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구를 반영한 새로운 진단기준
고혈압의 기준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것처럼 고지혈증의 정상범위도 점점 낮아져 왔습니다.
지금까지의 기준이 실생활을 향상시키기는 커녕 약은 많이 먹는데도 불구하고 사망률도 줄지 않고 비만, 당뇨 등의 환자도 계속 늘어나고만 있다면 뭔가 새로운 기준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저는 이 분야만 장기적으로 연구한 학자는 아니지만 기능의학적 관점과 새로운 연구결과들을 반영한 새로운 고지혈증 진단 기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총콜레스테롤 280을 기준으로 본 때도 있었습니다.
현재는 아래 보시는 것처럼 200이하가 적절하고 200이 넘으면 경계, 240이 넘으면 높다고 보고 약물치료를 권합니다. 10년 전 제가 뇌졸중 환자들을 치료할 때 이 기준으로 치료를 했었습니다. 뇌졸중 환자들은 위험도가 높아서 160이하로 낮추기 위해 고지혈증약을 썼었습니다.
그리고 중요하게 취급하는 항목도 변화해 왔습니다.
최근에는 총콜레스테롤 보다는 LDL이 나쁜 놈이라고 규정하고 LDL을 기준으로 100이하가 적절하다고 봅니다. 130 넘으면 경계, 160 넘으면 약물치료를 권하고 있습니다. 위험요인이 얼마나 많은가에 따라서 초고위험군은 70이하로 낮추기 위해 고지혈증약을 쓰기도 합니다.
중성지방은 150이하, HDL 콜레스테롤은 40~60을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LDL을 낮추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다른 수치들은 어떻더라도 LDL이 높으면 문제라는 거죠.
위험요인이 없다면 160이하, 위험요인이 많을수록 더 기준이 낮아지는데 초고위험군(뇌졸중이나 심근경색이 있었던 환자)은 70만 넘어도 고지혈증약을 쓰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그냥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LDL을 약을 먹어서라도 낮출 수 있을만큼 최대한 낮추라는 소리죠.
그런데 LDL이 70이하라면 총콜레스테롤은 약 120~130 수준이 되는데 이 정도면 사람이 기력이 굉장히 떨어집니다.
위험도에 따라서 LDL 을 어느 정도까지 낮춰야 하는지 제시하는 치료지침입니다.
초고위험군은 처음부터 생활습관 교정과 고지혈증약 복용을 고려하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 외에 모든 환자들은 처음에는 고지혈증약을 복용하는 것보다 생활습관을 교정하라고 되어 있습니다.
생활습관 교정은 한마디로 음식, 운동, 스트레스 관리 와 같은 일상생활에서 고지혈증에 영향을 줄 만한 것들을 바꿔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생활습관 교정을 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습관을 바꾼다는 것은 어쩌면 인생을 바꾸는 정도의 의지가 있어야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고지혈증은 증상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체로는 그 정도로 단단히 마음 먹는 분들이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제가 "음식을 바꿔라, 운동을 해라, 술을 먹지 말고 담배 피지 말아라, 스트레스를 줄여라" 등등의 말을 해도 바꾸기가 어렵습니다.
술먹지 않으면 무슨 낙으로 사냐,
음식은 맨날 사먹는데 야채를 어떻게 챙겨 먹느냐,
다들 야채를 잘 안먹으려 하는데 나 혼자 챙겨 먹는 게 쉽지 않다,
운동할 시간이 없다,
스트레스 받고 싶은 사람이 어딨냐,
직장생활, 학교생활 모두 힘든 거 당연한 것 아니냐...
이런 끝도 없는 말이 되돌아 옵니다.
한 달간 생활습관을 바꾸고 다시 검사를 해봐야 하는데 한 달간 이렇게 생활습관을 바꾸고 오는 사람은 열 명에 한 명이 될까 말까 합니다.
그러니 의사도 입 아프게 잔소리 하는 것 보다 고지혈증약을 처방하는 것이 빠르고 쉽죠.
결국 의사도 환자도 쉽고 빠른 대책으로 고지혈증약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건강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 약을 먹지 않고 고지혈증을 관리할 수 없느냐는 문의를 부쩍 많이 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생활습관을 고쳐 보고 싶은 분들이 차츰 늘어나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병원에서는 총콜레스테롤이나 LDL이 높으면 바로 고지혈증약만 처방하던 것이 오래된 일이기도 하고 고지혈증약의 신통치 않은 치료 결과와 고지혈증 관리에 대한 새로운 제안들을 유심히 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새로운 콜레스테롤 목표 수준
그래서 2019년 관동의대에서 실시한 한국인의 총콜레스테롤 수치와 사망률과의 상관관계를 참고하여 새로운 진단기준과 치료지침을 제안해 봅니다.
