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회복기의 노래 시/소설/노래Ver.
시 <회복기의 노래>, 소설 <그대의 차가운 손>, 노래 <새벽의 노래>
시 <회복기의 노래>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이제
살아가는 일은 무엇일까
물으며 누워 있을 때
얼굴에
햇빛이 내렸다
빛이 지나갈 때까지
눈을 감고 있었다
가만히
소설 <그대의 차가운 손> 에필로그 (액자소설 속 에필로그)
정작 견디기 어려웠던 것은 집에서 보낸 긴 회복기였다. 과연 회복기인지 아닌지조차 불분명할 만큼 악화와 호전이 엇비슷하게,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완만한 곡선으로 교차된다면, 누구라도 녹초가 되고 말 것이다. (p. 320)
하지만 어쨌든, 그 쇼윈도에서 눈을 돌려 고개를 들었을 때 내 얼굴에 쏟아진 햇살은 눈부신 것이었다. 아름드리 플라타너스마다 우거진 초여름의 푸른 잎사귀들을 올려다보며 나는 걸었다. (…) 나는 좀 행복했던 것 같다. 오랜만에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현관 문을 열쇠로 열었고, 벨이 울리는 전화기를 향해 운동화를 벗고 걸어갔다. (p. 322)
노래 <새벽의 노래> (산문집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 수록곡- 유튜브에서 감상 가능)
새벽에 눈을 떠
하늘을 보았어
어둠이 걷히고
푸른빛이 번졌어
구름은 뭉클뭉클 피어나
어디로 흘러 떠나가는지
하나둘 깨어나는 나무들
가지를 뻗어올렸어
이리 아름다운 세상이
내 곁에 있었나
두 눈에 맺히는
네 눈썹 같은 조각달
나 이제 푸른 날개펼치고
저들을 따라 날아오르네
푸르른 불꽃 같은 나무들
가지를 뻗어 올릴 때
살아 있다는 건 뭘까
살아간다는 건 뭘까
대답할 필요 없네
저 푸른 불꽃처럼
작가의 책을 전부 읽으면 작가에 대해 발견하고 만다. 정말 이렇게 힘들었을까? 어디까지 진짜일까? 만난 적 없는 사람을 걱정하며 조용히 애정이 쌓인다. 내가 생각하는 한국 최고 작가 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