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endipity — 우연처럼 다가온 감각의 선물
(지난 글에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notyoungnotold/29
1. Yoga barn - 지난 글
2. Alchemy yoga & meditation - 지난 글
3. Radiantly Alive
4. Lumeria Yoga
우붓에 10일 있는 동안 위의 4개의 요가원을 경험했는데, 원래는 더 많은 요가원을 다채롭게 경험하려 했다.
Intuitive Flow, Ubud Yoga House 도 가보고 싶었는데 막상 여기 와서 수업을 들어보니, 한 스튜디오에서도 다양한 수업을 들어보고 싶어 가보지 못했다.
다음에 발리를 방문할 땐 더 다양한 요가수업을 체험해보고 싶다.
아니, 요가를 위해 발리를 다시 방문하게 될지도.
그리고 내 삶에서 또 한 번의 긴 휴식을 선물 받는다면, 그땐 정말 우붓에 박혀서 요가만 하며 200시간 YTT(yoga teacher training)도 수강해 보면 좋겠다. (그러기엔 발리에 또 가보고 싶은 곳이 너무나 많긴 하지만..!)
엄청 큰 리조트(?) 안에 있는 요가원이다. 사실 요가원은 아니고, 숙박과 사우나 시설등이 함께 있는 리트릿 센터 같은 곳이다.
밖에서는 루메리아 간판만 덩그러니 있고 안쪽으로 골목이 있는데, 걸어 들어오다 보면 밖에서 봤을 땐 상상하지 못할 엄청 큰 공간이 있다. 마치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느낌이랄까? 요가 클래스를 하는 장소는 꽤나 안쪽에 있는데 쭉 걸어 들어가는 동안 평화로운 논밭과 수영장 뷰를 볼 수 있다.
야외 정자 같은 곳에서 요가 수업이 진행되어서 사방이 트여있고 뷰가 좋다. 들어가는 곳은 꽤나 땡볕에 더워서 지쳤는데, 요가 장소에 도착해서 누워있으니 바람이 솔솔 불고 정말 평화로웠다.
찾아보니 요가 말고도 다양한 이벤트가 많다. 요가와 사우나디톡스를 함께 할 수 있는 통합권도 판매 중이니
관심 있다면 체험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Class - Hatha
| Teacher- Yohanes Reiza
경험했던 클래스 중에 아마도 제일 힘들었던 수업이다.
한참 몸이 지쳤을 오후 4시의 더위 속에서 진행된 것도 한몫했겠지만, 하타 들어가기 전에 몸풀기로 빈야사 플로우를 한 5번 이상 반복했는데 그때부터 땀 폭발..!
엄청 고난도의 하타요가는 아니지만 자세를 단계별로 반복하고, 머무는 하타 요가였다 보니 꽤나 힘들었다. 뒤로 갈수록 다양한 고난도의 자세와 마지막 피니싱 포즈까지 야무지게 진행되었던 수업.
Reiza 선생님은 굉장히 소년미 있는 얼굴이지만 스파르타 느낌으로 수련을 이끌어 주신다. 마지막에 자꾸 마지막이라고 하고 동작 더 시키셔서 약간 언제 끝나나 싶었던..ㅋㅋ 지쳐서 빨리 사바사나 들어가고 싶었다.
그래도 땀을 쫙 빼니까 개운했고, 땀 흘리면서 운동을 제대로 하고 싶을 때 들으면 엄청 만족할 것 같다.
난 여기서 이 수업 하나밖에 듣지 못했지만 저녁에 진행되는 Sound 마사지나 Healing 수업도 좋다고 한다!
https://www.radiantlyalive.com/
예전에 작성된 글들을 보면 이 요가원이 꽤나 핫하고 유명하게 묘사되는데, 지금은 좀 오래돼서 그런지 사람이 많이 없다.
요가반이나 알케미보다 훨씬 한적했고, 그래서 좋기도 했다. 워크인 수업 듣는데 무리가 없었고 수업도 덜 붐볐다.(근데 또 언제 갑자기 사람 많아질지 모름) 체계적이진 않지만 편안한 분위기.
다만 수업의 만족도가 선생님들 따라 많이 달라질 것 같다. 요일별 시간별로 수업이 고정되어 있다기보다 유동적이고, 강사들 변동도 많은 듯. 수업 종류는 꽤 다양하고 하루 종일 수업이 있다.
다양한 수업을 듣고 싶은데, 좀 한적한 곳을 원한다면 이곳을 강력 추천한다.
| Class - Gentle flow
| Teacher - Marlen Beckmann
나의 잊지 못할 첫 모닝 요가 클래스를 함께 했던 선생님. 정말 조용한 카리스마가 인상 깊었던 분이다.
이 분은 수업 전에 조용히 클래스 뒤편 문쪽에서 서성거리시던데, 아마 수업 전에 그렇게 자신의 에너지 레벨을 조정하고, 수업에 몰입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느낌이었다.
