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붓까지 가서 요가를 했냐고 묻는다면,

잊지 못할 우붓에서의 첫 모닝 요가

by NYNO



생각이 많다. 그래서 늘 실행이 버겁다.

지금 글을 열심히 쓰면서도 사람들이 이걸 왜 봐야 할까? 쓸데없지 않을까? 자기 검열을 한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요가와 명상을 했다.

나에게 요가란, 운동이라기보다는 명상과 결합되어 나의 몸과 마음을 들여다보는 행위이자 움직임이었다.

생각을 덜어내고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한 활동. 머릿속이 어지러울 때, 새로운 마음가짐이 필요할 때, 혼자 매트 위에 올라갔다.


아마 그런 이유로 퇴사 후의 내 몸이 요가에 자연스럽게 끌렸는지도 모르겠다.

퇴사 전에는 극한 경험을 한 탓에 마음이 힘들었고, 퇴사 후에는 쉬는 동안 뭐라도 해보겠다고 마음이 바빴다. 그러던 차에 보게 된 우붓 요가원들의 사진은 쉽게 잊히지 않았다.


자연을 좋아한다.

혼자 보내는 고요한 시간을 좋아한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걸 좋아한다.

이 모든 게 합쳐진 경험이 우붓의 요가 경험이라는 느낌이 직감적으로 왔다. 그게 망설여지는 와중에도 떠날 용기를 주었다.




마침내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첫 수업을 들으러 갔을 때, 사진으로 보고 갔음에도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훨씬 더 강렬했다.

IMG_8811.JPEG

뻥 뚫린 정면을 가득 채운 울창한 우림, 반짝거리는 아침햇살과 공간을 가득 채우는 새소리.
겹겹이 겹쳐진 나뭇잎 사이로 옅은 아침햇살이 부서지며 요가매트 위를 비추고 있었다. 아예 한 면이 뚫려 있다 보니 상쾌한 아침 공기가 그대로 느껴졌다.

가만히 앉아서 나무들을 구경하니 그 사이로 다람쥐들이 뛰어다니는 게 보였다.

나는 수업 전까지 매트 위에 가만히 앉아 그 풍경을 넋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명상을 좀 하고 싶었는데 눈을 감고 있을 수가 없었다.




드디어 7:30. 웃음기 없이 엄숙하고 차분하게 수업을 시작한 선생님은 마침 몸의 ‘에너지’를 깨우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중요한 부위의 순환과 에너지 흐름을 강하게 만들기 위해 머리, 가슴, 배 같은 주요 부위를 손끝으로 두드리며 몸의 감각을 깨우는 시간을 가졌고, 이어서 잠깐의 명상이 이어졌다.

이 잠깐의 두드림이 정말로 내 에너지를 깨운 것일까?


눈을 감고 가만히 호흡에 집중하는데, 갑자기 상쾌한 공기가 몸을 스치는 감각들이 선명하게 느껴지면서 전율이 왔다. 몸 밖의 기분 좋은 에너지가 나를 감싸는 듯했다.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전율이었다.


마치 내가 느끼기 전에, 내 안 어딘가가 먼저 알아챈 것처럼.

몸이 먼저 반응한 것이다.


그 감각으로 1시간을 움직인 뒤, 마지막 사바사나에서는 마음이 반응했다.

수업이 끝날 시간쯤 되니, 슬쩍 익숙한 생각들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던 거다. 몸은 고요했지만 머릿속은 여전히 분주했다.

'이따가 뭘 해야 하지? 어디를 가야 하지?' 딴생각이 드는 찰나,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Notice where you are. Not only outside, but inside as well”


그때 순간적으로 머리를 맞은 듯한 깨달음이 왔다.

‘이 소중한 순간에, 왜 또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지?! 나 지금 이곳에 충분히 머무르지 못하고 있었구나.'

지금 이 좋은 순간에,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는 온전히 나의 선택이란 걸. 처음으로 마음 깊이 느꼈다.

요가를 할 때면 늘 ‘현재에 머물라’는 이야기를 듣지만 그게 이렇게 실감 나게 다가온 적은 없었다.


늘 무언가 생각하고, 계획하고, 계산하던 나는 좋은 순간이 와도 거기 오래 머물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도 또 다음을 생각하고 있었다. 익숙한 버릇이었다.

그런데 이 공기, 이 햇살, 이 평온함을 그냥 흘려보내는 게 너무 아까웠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내가 그 흐름을 끊고 싶지 않았다.


결국 그건 내 마음에 달린 일이었다. 불안한 생각을 붙잡는 것도, 이 고요한 행복을 붙잡는 것도.

내 생각에 대한 주도권은 내가 오롯이 쥐고 있고, 그러니 괜한 불안과 걱정에 휩싸여 있으면 나만 손해였다.


그런 깨달음으로 이 순간에 집중하기 시작하니 모든 게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났다.

그리고 눈을 다시 떴을 땐 진심으로 다시 태어난 느낌이었다. 몸과 마음이 함께 맑게 정화된 느낌.

내가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맑고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게 느껴졌다. 그렇게 편안하고 환하게 웃어본 게 얼마 만이었을까?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그 아침이 뭐가 그렇게 특별했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분명 뭔가 성스럽기까지 했다.
아마도 자연과 아침의 기운이 주는 에너지, 그리고 그 속에 온전히 나를 열고 내려놓았던 경험이 만든 감각이었을 것이다. 신기하게도 나는 모닝 요가 클래스를 들을 때마다 울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아침 수련을 해봤지만 자연이 함께하는 발리의 아침 요가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경험이었다.

내가 알던 요가의 세계는 정말 손톱만 했던 거다. 내 앞에 펼쳐진 새로운 요가라는 세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 전율이, 그 고요함이, 너무도 귀하고 맑아서—
나는 우붓에 머무는 동안만큼은 계획도, 생각도 잠시 내려놓고 온전히 그 순간에만 머무르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나의 2주는 발리의 에너지로 차곡차곡 채워졌다.

IMG_9495.JPEG


keyword
이전 01화Intro - 떠나지 않았으면 어쩔뻔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