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몸과 마음, 따로 또 같이 (3)
"몸이 아프면 살고 싶고, 마음이 아프면 죽고 싶다."
1부. 몸과 마음, 따로 또 같이
왜 누군가는 힘들어도 살고 싶고, 누군가는 죽고 싶을까?
한 평생 병원을 제대로 가 본적이 없다가 대장암이 자라다 못해 터져서 복막염이 되어서야 병원을 찾은 안강농부. 온몸에 번진 암세포를 가지고도 살고 싶어 했던 그 모습.
불면, 불안, 만성통증, 만성피로... 수없는 증상에 시달리며 서울에 있는 큰 병원까지 오가며 치료를 받았지만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은 도시의 여성 환자. 분명히 살아 있지만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얼굴.
너무나도 대비되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과연 고통의 본질이 무엇인지 생각해 봅니다.
한 분은 극심한 육체적 고통 속에서도 건강한 마음을 유지합니다. 그는 가쁜 숨을 몰아 쉬며 끝까지 삶을 붙잡으려 합니다.
다른 한 분은 외형상 죽을 병이 전혀 아니지만 마음이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그녀는 삶을 포기하고 싶다 말합니다.
이 두 환자분들을 보면서 중요한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무엇이 사람을 살게 하고, 무엇이 사람을 죽게 하는가?
흔히, 신체적 고통이 가장 견디기 어려울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고나 뇌졸중 등으로 신체의 일부를 쓸 수 없게 된 심각한 상황이라 해도 그 사람의 행복도는 1년 정도만 지나면 원래 상태의 90% 정도까지 되돌아갑니다. 한 쪽 팔과 다리가 마비되어도 원래의 행복지수가 10점 만점에 8이었다면 1년 만 지나면 7점 가까이로 되돌아 간다는 뜻입니다.
반면, 팔다리가 다 멀쩡하고 둘째 손가락에 관절염이 있어서 온 사람이 원래 행복도가 10점 만점에 3점 정도라면 편마비가 있는 사람이 훨씬 더 행복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이것은 고통이란 것이 몸이 얼마나 불편한가 뿐 아니라 또다른 무언가와 깊이 연관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 만성통증과 난치병을 치료하는 현장에서는 바로 이 '또다른 무언가'를 얼마나 잘 살피는가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히려 신체적 고통은 사람이 '살고자 하는 의지'를 더욱 강하게 자극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재발율을 5%만 더 낮출 수 있다면 손발이 시리고 밥도 잘 못먹고 머리카락도 빠지는 그 힘든 항암부작용을 겪으면서도 항암치료를 6개월 간 견뎌내는 것입니다. 그렇게 통증에 민감하고 용기가 없는 분이라도 이 치료가 꼭 필요하다고 믿으면 어떻게 해서든 그 힘든 시간을 이겨냅니다.
반면, 마음의 고통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에 더 오래, 더 깊게 사람을 갉아먹습니다. 마음이 무너지면, 그 사람은 '사라지고 싶다', '이제는 그만하고 싶다.'는 유혹에 쉽게 빠지게 됩니다. 문제는 이렇게 고통의 바다에 빠져버린 마음이 자신의 '진짜 마음'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마음의 종류가 세 가지나 있고 그 중에는 진짜인 척 하는 '가짜 마음'도 있습니다. 마음의 실체를 모르고 그저 고통의 바다에 빠져 헤매다 보면 어디로 흘러가는지도 모르고 삶이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맙니다. 이 글을 통해 고통의 바다에 있는 분들이 '진짜 마음'에 닻을 내리고 안전하고 평화로운 항해를 하시기를 소망합니다.
다음 시간에는 다양한 마음의 종류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