웃음기가 하나도 없고 약간 엄숙한 느낌의 첫인사에 특이하다(?)고 생각했는데, 엄청 진지하게 몸의 에너지를 깨우는 탭핑을 하고, 차분하게 수업을 이끌어가서 수업에 완전히 몰입해서 빠져 들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수업 마지막 인사에서도 나마스떼나 thank you, 합장 같은 인사 없이 가만히 앉은 채로 한 명 한 명 눈을 마주치며 눈인사했는데 그 찰나에 나는 작은 끄덕거림을 느꼈다. 눈빛으로 깊게 이해받는 느낌이었다. 정말 조용한 카리스마가 인상 깊었던 분이다. 이후에 완전히 수업 끝나고서야 환한 미소를 보여주심 :)
| Class - Gentle flow
| Leon Sanchez
우붓 떠나는 날, 처음 들었던 radiantly alive의 모닝 클래스로 마무리하고 싶어 들었던 클래스다.
시작할 때 옴 찬팅을 하며 사진에 있는 악기를 연주해 주신다.(저게 뭔지 이름은 모르겠다..ㅎㅎ)
빈야사 수업이었는데 중간중간 쉽지 않은 포즈들이 섞여 있어서 꽤나 힘들었던 수업.
| Class - Sound Healing
| Teacher - Julia Aurora
사실 사운드 힐링 수업에 크게 관심은 없었다. 그냥 누워만 있는 수업 같아서 지루할 것 같았달까..?
그러다 같은 시간에 들으려던 다른 클래스가 취소되어 듣게 되었는데,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었어서 안 들었으면 후회할 뻔했던 클래스였다.
한국에는 잘 없는 수업일뿐더러, 수업을 하더라도 싱잉볼이나 몇 가지의 소리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수업은 나뭇잎, 돌 같은 자연의 도구부터 싱잉볼, 악기, 목소리 등 온갖 도구를 사용하고 향과 나뭇가지 태우는 연기로 후각까지 자극해 준다. 발리에 온다면 한 번쯤 경험해 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첫 모닝 수업 때 감명받았던 샬라 옆쪽 야외 공간을 통해 한 층 아래로 나무 계단을 내려갔는데, 길이 여기가 맞나..? 싶은 찰나 눈앞에 또 3면이 유리로 된, 마치 나무 위에 떠있는 것 같은 엄청나게 멋진 샬라가 나타났다. 입구에서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또 감탄하고 있는데 안에는 이미 선생님이 앉아서 노래를 부르며 신기한 소리를 만들고 있었다. 5분? 10분 전이었던 것 같은데 그렇게 일찍부터 연주하다가 들어오는 사람마다 인사해 주신다.
앞면, 옆면을 둘러싼 유리창에 푸르른 열대 나무가 가득 들어차 있었고
늦은 오후, 해지기 전의 분위기와 공간에서 울리는 소리가 뭔가 신비롭고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수업이 시작되자, 선생님은 돌아다니며 좋은 향이 나는 안대로 눈을 덮어주셨다.
처음에는 가만히 누워 눈을 계속 감고 있는 게 좀 어색했는데 긴장을 풀고 적응하니 정말 공간 가득 울리는 소리에 내 몸이 함께 진동하는 걸 느꼈다. 내 몸이 정말 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수업 중에 호흡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여러 가이드를 주며, “I’m open, I’m free, Feel the water body”란 메시지를 반복해서 주었는데 마음을 열고 내려놓을수록 요가 클래스에서 몸과 마음으로 얻어 가는 게 많다는 걸 다시금 떠올리게 했다.
수업이 끝난 후에는 메시지 카드를 뽑는 특별한 이벤트(?)가 있다. 내가 뽑은 카드는 Thinking of you. A loving thought, Serendipity.
Serendipity는 ‘뜻밖의 행운’이라는 의미다. 일부러 찾으려 하지 않았는데도, 우연히 소중한 것을 발견하게 되는 순간. 내가 기대하거나 계획하지 않았지만, 그 순간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이 자연스럽게 다가온다는 의미다. 아니, 우연히 다른 수업들으려다가 취소되어 듣게 된 수업에서 마지막에 이런 메세지 카드를 뽑다니! 오늘의 경험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이 메시지 카드를 뽑고 요가원을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
신기하게도 몸이 뭔가 달아오른 것처럼 개운하면서도 후끈했고, 숙소가 가깝진 않았지만 시끄럽게 오토바이를 타고 싶지 않았다. 소리의 여운을 느끼며 왠지 혼자 걷고 싶었다.
깜깜해진 밤거리를 고요하게 혼자 걷는데, 마지막 카드의 메시지처럼 누군가 날 생각해 주고 있는 것만 같아 외롭지 않았다.
“Thinking of you.”
그리고 “Serendipity.” — 완전한 우연.
예상하지 못했던 순간에, 예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내면이 열리고 있음을 느꼈다.
어쩌면 이 수업도, 이 카드도, 이 여행 자체도… 모두 serendipity였던 건 아닐까?
우연히 발리에 왔고, 우연히 이 수업을 듣게 되었지만, 어쩌면 이 모든 건 우연이 아닌지도 모른다.
지금 이 여행은, 그저 내 안을 비우고 열기 위한 시간이었다는 걸 나는 서서히 깨닫고 있었다.
‘모든 것을 열고 받아들일 것이다.’ 그 다짐이, 이 여정을 통해 천천히 내 안에 스며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