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음과 웃음이 하루에 함께 오는 날

by 괜찮지않은사람

하루가 꼭 한 가지 감정만으로 채워져야 한다는 법은 없다. 아침에는 하염없이 울다가, 저녁에는 뜬금없이 웃을 수 있는 게 사람이다. 울음은 무너짐을 의미하지 않고, 웃음은 회복을 완벽히 증명하지 않는다. 그저 마음이 하루에도 수십 번 모양을 바꾸고, 그 흐름에 따라 표정과 몸짓이 달라질 뿐이다. 오히려 울음과 웃음이 한날한시에 공존할 때, 나는 내가 살아있음을 확실하게 느낀다. 한쪽만 있는 감정은 평면적이지만, 양쪽이 섞이면 입체적인 하루가 된다.

눈물이 먼저 찾아오는 날은 대부분 예고 없이 시작된다. 평소 같으면 별것 아니었을 한마디가 마음속 얇은 유리를 깨고 들어와, 그 안에 눌러둔 서러움을 터뜨린다. 그때의 울음은 눈앞의 일 때문이 아니라, 그동안 쌓아놓은 것들이 한꺼번에 무너져서 나온다. 감정을 참으며 살아온 시간이 길수록 그 무너짐은 더욱 깊고 오래간다. 하지만 그 깊이가 깊을수록, 다시 올라올 때 더 단단해진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렇게 울어버린 뒤에는 웃음이 가까운 곳에 대기하고 있는 듯 다가온다.

웃음은 반드시 기쁨에서만 오는 게 아니다. 허무해서, 포기해서, 혹은 그냥 어이가 없어서 웃을 때도 있다. 그 웃음은 종종 울음보다 더 날것 같고, 솔직하다. 눈물이 무너뜨린 마음의 벽 사이로 바람이 들어오고, 그 바람이 뜻밖의 가벼움을 준다. 그 순간, 나는 깨닫는다. 오늘 하루가 울음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걸.

사람들은 울다가 웃으면 ‘실성했다’고 농담처럼 말하지만, 나는 그게야말로 인간적인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은 흑백처럼 단정하게 나뉘지 않는다. 감정은 늘 뒤섞이고, 경계가 흐릿하다. 그래서 울음과 웃음이 같은 날에 존재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한쪽만 있는 날이 더 낯설다.

내가 이 울음과 웃음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건, 아직 나 자신을 완전히 잃지 않았다는 증거다. 무기력에 완전히 잠식되면 울 힘도, 웃을 힘도 사라진다. 하지만 오늘 나는 울었고, 웃었다. 그건 여전히 나를 움직이게 하는 무언가가 내 안에 남아 있다는 뜻이다.

이런 날이 반복될수록 나는 조금씩 단단해진다. 울음이 약해지는 게 아니라, 울음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웃음이 늘어나는 게 아니라, 웃음의 이유를 더 다양하게 찾게 된다. 슬픔과 기쁨이 서로의 빈틈을 채우며, 내 하루를 더 풍성하게 만든다. 그래서 이제는 울다가 웃는 나를 이상하게 바라보지 않는다. 오히려 그날을 기록하고, 오래 기억하려 한다.

하루가 끝나기 전, 나는 종종 이렇게 생각한다. ‘오늘은 참 인간적으로 살았다.’ 울음으로 무너지고, 웃음으로 숨 쉬고, 그 둘이 섞여서 오늘이라는 하루를 완성했다. 내일은 어떤 감정이 먼저 찾아올지 모르지만, 어떤 순서로 오든 상관없다. 나는 이미 알게 됐다. 울음과 웃음이 함께 있는 하루가야말로 가장 나다운 하루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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