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속에서 찾은 삶의 균형
고백하건대 바닷가에서 혼자 노는 건 쉽지 않았다.
나트랑 리조트에서 혼자 휴양을 잘 해냈던 경험이 있어 ‘혼여 만렙’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해변에 앉으니 조금 위축됐다. 삼삼오오 모여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 혼자 있는 모습이 쓸쓸해 보이진 않을까 걱정도 들었다. 그래도 마지막 날이니, 기세 좋게 선베드 하나를 빌려 눕고, 해변에서 여유를 만끽해 보기로 했다.
처음엔 뻘쭘했지만 곧 선베드와 한 몸이 되어 바다를 멍하니 바라봤다. 발리의 하늘은 티 없이 맑았고, 수평선 너머로 끝도 없는 파도가 너울지며 밀려왔다.
여행 막바지라 더 그랬을까, 마음 한편이 고요해지며 내 안에 오래 묵혀있던 생각들이 정리되어 불쑥 올라왔다. 놓치지 않으려고 패드에 글자를 휘갈겨 기록했다.
크게 여러 겹으로 몰려왔다 부서지는 파도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뭉클했다.
마치 파도가 나에게 다가오는 것 같았다.
바깥에서 보면 파도가 그저 평온해 보이는데, 어제 들어가 보니 엄청나게 거세다는 걸 알겠다.
삶의 모든 일면이 그러하다.
파도의 한가운데서 온몸으로 맞고 있으면 얼마나 힘든지, 휘청거리는 몸을 건사하는데 에너지를 쓰느라 풍경을 즐 길 여유도 없다.
그러니 의식적으로라도 한 번씩 명상이든, 운동이든, 여행이든. 어떤 방법으로든 나의 상황과 지난한 삶에서 한 발짝 물어나 멀리서 볼 필요가 있다.
한편으론 멀리서 지켜보기만 하는 삶도 따분하긴 마찬가지다. 가끔은 내 온몸의 힘을 다해 파도에 휩쓸리며 부딪혀 부서지는 파도의 감각을 느끼고, 짠물을 실컷 마시며 허우적 대보고, 서핑보드에서 일어나며 파도를 타는 잠깐의 짜릿함도 느껴봐야 하는 거다.
그래 그렇게 멀리서, 가까이서 왔다 갔다. 그게 오히려 진정한 밸런스 아닐까?
쭉 멈춰있는 게 아닌, 불안한 상태에서 계속해서 움직이며 물체가 균형을 잡을 때, 우리는 밸런스라고 한다.
어딘가에서 이런 말을 본 적이 있다.
“링 위에 있지 않은 사람은 평가할 자격이 없다.”
직접 뛰어들지 않으면, 파도를 온몸으로 맞아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사람은 평생 파도만 맞으며 살 수도 없고, 평생 바라보기만 하며 살 수도 없다. 멀리서 여유를 즐기다, 가까이서 부딪히다, 다시 물러서기를 반복하는 것. 그게 내가 바라는 삶의 균형이라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파도를 두려워해 바라만 보느라 더 삶이 지루하고 답답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씩 뛰어들어 보고, 두려움 속에서도 그 순간의 파도를 충실히 타보려 한다. 때로는 물에 휩쓸리고, 짠물을 들이마시며 허우적거리더라도 그 안에서만 느낄 수 있는 짜릿함과 성장은 분명히 있으니까.
아마 우리 모두 각자의 파도를 마주하고 있을 것이다. 멀찍이 바라볼 때도, 몸을 던져 맞부딪칠 때도 있다. 중요한 건 두려움에만 머물지 않고, 지금 눈앞의 파도를 나답게 타보려는 용기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