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쉽게 시작하는 법 - 나만의 5분 깨기
오늘은 꼭 유산소를 불태우리라 마음을 굳게 먹고 천국의 계단으로 올라간다.
스타트 버튼을 누르고 발을 옮겨본다. 다리가 굉장히 무겁지만 꾹 참고 오르기 시작.
시간이 얼마쯤 흘렀을까? 슬쩍 계기판의 타이머를 본다.
이제 고작 1분 30초..
다시 발을 열심히 보며 밟는다. 숨이 헉헉 차오르고 힘들다.
이젠 5분은 지났겠지?
다시 슬쩍 고개를 들어보지만 보이는 숫자는 03: 48.
믿을 수 없다.
유산소를 정말 싫어하는 나는 천국의 계단이든 러닝머신이든 첫 5분이 정말 힘들었다.
시작하자마자 바로 다리는 무겁고, 아직 몇 분이 채 지나지도 않았는데 지겹게 느껴진다.
시작할 땐 덜 지친 상태라 몸이 가벼워야 정상일 것 같은데 왜 처음부터 이렇게 힘이 드는지 억울할 지경이다.
그런데 사실 처음 5분, 그 시작 지점이 유독 힘든 건 너무나 당연하다.
우리는 관성의 법칙을 따르기 때문이다.
운동을 시작한다는 행위는, 하루 종일 혹은 며칠이나 이어졌던 나의 정적인 현재 상태로부터 어떻게든 다른 변화를 요구한다.
하루 종일 아무 생각 없이 느슨하게 걸었던 다리를 보채서 의식적으로 힘차게 걸어야 하고,
하루 종일 책상 앞에 구부려져 있던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거기 있는지도 몰랐던 코어에 힘을 준다.
의자에 찌그려져 있던 엉덩이를 깨운다. 평온하던 심장박동과 호흡체계는 비상이 걸리고 빨라진다.
하지만 일단 시작의 힘듦을 이겨내면 그다음은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이제 운동을 하고 있는 상태가 나의 현재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천국의 계단에서 5분이 지나면 10분까지는 그럭저럭 참을만하고, 10분을 견뎌내면 조금만 더를 외치며 15분까지 갈 수 있다.
어느덧 내 다리는 엄청나게 무거울지 언정 무의식적으로 계단의 속도에 맞춰서 일정하게 착착 움직이고 있으니까.
시작이 제일 힘든 부분이기 때문일까?
그래서 습관을 만들 때는 시간보다 빈도가 중요하다고 한다.
습관 형성을 위해서는 매일 ‘작게’ 반복하는 게 중요하다고.
그래서 처음부터 천국의 계단을 15분 타겠다는 생각보다는 일단 내가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시작까지의 단계를 정하는 것이다. 그게 5분이든 1분이든.
그리고 일단 거기까지만 가보는 거다.
작은 행동이라도 반복하다 보면 그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할 수 있게 되고, 어느덧 시작은 쉬워진다.
"한 번의 특별한 경험은 그 영향력이 서서히 사라지지만,
습관은 시간과 함께 그 영향력이 더욱 강화된다."
"작은 습관 하나하나는 각각의 결과를 얻게 해 줄 뿐 아니라
더 중요한 것을 가르쳐준다. 바로 스스로를 신뢰하게 만들어준다."
-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제임스 클리어
내가 처음 헬스장을 혼자 다니기 시작했을 때 시작의 힘듦을 극복했던 작은 행동은 일단 가서, 옷을 갈아입고 대충 나가서 매트 위에 널부러지는 것이었다.
퇴근하고 헬스장으로 오면 일단 몸은 천근만근이고 이미 하루 종일 잔뜩 쌓인 피로와 헬스장 오는 길에 시달린 지옥철까지 합쳐져 도저히 꼼짝도 하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일단 옷을 갈아입은 뒤 매트로 가서 편안하게 눕는 건 하고 싶은 행위가 될 수 있었고, 누워서 기지개를 켜다 보면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매트에서 서서히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깨우고, 일단 러닝머신으로 가서 신나는 음악을 들으면서 10분 정도 열을 올렸다. 그러고 나면 흥분상태로 어떤 기구든 달려가 힘을 쓰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일종의 나만의 시작 루틴이었달까?
그 뒤에 무슨 운동을 할지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게 루틴을 여러 번 반복해 나가는 동안 헬스장도 조금씩 더 익숙해졌고, 시간이 지나며 좀 더 모르는 기구도 도전해 보고 운동 강도도 늘려가면서 발전해 나갔다.
다들 얘기하듯이 ‘헬스장에 가는 게 가장 힘들다’는 말을 하려는 건 아니다.
그보다는 개인의 상황에 따라 트리거가 되는 “어떤 행동”이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누군가는 신발끈을 묶고 밖으로 나가는 것,
누군가는 센터로 들어가는 것,
누군가는 러닝머신을 벗어나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기구를 알짱거리는 것,
누군가는 5분만 러닝머신 위를 걷는 것.
자기만의 첫 5분을 생각해 보자.
그리고 거기까지만 작은 성공을 반복하는 것에 일단 집중하자.
무엇보다 그 5분에 집중하다 보면 운동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들고,
앞으로 엄청 힘들 것이라는 미래에 대한 생각보다 지금 5분을 해내는 과정 자체에 집중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최대한 자주 나만의 5분을 깨는 행위를 반복하는 데 있다.
아직 운동이 싫은 처음단계에서는 가끔 1시간보다는 매일 1분이 낫다는 걸 꼭 기억하자.
뒤의 상황은 생각하지 않고 일단 쉬운 시작을 만들고, 지속적으로 반복하다 보면 서서히 자리 잡힌 습관이 다음의 과정을 더 쉽게 해 줄 것이다.
진짜다. 내가 그 쉬워지는 과정을 경험해봤으니까.
예전 김연아 선수의 유명한 짤로 이 글을 마무리해 본다.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