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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바써니 Aug 19. 2021

여성의 전화

여성의 전화? 처음엔 좀 생소했고 솔직히 거부감이 들었다. ‘과연 내가 가도 되는 곳일까?’하는 생각에 두려움이 앞서고 자신이 없었다.

그런 나를 포기하지 않고 친구는 등을 떠밀어주었다. 거기서 그렇게 먹지도 자지도 못하면서 있을 거냐고. 그랬다. 항상 숨어들던 이 방 한 칸도 더 이상 내게 안전하지 않았다.     


결국 해가 질 무렵이 되어서야 나는 전화를 걸었다. 한 수녀님이 전화를 받았고,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가만히 내 이야기를 듣던 수녀님은 이곳에 와도 좋다고 했다. 그렇게 두렵지만 최소한의 옷가지와 짐을 꾸리고 문밖에 귀를 기울였다. 동생이 조용한 듯했다. 적어도 내 방 문 앞에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 잽싸게 집을 나와 달렸다.     


매스껍고 어지럽고 손이 바들바들 떨리는 것을 참으며 차가 다니는 큰 길로 빠르게 나가 택시를 탔다. 얼마쯤 가다 사거리에서 내려 골목으로 들어가니 커다란 이층집이 보였다. 내 키만큼 높게 솟은 담장 사이의 현관문 앞에서 심장이 쿵쾅거렸다. 여전히 두렵고 망설여졌지만, 달리 갈 곳이 없었다.     


용기를 내어 초인종을 누르자 수녀님이 나를 맞아주셨고, 간단한 대화를 나눈 끝에 내가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는 걸 깨달은 수녀님은 남은 저녁거리를 내어주셨다. 나름 이곳의 규칙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사용한 식기는 스스로 뒷정리를 하고 안내에 따라 이층으로 올라갔다.

나보다 먼저 이곳 생활을 하고 있던 사람들이 나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 시선조차 낯설고 부담스러워 얼른 배정받은 방으로 들어가 멍하게 앉아있으니 눈물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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