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아온 눈물이 무너진 하루

by 괜찮지않은사람

익숙하게 버티는 법만 배우며 살아왔다. 조금 힘들면 참아야 한다고, 견디면 언젠가 나아질 거라고 스스로 세뇌하듯 반복했다. 누구도 내게 “그만해도 돼”라는 말을 해준 적 없었고, 나 역시 그런 말을 기대하지 않았다. 감정은 늘 미뤄뒀다. 해야 할 일, 지켜야 할 자리, 남들이 바라는 모습이 나를 꽉 채웠다. 그래서 울어야 할 때 울지 못했고, 화가 날 때도 웃어야 했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인 감정의 먼지가 어느 날, 예고 없이 무너졌다. 눈물은 조용히 시작했지만 멈출 줄 몰랐다. 그 순간 알았다. 나는 단단한 사람이 아니라, 너무 오래 무시된 사람이었다는 걸.

버텨낸 시간은 나를 강하게 만들었다고 믿었는데, 실상은 나를 점점 부서지게 만들고 있었다. 남들 앞에서 웃는 얼굴로 서 있으면서, 속으로는 매일 조금씩 무너졌다. 그 무너짐이 하루아침에 폭발하는 건, 결코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 오래 미뤄왔기 때문에, 마지막 한 방울의 무게에도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날이 찾아왔다. 이유도, 계기도, 명분도 필요 없었다. 단지 내 마음이 한계에 도달했을 뿐이었다.

눈물 앞에서 나는 변명할 수 없었다. 잘하고 싶었지만 잘할 수 없었고, 강해지고 싶었지만 강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더는 버틸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무너지는 건 부끄럽지 않았다. 부끄러운 건, 그동안 나를 무너뜨린 환경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나였다. 나는 언제나 ‘조금만 더’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조금만 더 참으면, 조금만 더 노력하면, 조금만 더 버티면, 나아질 거라고. 하지만 그 ‘조금’이 끝없이 이어졌고, 결국 내 마음을 지워버렸다.

사람들은 무너짐을 약함으로 본다. 하지만 무너짐이야말로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였다. 아무렇지 않은 척 웃을 때보다, 참았던 눈물이 쏟아질 때 비로소 내가 느껴졌다. 그동안 잃어버린 건 시간이 아니라 나였다. 내 감정, 내 목소리, 내 자리. 모든 걸 뒤로 밀어두고 살아온 결과였다. 그래서 울음은 비참함이 아니라, 복구였다. 나를 다시 데려오는 과정이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달라졌다. 무너지는 걸 겁내지 않게 됐다. 울고 나면 허무할 거라는 두려움 대신, 울어야만 다음을 살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내가 살아가는 이유는 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지키기 위해서라는 걸 깨달았다. 이제는 눈물이 쏟아질 때, 참지 않는다. 그것이 내가 나를 버리지 않는 방식이니까.

그래서 오늘도 다짐한다. 더 이상 참아온 눈물로 나를 억누르지 않겠다고. 버티는 게 능력이라면, 무너지는 건 용기다. 나는 그 용기를 가졌다. 그리고 그 용기로, 다시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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