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있었으면

by 괜찮지않은사람

매일 아침 눈을 뜨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뭘 해내야만 하고, 뭘 이뤄야만 하고, 멈추지 말고 계속 나아가야 한다는 압박. 쉬는 날에도 머릿속은 쉴 틈이 없다. ‘이러고 있어도 되는 걸까?’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질문이 끊임없이 떠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허락되지 않는 세상. 그래서 하루쯤은, 정말 하루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란다. 죄책감 없이 쉬어도 되는 날. 노력하지 않아도 누군가 나를 탓하지 않는 날. 존재만으로 충분하다고 말해주는 하루가 있었으면.

요즘은 ‘열심히’라는 말이 무겁게 느껴진다. 누구는 ‘열심히만 하면 된다’고 말하지만, 정작 열심히 산다고 해서 모두가 같은 보상을 받지는 않는다. 열심히 해도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걸 알고부터는 그 말조차 상처처럼 들린다. 나보다 덜 노력한 사람이 더 잘나가고, 더 많은 걸 가진 걸 보면 ‘열심히’라는 기준이 얼마나 허상일 수 있는지 깨닫게 된다. 그런데도 우리는 계속해서 채찍질을 당한다. 너 자신을 갈아야 성공할 수 있다고. 포기하지 말고 계속 나아가라고. 마치 멈추는 순간 인생이 끝날 것처럼 겁을 주는 세상 안에서 숨을 쉰다.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게으른 걸까, 아니면 너무 지쳐 있는 걸까. 아무리 잠을 자도 피로가 풀리지 않고, 아무리 먹어도 공허함이 채워지지 않을 때, 나는 내가 ‘노력’이라는 단어에 짓눌려 살고 있음을 깨닫는다. 언제부턴가 ‘쉬면 안 되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다. 하루라도 빈틈이 생기면 무너질 것 같고, 잠시 멈췄다간 영영 낙오할 것 같아서, 오늘도 무리해서 나를 끌고 간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불안하고, 더 외로워진다. 더는 이 방식이 맞는 걸까.

진심으로 바라는 건 단순하다. 누구도 나에게 ‘왜’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는 하루. 아무 이유 없이 쉬는 걸 용납해주는 하루. 달력에 동그라미 쳐놓은 휴일이 아니라, 마음이 원하는 날에 마음대로 멈출 수 있는 자유. 누군가는 그게 사치라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모든 사람은 쉬어야만 다시 걸을 수 있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감정이 있고, 체력이 있고, 한계가 있는 존재다. 무한히 돌아가는 톱니바퀴처럼 살기를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날은 그런 삶을 회복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내가 잘하고 있는지, 뒤처지고 있는 건 아닌지, 다른 사람보다 부족한 건 아닌지 끊임없이 비교하게 되는 시대다. 그러다 보니 하루를 보내는 것만으로도 자책하게 된다. 뭔가를 성취하지 않으면 존재 가치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삶은 성취의 연속이 아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날도, 조용히 흘러간 시간도 삶의 일부다. 노력하지 않아도, 오늘을 통과한 것만으로 충분히 의미 있다. 누구나 그런 하루를 보낼 자격이 있다.

그래서 바란다. 모든 날이 전쟁터 같지 않기를. 하루쯤은, 아니 한 달에 한 번쯤은 그런 날이 있기를. 일어나자마자 ‘오늘은 아무것도 안 해도 돼’라고 안심할 수 있는 날. 그게 꼭 휴가일 필요도 없다. 그냥 숨을 좀 길게 내쉬고, 걷고,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다가, 따뜻한 차를 한 잔 마시며 ‘괜찮아’라고 말할 수 있는 날이면 된다. 세상이 안 해주면, 나라도 그런 하루를 만들어줘야 한다. 나를 살아 있게 하기 위해서.

오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하나다.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하루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당신은 지쳐 있는 거다. 그건 게으른 게 아니라, 인간적인 거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기 때문에, 잠시 쉬어야 하는 거다. 그러니 오늘만큼은 괜찮다고 말해주자. 오늘은 그냥 존재하는 하루,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하루라고. 그런 하루가 우리를 다시 살아가게 한다. 노력하지 않아도, 당신은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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