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칠집중수행 6일차
오늘도 각 조별로 수행 인터뷰.
아주 간략히, 어제의 경험을 말씀드렸다. 스님께서는 내 얘기를 듣고, 누구에게나 재복이든 무슨 복이든 없는 게 아니다, 다만 때가 있는 것이고 끝이 좋으면 다 좋은 것이니 걱정 말라하셨다. 희망은 자신이 갖는 것이니, 좌절하지 않으면 된다고도 하셨다. 백일기도도 추천하셨고, 기도책도 한 권 선물해 주셨다.
나도 모르게, 곧 다시 이곳에 일주일보다 더 길게 오겠다고 약속드렸다.
"어느 유명한 고승이 칼을 든 도둑을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도둑은 칼을 꺼내, 스님을 위협하며 말했습니다.
스님께서는 모든 게 다 마음에 달렸다고 하시는데, 그럼 스님의 가슴을 갈라 그 마음을 보아야겠습니다.
그러자 그 고승은 말했습니다.
"벚꽃가지를 잘라봐도 그 안에는 벚꽃이 없다.
하지만 때가 되면, 수많은 벚꽃이 그 가지에서 피어난다."
다, 자신의 시기와 때가 있습니다.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호랑이를 그리고 싶어 하면 고양이라도 그리게 됩니다.
고양이를 그리고 싶어 하면 쥐라도 그리게 됩니다.
그러니 원대한 꿈을 먼저 가져야 합니다.
불교는 행복의 가르침에 관한 것입니다. 고통의 소멸, 행복에 관한 것입니다.
그러려면 언어를 잘 쓰면 됩니다. 그러면 그 말대로 됩니다."
먹고, 자고, 씻는 시간 이외 시간은 모두 나 자신을 돌아보고 나 자신과 대화하는 데 썼다. 내 인생에 이렇게 온전히 나 홀로 자신을 마주한 적이 있었던가.
4-5살 때쯤 나의 첫 기억, 첫 자각과 인지의 기억부터 바로 오늘 이 순간까지, 내 인생을 뒤흔들었던 사건들과 그에 상응하는 나의 변화들, 내 감정과 관점들이 어떤 식으로 세팅되었는지 점검해 보는 시간이었다. 내 마음의 가장 어두운 부분부터 밝은 곳까지 모두 들여다보는 시간이었다.
세상과 단절한, 이런 고독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아니면 매일 습관대로 떠밀려 바쁘게만 살았을 것이다. 가속페달만 밟아온 나 자신을 스스로 멈추긴 힘들었을 것이다.
내 인생을 책으로 펴낸다면, 지금은 아마도 Chapter 6으로 넘어가는 단계일 것이다. 어쩌면 지금부터가 내 인생 제대로 살아보는 때구나 싶다. 내 이름, 내 본모습대로, 어디에 속한 어떤 직위가 아니라 내 이름, 내 생각, 내 의견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나의 전 직장, 직함 이제는 나와는 아무 상관없다. Not my business!
나는 내 인생 다음 장으로 넘어간다.
매우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인생을 돌이켜 정리해 보니, 작별인사도 깔끔히 할 수 있다.
스님 말씀처럼, 나에게는 나만의 벚꽃 피는 시기가 오겠지.
지금은 낙엽이 되어 땅으로 떨어져야 할 때. 겨울의 마른가 지인 채로 한겨울 지나고 나면, 또 꽃도 피고 잎도 나는 시기가 오겠지. 그 모습은 이전과 달라질지라도.
그러니 나 자신에게 너그럽게, 조급해할 필요 없다.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은 무조건 멈춘다. 그것이 얼어붙을 정도로 추운 한겨울을 견디는 법.
비교적 편안하고 한결 가볍게.
이제까지 명상한 날 중에 가장 마음이 가벼운 날이었다.
그렇게 6일째 날이 저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