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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외과 이야기 ICU:삶과 죽음의 문턱에 서서...

지구에서 가장 행복한 의사(11)

by 김정훈
지구에서 가장 행복한 의사 : 열 한 번째 이야기 - PK 실습 - 신경외과 이야기(1)
이 글은 당시 의대생 입장에서 충분한 의학지식 없이 보고 느낀 그대로 적은 일기입니다. 의학적인 판단이나 논쟁 없이 그대로 읽으시면 좋겠습니다. 다시 그때의 일기를 보며 그 시절 그 마음을 되새겨 보는 아침입니다.


신경외과 이야기 I.C.U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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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외과는 병원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곳이다. 뇌혈관이 터지거나 막히고 뇌에 종양이 생긴 것을 제거하기도 하고... 척수손상으로 하반신 또는 목 이하의 전신마비가 될 환자들을 치료하는 곳이니.... 의사의 손에 삶과 죽음의 경계선이 왔다 갔다 한다.


수술 후에 환자는 중환자실로 옮겨지는데 예전엔 중환자실이라 불렸지만 지금은 좀 더 근사하게 집중치료실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Full name은 Intensive Care Unit!


하지만 지난번 신경외과 I.C.U를 돌면서 나름대로 새로운 정의를 내리게 되었다. I.C.U는 말 그대로 I see you! "내가 지금 당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말이기도 한 것 같다.

잠시라도 눈을 떼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환자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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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나는 당신을 이해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당신은 의식이 없고 생사의 갈림길에 서있고 나는 그런 당신을 돌보아야 하는데 그렇지만 같은 사람으로서 당신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한다는 말이 될 수도 있다.


우리 병원 신경외과는 훌륭한 교수님들이 많은 정말 자랑스러운 과 중에 하나다. 교수님들의 업적과 실력으로는 전국 어디에 내어 놓아도 손색이 없다. 그래서인지 환자가 무척 많다. 수술도 참 많이 하고... 아주 어려운 환자도 많아서 I.C.U가 언제나 가득 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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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공의 선생님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현실의 한계와 빗나간 의료정책으로 인하여 이렇듯 훌륭한 교수님들의 수고에도 불구하고 전공의 선생님들이 태부족하다. 3년 차 선생님이 혼자서 I.C.U를 지키시는데 물리적으로도 시간이 부족하여 제대로 I see you! 하는 일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지금 의식이 없는 여러 환자분들이 멍하니 눈에 초점이 없는 채로 I.C.U 천장을 바라보고 있다. 몇몇 분들 채혈을 하면서 눈을 맞추어 보았다.

알아보지 못하시겠지...

하지만 그들의 검은 눈동자에 허연 병원 천정보다는 내 얼굴이 맺히는 것이 조금이나마 예후를 좋게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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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을까?

기도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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