방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그리고 자신의 눈치를 보게 끔 한다.
상대방을 굴복시키고 자신의 우월감을 지키기 위한 나르시시스트의 대화 패턴을 분석하였다. 그리고 하나의 예시로 만들었다.
대화 전 상황 - 나르시시스트는 회사에서 오늘까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 퇴근할 때 직장 상사에게 한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일로 한 소리 하는 직장 상사를 비난한다. 상대방은 나르시시스트의 편을 들어준다. 퇴근할 때 그런 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안 좋겠다는 공감을 한다. 하지만 나르시시스트는 전혀 그 일에 개의치 않는다고 하며 즐겁게 저녁식사를 같이 한다. 상대방은 기분이 풀려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 더 이상 나르시시트의 기분을 살피지 않고 평소처럼 행동한다. 그런데..
상대방: 나 가위 좀 쓸게
나르시시스트:........(대답이 없다.)
상대방 : 왜 대답이 없어? 혹시 기분 안 좋아?
나르시시스트 : 아니 (표정은 안 좋다.)
상대방 : 나 가위 좀 쓸게 (눈치 보며 천천히 가위를 가져간다)
나르시시스트 :...... (대답 없이 가위를 가져가는 손만 가만히 쳐다본다.)
그리고 잠시 뒤에 나르시시스트가 다가와 말을 건다.
나르시시스트: 너는 내가 그렇게 만만해?
상대방 : 갑자기 무슨 말이야?
나르시시스트: 내 거는 막 써도 돼? 다른 사람한테도 그래?
상대방: 뭐가?
나르시시스트: 가위 내 거잖아.
상대방: 막 쓴 게 아니라 아까 물어봤잖아.
나르시시스트: 언제 물어봤어? 없는 말 좀 지어내지 마. 그냥 가져가서 썼잖아.
상대방: 내가 처음에 물어봤을 때 대답이 없었잖아. 그래서 왜 대답 안 하냐고 기분 안 좋냐고 했더니 네가 아니라고 했고 그래서 내가 다시 가위 쓴다고 말하고 가져온 거잖아.
나르시시스트: 아니. 안 물어봤어. 네가 쓴 나고 했지 써도 되냐고 했어?
상대방 : 그게 물어본..
나르시시스트: 그게 어떻게 물어본 거야? 가위 좀 쓸게라고 하고 바로 가져갔잖아! (말 끊고 소리가 커지기 시작한다)
상대방 :...... 그래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쓸게 라는 말이....
나르시시스트: 거봐 안 물어봤잖아. 왜 인정을 안 해? 너 자존심 센 거 알겠는데 그건 자존감 높은 거 아니야. 친구들은 너 이런 모르지? 가식이야? 아니면 나한테만 이러는 거야? 내가 너 좋아한다고 갑질하는 거야?
상대방: 이게 무슨 갑질이야. 알겠어. 안 물어봐서 미안해. (결국 사과를 한다.)
나르시시스트: 왜 안 물어봤어? 내가 쉬워?
상대방: 그런 거 아니야
나르시시스트: 그럼 왜 안 물어봤는데? (아직 우월감을 느끼는 만족하지 않아 계속 물고 늘어진다.)
상대방: 저번에 물어봤을 때 네가 우리 사이에 뭘 물 보냐고 그냥 쓰면 되지라고 했잖아.
나르시시스트: 그렇다고 그냥 써? (고개를 저으면 한심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상대방:..... (혼란스럽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생각을 한다)
여기서 나르시시스트가 원하는 반응 보이면 비난을 멈출 수도 있다. 나르시시트의 분노에 정당성을 부여해 주고 내가 얼마나 잘못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미안한지 나르시시스트에게 용서를 구하면 된다. 하지만 그것도 나르시시스트의 그날의 상태에 따라 그걸로도 만족하지 못하면 상대가 쓰레기가 될 때까지 비난한다.
나르시시스트 : 왜 쓰냐고? 너 거지야? 이거 도둑질이야. 내가 잘해주니까 막 대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솔직히 나처럼 이렇게 잘해주는 사람 없잖아. 리스펙 까지는 아니더라도 존중은 해줘야지. 남들도 나한테 이렇게 까지 안 해. 근데 너는 뭔데 나를 막대해? 너는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가장 하찮고 형평 없는 사람이야.
이런 패턴을 알고 나 후 더이상 사과하고 싶지 않았다. 화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드디어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도망칠 결심을 했다. 그리고 이별을 고했다. 좀 전까지 분노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갑자기 차분한 말투로 나를 설득시키려고 했다. 회유하고 제안했다. 무엇을 제안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어차피 이제 상관없으니 듣지도 않고 거절했다.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니 더한 비난과 욕을 했다. 이내 문을 막고 나가지 못하게 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나는 차분하게 경찰 신고한다고 했다. "완전 쓰레기네, 꺼져!"라고 하면서 막고 있던 문을 열어줬다. 그렇게 내가 쓰레기가 되어서야 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근데 그거 자기소개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