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의 미소에서 배운, 나를 위해 진심으로 웃는 법

친절이라는 반짝이는 에너지

by NYNO


공항은 그 나라에 대해 꽤나 많은 단서를 주는 곳이다.

비행기에서 발을 내리자마자 느껴지는 공기의 습도, 냄새, 공항의 시설과 컨디션, 소음, 그리고 공항 안의 사람들. 그 잠깐의 시간 동안 그 나라에 대한 첫인상이 완성된다.


내가 발리 덴파사르 공항에 발을 딛었을 때 인상 깊게 남았던 건,
이제 막 끝난 우기의 채 가시지 않은 습도, 그리고 공항 직원들의 모습이었다.


도착했을 때 시간은 밤 9시 30분.
꽤나 늦은 시간이었는데도 입국 과정에서 마주친 직원들은 피곤한 기색이 거의 없이 농담을 주고받고 있었다. 다들 웃음기가 있었고, 꽤나 수다스러운데 시끄럽다기보다는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예약해 둔 택시 기사님을 만났을 때도 같았다. 기사님은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마주친 동료들과 웃음을 나누며 그 잠깐에도 장난스러운 대화를 주고받았고, 늦은 밤이었지만 나를 환하게 맞아주며 우붓으로 가는 동안 즐겁게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공항부터 느꼈던 첫인상은 거짓이 아니었단 걸 발리에서 머무는 동안 알게 되었다.

발리에서 마주친 사람들은 대부분 친절하고 잘 웃었다.

그곳이 호텔이든 카페든 식당이든, 엄청나게 더운 날씨에 에어컨도 없이 일하느라 땀에 절어 지친 기색이 역력한대도 직원들은 나와 눈이 마주치면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나는 원래 숙박이나 식당 후기에 ‘직원들이 너무 친절하다, friendly 하다’라는 말을 쓰며 평가에 크게 반영하는 사람들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발리에 와서야 크게 공감이 갔다.

자본주의 친절이 아닌, 진심에서 나오는 미소와 순수한 친절은 정말 달랐다. 거기엔 사람을 감동시키는 힘이 있다.

KakaoTalk_20250608_0935368001.jpg



우붓에서 스미냑으로 넘어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발리의 극심한 교통체증 때문이다.

한 도시 안에서야 바이크를 타고 큰 불편함 없이 다녔는데 스미냑까지는 택시를 타야 했다.

옵션이 하나도 안 달려 있는 도요타 아반자 뒷좌석은 생각보다 엄청 불편했고, 엉금엉금 이동한 지 약 2시간 반 만에 나는 녹초상태로 스미냑의 호텔에 도착할 수 있었다.

스미냑에 도착해 택시를 내리자마자 또 엄청나게 더운 공기가 나를 반겼다. 우붓도 덥긴 마찬가지였지만 확실히 스미냑 공기에는 바닷가의 짜고 무거운 습기가 느껴졌다.

KakaoTalk_20250608_093717543.jpg 쉽지 않았던 발리의 트래픽 잼...


더워서 더 기운이 빠지려던 찰나, 나는 호텔 카운터에서 Ayu의 미소를 만났다.

와 정말 어떻게 저렇게 웃을 수 있지?
나는 더위도 잊은 채 같이 웃어주며 감탄 할 수 밖에 없었다.

구김살 없는 환한 미소라는 건 바로 저런 것이었다. 그 단어는 그녀의 미소를 본딴 게 분명했다.


그녀는 내 무거운 짐을 들고 같이 엘리베이터 없는 3층 방까지 올라갔는데, 별 볼 것도 없는 작은 방을 하나하나 자세히, 아주 정성스레 설명해 주었다.

Ayu와 대화하는 내내 느꼈다. 저런 미소는 절대 꾸며 낼 수 없다고.
그 후 숙소에 머무는 3일 동안도 그녀는 늘 한결같이 환한 미소를 보여줬다.

조식을 나르느라 분주한 아침에도 나를 보자 웃으며 오늘은 어디 가냐고, 좋은 하루를 보내라고 인사를 건넨다. 도저히 '좋은 하루'를 거부할 수 없는 미소였다.
그녀 덕분에 조금 기운이 없던 아침에도 웃으며 호스텔을 나설 수 있었다.

