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출근하고, 일하고, 밥 먹고, 퇴근하고, 누워서 휴대폰만 보다가 잠드는 하루. 그렇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날이 모여 어느덧 몇 달, 몇 년이 되어버렸다. 돌이켜봐도 특별한 기억이 없다. ‘사는 게 뭔지’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도 없이, 단지 굴러가는 일상에 나를 던져 넣고는 오늘도 그럭저럭 버텼다. 누구에게도 자랑할 수 없는 하루지만, 나는 그 하루를 살아낸 사람이다. 아무 의미 없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는, 그 하루도 결국 나였기 때문이다.
어렸을 땐 당연히 삶에는 큰 의미가 있을 줄 알았다. 누군가는 유명한 사람이 될 것이고, 누군가는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렴풋이 나도 그중 하나가 되길 바랐다. 하지만 살아보니, 대단한 사람보다는 그냥 살아남는 사람이 되기도 어렵다. 대부분의 날은 평범하고, 많은 순간은 지루하다. 가끔은 숨만 쉬는 것도 버거울 만큼 무력하고,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날들 속에서 ‘내가 여기 왜 있는 걸까’라는 의문만 커진다. 그럴 때, 나는 나에게 이렇게 말한다.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있는 것 자체가 의미일지도 몰라.”
우리는 의미 있는 삶을 강요당한다. 누군가는 성공이, 누군가는 영향력이, 누군가는 성취가 삶의 의미라고 말한다. 그런데 정말 그게 전부일까?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해야만 하는 걸까?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 그냥 숨만 쉬며 시간을 흘려보내는 날은 의미 없다고 말해도 되는 걸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무리 작고 보잘것없는 하루라도, 그 안에 내가 있었다면, 그건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다.
어쩌면 의미는 나중에야 알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은 쓸모없어 보이는 기억이 시간이 지나면 내게 말을 걸어오고, 지금은 낭비처럼 느껴졌던 순간이 나를 지켜준 시간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무의미하다고 느꼈던 시간들이 나를 만든다. 그 시간 덕분에 나는 지금 여기 있고, 여전히 삶을 붙잡고 있다. 어떤 의미는 나중에야 조용히 드러난다. 그러니 당장은 무의미하더라도 괜찮다. 그냥 하루를 통과하는 것도 충분하다.
사람들은 말한다. ‘그래도 너만의 의미를 찾아야 해’라고. 하지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의미는 애써 찾아야 하는 게 아니라, 흘러가는 삶 속에 가끔씩 발견되는 것이라고. 우리가 꼭 뭔가가 되어야만 의미가 있는 건 아니다. 그냥 존재하는 것도, 그냥 하루를 보내는 것도 누군가에겐 큰 일이다. 특히 지금처럼 모든 게 빠르게 돌아가는 시대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존재하기만 해도 충분히 위대한 일이다.
나도 안다. 무기력하다는 게 무언지. 아무 의욕도 없고,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고, 그냥 누워만 있고 싶을 때. 그게 게으름인지, 우울인지조차 모르겠는 상태에서 ‘내가 이래도 되는 사람인가’ 자책하게 되는 마음.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기억해야 한다. 무의미한 하루도 결국 나를 살아 있게 해주는 시간이었다는 걸.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고, 특별한 목적 없이 살아도 괜찮다. 중요한 건 살아 있다는 것, 여전히 삶 안에 내가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오늘이 별거 없어 보여도 너무 실망하지 말자. SNS에 올릴 만한 일이 없다고 해서, 대단한 성취가 없다고 해서, 삶이 무가치한 건 아니다. 때로는 아무 일도 없는 날들이 가장 안전한 날이기도 하니까. 오늘 하루, 그저 아무 탈 없이 지나간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다.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고, 눈부시지 않아도 괜찮다. 조용히 흘러간 하루도 나를 지키고, 나를 만든다. 무의미해 보였던 순간들이 쌓여 결국 하나의 인생이 된다. 그러니, 오늘 하루도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