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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웅식 Aug 11. 2023

검은 우물

8

아기를 우물에 버리고 동굴 속으로 들어왔을 때 그녀는 검은 우물을 생각했다. 사람을 비추지 않는 우물, 아이가 물속으로 들어가 사라졌을 때, 우물은 온통 검은 빛을 띠었다. 검은 우물, 아기를 삼킨 우물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그녀는 동굴에서 끙끙거리며 잠을 자다가 딸의 이름을 부르기도 했다. 그러면 그녀의 남편이 그녀 입을 손으로 막으며 그녀를 깨웠다. 아기 엄마였던 그녀는 울다가 한참 동안 웃기도 했다. 그녀에게 지슬을 건네주는 사람도 있었다. 영양이 부족해서 일어난 일이라며 자기가 먹을 음식을 그녀에게 건네는 것이었다. 

 마을로 돌아오자 몇 집은 불타버려 집을 잃은 마을 사람들은 다른 집에 얹혀살거나 움막을 지어야 했다. 그녀는 우물 앞으로 갔다. 우물 속으로 들어가려 했던 그녀는 마을 청년들에게 제지당했다. 마을 청년들이 팔과 다리를 잡아 그녀를 들었고 그녀는 버둥거리면서 그녀의 집으로 돌아갔다. 마을 어른들은 잠수를 잘하는 사람을 우물 안으로 보내 아기의 시체라도 건져내려고 했으나 그 일을 자원하는 사람은 없었다. 두레박에 묶여 있는 줄을 잡고 내려가 우물 안으로 들어가자는 말도 있었으나, 단지 말만 있을 뿐 누구도 그 일을 하지는 않았다. 우물에 있는 물을 빼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것 또한 말뿐이었다. 아내도 잃을까 봐 무서운, 아기의 아빠였던 그는 아내를 가끔 방문에 줄로 묶어 놓았다. 그렇지만 결국 그녀는 이로 줄을 끊고 우물곁으로 오는 것이었다. 우물은 피를 먹고 있었다. 이번에는 딸을 잃은 그녀 차례였다. 그때 아이였던 황 노인도 우물 옆에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아이였던 황 노인은 핏방울을 보았다. 아기 엄마였던 그녀 손에서 우물로 떨어진 핏방울, 금방 사라지는 핏방울과 줄 자국이 선명한, 그녀의 손을 쳐다보았다. 

 마을 사람들 몇몇은 죽창을 들고 마을 입구를 지켰고 몇몇은 그녀를 감시했다. 우물 주위에서 보초를 서거나 우물을 메우자는 의견을 낸 사람은 우물에서 딸을 잃은 아빠, 그녀의 남편이었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이 우물에 돌들을 떨어뜨리고 우물을 메우려는 모습을 그녀가 보게 된다면 완전히 미쳐버릴지도 모른다는 누군가의 말에 마을 사람들은 우물을 메우지 않기로 했다. 결국, 그녀가 우물 속으로 못 들어가게 하려고 마을 사람들은 우물 주위에 벽돌을 둥그렇게 성벽처럼 쌓아 올리기 시작했다. 우물에서 물을 길어 올리는 사람은 이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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