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둥대고 있지만 나아가지 못하는 기분에 잠식되어 있다면
저는 운동을 하며 왜 그렇게 울었을까요?
살아가는 대부분의 날들이 버거웠습니다.
겉보기에는 크게 나쁠 것 없는 삶이었는데 이상하게 제 안에는 삶에 대한 불안과 불만이 쌓여갔어요.
어쩌다 보니 직장인이 되어 열심히 자기계발하고 스스로를 먹여 살리는 평범한 일상이었는데요, 지금보다 나아지고 싶다는 생각이 항상 저를 지배했어요.
그런데 원하는 삶이 정확히 뭔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뭘 해야 하는지는 더더욱 모르겠더라고요.
내가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 해야만 하는 것, 어느 것 하나 분명하게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퇴근 후의 시간이 불안하고 공허했어요.
외국어 공부도 해보고, 직무 관련 강의를 듣고, 책도 많이 읽어봤지만 깊은 만족감이나 성취감을 얻기 힘들었고, 뚜렷한 목표도 없으니 오래 지속하지 못했습니다.
열심히 버둥거리지만 삶이 달라지는 것 같지 않다는 절망감을 지속적으로 느껴야 했던 무력한 날들이었어요.
그런데 그 절망과 무력감 속에서도 제가 꾸역꾸역 지속하던 단 한 가지 일이 있었습니다. 바로 운동이요.
사회 초년생 때 매일 퇴사만 고민하고 아침에 울며 출근하던 때도,
첫 직장을 무작정 퇴사한 후 뭘 하고 살아야 할지 고민하던 때도,
새로운 회사에서 이것저것 시도하다 완전히 지쳐 나가떨어졌을 때도,
저는 그게 무슨 운동이든 항상 일주일에 2번은 꼬박꼬박 지속하고 있었던 겁니다.
사실 처음엔 남들처럼 최소한의 건강을 지키려고, 해야 할 것 같아서 반 강제적으로 시작했고 몇 년 동안은 그저 일주일에 2번 해내야 하는 저녁 루틴이었어요.
그런데 이대로는 도저히 인생에 답이 없을 것 같은 위기감이 숨이 턱 막힐 정도로 크게 느껴지기 시작했을 때, 그때가 바로 제가 운동에 깊게 빠지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요가원으로, PT센터로 도망쳤어요. 일종의 현실도피였죠.
운동하는 순간만큼은 어떤 고민과 걱정도 하지 않을 수 있었거든요.
일종의 몸으로 하는 명상이라고 할까요?
가쁜 숨을 견뎌내며 한 시간 동안 개운하게 머리를 비워내고 나면, 부정적인 생각과 비관에서 한 발짝 떨어져 건강한 생각으로 다시 채울 틈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생각지 못하던 놀라운 순간을 마주하게 되었어요.
엄청 크게 느껴지던 상사 스트레스를 별 일 아닌 걸로 털어낼 수 있게 되고,
운동 중에 건넨 코치의 조건이 뼈가 되어 내 인생을 곰곰이 돌아보고,
무게를 조금 늘린 게 그렇게 뿌듯해서 뭐든 더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좋은 자신감이 차오르는 그런 순간들이요.
그 과정을 반복하며 여러 해가 지나고 보니, 어느덧 저는 ‘운동을 좋아하는 건강한’ 사람이 되어있더라고요. 몸뿐만 아니라 마음에도 건강한 근육이 키워졌습니다.
운동은 제가 가장 초라하게 느껴지던 순간을 버틸 자신감을 주고, 건강과 활력도 주었지만 무엇보다 값진 깨달음은 꾸준함은 더디게 느껴지더라도 반드시 변화를 만든다는 것을 배운 것입니다.
인생에 나아지는 것이 하나도 없는 것 같아 항상 답답했는데, 꾸준히 저만의 속도로 놓지 않고 하니까 퀀텀 점프의 순간이 생기고, 돌아보니 엄청나게 성장한 저를 발견하게 되더라고요.
저는 운동에서 이걸 경험한 후에야 비로소 인내와 꾸준함의 위대함을 깨닫고 삶의 다른 영역에도 적용할 수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뭔가 불만족스럽고 갇혀 있던 기분은 어떤 일을 과정 자체를 즐기면서 꾸준히 하지 못했기 때문이란 걸 깨달았어요. 빠르게 결과물이 나오지 않으면 쉽게 실망하고 지루해하다 그만뒀었거든요.
하지만 인내와 꾸준함의 가치를 알게 되고, 변화에 대한 믿음이 생기니까 매일 지루한 일상의 과정을 즐길 수 있게 되더라고요.
지난한 현실이 덜 괴롭고, 차곡차곡 해나가면 이상에 닿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삶의 방향성을 좀 더 명확하게 세웠고, 작은 실천으로 과정을 즐기며 나아가게 되었어요.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처럼요 :)
어쩌면 제 인생에 숨이 턱 막히게 막막하고 힘들던 몇 년의 순간이 없었다면,
운동을 이렇게 진하게 사랑하게 될 일은 없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삶에서 무용하게 지나가는 시간은 없다는 말도 저는 이젠 마음 깊이 믿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운동은 저의 몸뿐만 아니라 인생을 변화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결국엔 운동을 사랑하게 된 것이 저와, 제가 살고 있는 현재의 삶을 사랑하도록 만들어 주었으니까요.
그러니까 여러분, 운동하세요.
너무 힘들어서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다면 더더욱요.
딱 한 발자국만 나가서 오늘도 운동 하나만은 해냈다고 스스로를 칭찬해 주세요.
꾸역꾸역 하지 마시고 진하게 경험하며 변화하는 나 자신을 느껴보세요.
여러분들도 제가 느꼈던 벅찬 감정을 꼭 경험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제가 겪은 다양한 운동의 재미를 소개할 예정이에요.
이 글을 읽는, 운동이 마냥 지루하고 힘들다고 생각하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찾는 탐험을 떠나봤으면 좋겠습니다.
그 길에서 새로운 나를, 선물 같은 일상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