전반적으로는 210~249 정도의 총콜레스테롤 수치를 보이는 사람들이 가장 사망률이 낮았습니다.
총콜레스테롤을 기준으로 한다면 연령별, 성별 기준치가 다르게 적용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나이가 어릴수록 적정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았고 여성이 남성보다 좀 더 콜레스테롤이 낮은 것이 총사망률을 낮추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중년 이후 혈관건강을 걱정하는 대부분의 고지혈증 환자들은 남녀 구분없이 210~249 구간이 가장 사망률이 낮았습니다.
혈관건강에 직접 영향을 주는 위험한 고지혈증을 확인하는 다양한 방법
인슐린 저항성과 염증
2019년 LDL 낮춰도 사망률의 변화가 별로 없었다는 미국의 29개 연구결과와 인슐린저항성, 만성염증이 동맥경화를 일으키고 사망률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를 참고하여 아래와 같은 새로운 참고자료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인슐린은 공복 기준 9이상 이면 인슐린 저항성이 높다고 보고 당화혈색소(HbA1c)는 5.7 이상이면 전당뇨, 6.5 이상이면 진짜 당뇨로 진행한 것입니다. hsCRP는 만성 염증을 나타내는 지표인데 검사기관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대체로 0.03이상이면 문제가 있는 것으로 봅니다.
작은 LDL 의 비율과 전체 LDL의 크기
모든 LDL이 다 나쁜 것이 아니라 크기가 작고 조밀한 LDL이 많을 때 심혈관질환 위험성이 커진다는 것을 기준으로 아래와 같은 새로운 진단기준을 제안합니다.
LDL의 평균 크기는 0.268 이하로 작거나, LDL의 구성비율로 봤을 때 작은 LDL(sdLDL)이 우세한 경우 심혈관질환 위험이 크다고 봅니다.
오메가 6/3 비율
지방이 무조건 다 나쁜 것이 아니라 오메가3와 6의 적절한 비율이 중요하고 오메가 6가 많은 튀김류와 GMO 곡물을 먹고 나쁜 환경에서 밀실 사육을 하는 동물성 지방이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을 기준으로 하여 아래와 같은 참고자료를 제시합니다.
오메가 6/3 비율이 4이상이면 심혈관질환 위험이 크고 이상적이기는 2이하로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2~4 사이라면 조금 더 좋은 지방을 섭취하고 튀김이나 식용유가 든 나쁜 지방을 멀리할 것을 권합니다.
지금까지 알려 드린 내용들은 전통적인 고지혈증 검사에 포함되지 않는 내용들입니다. 그래서 기능의학 치료를 하는 병원에서 상담 후에 진행하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잔여 콜레스테롤 측정
잔여 콜레스테롤이란?
콜레스테롤 중에 제일 큰 것이 유미미립(Chylomicron)이고 그 다음부터가 크기 순으로 VLDL, 잔여 유미미립, IDL, LDL, HDL 로 나뉩니다. 이 중에서 잔여콜레스테롤은 총콜레스테롤에서 HDL과 LDL을 뺀 숫자로 확인합니다. 대체로 VLDL과 IDL, 잔여 유미미립 으로 구성되는데 이것이 LDL보다 훨씬 심혈관질환에 위험하다는 겁니다.
잔여콜레스테롤이 LDL보다 더 강력하게 심혈관질환을 예측한다고 최근에 많이 연구되고 있는 분야입니다.
단순히 콜레스테롤 뿐 아니라 몸 안의 염증상태를 반영하기 때문에 더 좋은 지표가 된다는 것입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시면 다양한 참고자료가 나옵니다.)
Remnant cholesterol - Wikipedia
각각의 잔여 콜레스테롤 수준에 따라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나누고 있으며 잔여 콜레스테롤이 42.5가 넘으면 매우 위험한 것으로 평가 합니다.
중성지방과 HDL비율, 총콜레스테롤과 HDL 비율, 아포지단백 비율
검사비용이 부담이 되시는 분들은 전통적인 혈액검사로도 아래와 같이 비례식을 이용하여 중성지방과 HDL비율, 총콜레스테롤과 HDL 비율 등을 기준으로 대사증후군과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콜레스테롤을 운반하는 아포지단백 비율(ApoB/A1)은 가장 정밀하고 민감한 심혈관질환의 지표입니다.
이것은 일반 혈액검사에서는 잘 하지 않지만 고지혈증과 위험요소가 많은 분이라면 반드시 확인해 보셔야 할 지표입니다.
전통적인 기준으로 제시해 왔던 총콜레스테롤과 LDL 콜레스테롤은 상향 조정되고 LDL 콜레스테롤의 크기와 인슐린 저항성, 오메가 3와 6의 비율, HDL과 중성지방, HDL과 총콜레스테롤의 비율 등을 감안하여 전체적인 심혈관질환과 사망 위험이 높아지는지를 확인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