훔치고 싶었다, 그녀의 미소를.

KakaoTalk_20250608_093717543_02.jpg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 봤다. 발리 사람들의 미소와 친절함에 대해서.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비교적 시골이라? - 그런데 그저 시골이라고 다 그런 건 아닐 것이다. 내가 우리나라 시골에서 그런 환대를 받았나?

자연환경이나 날씨 영향이 크지 않을까? - 그럴 수 있다. 유럽에 있을 때에도 포르투갈이나 지중해 쪽의 사람들이 더 밝고 웃음이 많다는 걸 느꼈다.

종교의 영향인가? - 그것도 어느 정도 그럴 수 있다. 다들 신을 믿는 신실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중에도 유독 밝고 친절하다 느꼈던 사람들을 곱씹어보니, 그들이 꽤나 재밌게(?) 진심을 다해 일하는 사람들이란 걸 깨달았다.

KakaoTalk_20250608_093717543_01.jpg 하늘만 봐도 무지 더워보이는 스미냑의 숙소. 네, 4월의 발리는 아침부터 엄청나게 덥습니다.


첫날 공항에서 날 데려다준 택시기사는 기사 수당이 좋지 않아 매일 새벽부터 밤까지 일한다고 했지만 그 어투엔 조금의 불평 불만은 묻어나지 않았고, 늦은 밤에 피곤할텐데도 친절하고 편안하게 나를 데려다줬다.


우붓의 한 호텔 직원은 3성급 호텔의 단순한 스태프가 아니라, 5성급을 넘어 마치 자신의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처럼 온화하고 사려 깊게 나의 스테이를 챙겨줬다. 그는 약간의 문제라도 진심을 다해 웃으며 해결해 주었다.


또 이곳에서 하우스키핑을 어려 보이는 소년들이 많이 한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 그들은 참 재밌게 일하는 것 같았다. 내가 방 앞의 테라스에 나와 있을 때, 어느 숙소든 방을 청소하겠냐고 묻고는, 청소를 해달라고 하면 오히려 기뻐했다. 나를 위한 진심이 느껴졌다. 이들은 서로 장난치고 웃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방을 대충 치우는 건 아니다.


심지어 처음엔 불편하고 성가셨던 바닷가의 호객꾼 들도 조금 얘기를 나누다 보니 그저 재밌게 자신의 일을 하고 있을 뿐이란 걸 알게 되었다.


어떤 이유에서든 이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의 순간들을 소중히 여기며, 하루의 리듬을 스스로 만들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억지로 일하지 않고, 그저 내 하루의 순간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즐겁게 일한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해서.
그 매일의 진심에서 나오는 미소는 그래서 더 힘이 있다는 걸 나는 알게 되었다.

KakaoTalk_20250608_0933272865.jpg



발리 여행에서 돌아온 날, 점심을 먹으려고 들어간 식당 직원의 싸늘한 응대에 다시금 나 자신을 돌아봤다.
이 식당은 서울역 바로 뒤편에 있어서 외국인들도 굉장히 많이 오는 곳이었다.

'발리 사람들이 여기로 여행 온다면 이 불친절에 당황하지 않을까?' 당황할 그 사람들을 생각하니 내가 다 미안해졌다.


물론 우리는 늘 바쁘고 치열하게 살아간다. 일상은 빠르게 흘러가고, 사람들은 지쳐 있다.

하지만 힘이 잔뜩 들어가 있고 바쁜 삶일수록 더욱 웃음이 필요한 법.

환한 미소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타인에게뿐만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바로 그 힘을, 나는 발리에서 배웠다.


우리도 타인과 자신에게 좀 더 관대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루하루가 치열할수록, 내게 주어진 한정된 시간을 조금 더 귀하게 대하고,
그 순간을 진심으로 마주할 수 있기를. 다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

KakaoTalk_20250608_095558619.jpg


keyword
이전 04화요가, 움직임 너머의 또 다른 세계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