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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가진 두 가지 학습 모드

답은 적절한 절충에 있다

by Nova B

우리가 무언가를 학습하는 방식에 두 가지 모드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실험이 있다.


책상 위에 버튼이 놓여있다.

의자에는 두 손이 묶여있는 한 어른이 앉아 있다.


그 어른은 손을 쓰지 않고 머리로 책상 위의 버튼을 누른다. 이 모습을 보는 유아들은 손으로 버튼을 누른다(생후 14개월 쯤 되는 아이들은 성인의 행동을 흉내낼 수 있다).


그러나 손이 묶여있지 않은 상태에서 같은 어른이 머리로 책상 위의 버튼을 누르는 걸 본다면, 아이들은 머리로 버튼을 누른다.


우리에게는 두 가지 학습 모드가 탑재되어 있다. 첫 번째는 과학자의 자세로 직접적으로 검증하는 적극적 학습 모드, 두 번째는 검증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동적 학습 모드이다.


첫 번째 상황에서 아이들은 적극적 학습 모드를 사용했다. 어른의 손이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머리로 버튼을 누른 것이라 추론한 것이다. 그러나 두 번째 상황에서는 두 손이 자유로운 상태에서도 머리로 버튼을 눌렀다. 이것에는 무언가 이유가 있을거라 생각하고 추론을 포기하며 어른의 행동을 그대로 믿었다.




첫 번째 학습 모드와 두 번째 학습 모드 모두 장단점이 존재한다.


필자가 처음 코딩이라는 과목을 배웠을 때는 첫 번째 학습 모드에 빠져 있었다.

#include <stdio.h>

int main()
{
printf("hello World");
return 0;
}


맨 처음에 이런 코드부터 채워넣고 시작하는데, 코드를 실행하면 'hello world'가 찍혀나온다.


다음 수업은 몇 개의 숫자를 입력 받고 사칙연산과 같은 계산을 하는 알고리즘을 짜야 했다. 그런데 필자는 그 단계로 나아가지 못했다. 도대체 stdio는 왜 해주어야 하는지, main 문은 왜 0을 반환해야만 하는지를 검증해야만 했다.


남들은 흥미를 가지고 피라미드를 찍어낼 때, 이해되지 않으면 넘어가지 않겠다는 자세로 버텼다. 그리고 그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는 두 번째 학습 모드가 유용했다. 정확히 왜 stdio를 써야만 하고 0을 반환하는지는 몰라도 일단 받아들여야 했다.


두 번째로 코딩을 배워야 했을 때는 이 교훈을 되새겨 의문이 생겨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러다 어느 순간 왜 stdio가 필요하고 main문에는 왜 0을 반환해야 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두 번째 학습모드는 인간 사회를 발전시켜온 학습 방법이었다. 인류가 지구의 지배자가 된 것은 지식의 축적하고 공유하며 학습하는 방법을 발전시켜온 것이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뉴턴도 어려워하던 미적분 계산을 현재를 살아가는 고등학생은 쉽게 해낼 수 있다. 미적분이라는 지식을 축적하고 쉽게 학습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한 덕분이다.


그러나 두 번째 학습 모드만 실행하는 것도 문제가 발생한다. 두 번째 학습모드는 가짜 뉴스나 잘못된 종교적 믿음 등에 취약하다. 이 모드에서는 첫 번째 모드의 추론과 검증 과정을 포기하고 그대로 받아들인다. 만약 학습 과정에서 잘못되거나 쓸모 없는 코드가 있었더라도 첫 번째 모드 없이는 이에 대한 의문조차 제기하지 않는다.




필자는 첫 번째 학습 모드가 두 번째 학습 모드보다 우월하다고 믿었다. 하지만 필자가 코딩을 공부하며 얻었던 교훈에서 첫 번째 학습 모드의 단점을 깨달았다. 기본적인 개념 없는 상태에서 흥미만 잃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반면 두 번째 학습 모드는 빠르게 학습할 수 있으나, 습득한 지식의 타당성과 가르침을 받은 지식 이상으로 나아가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무언가를 배울 때는 두 가지 학습 모드의 적절한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 새로운 지식에 신뢰를 가지면서도, 스스로 검증하는 과학자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 양극단에 있는 두 가지를 적절하게 절충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종종 그 어려운 것에 답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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