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9.24.
살아보니 굳이 내가 아니었어도 남자의 생에 문제가 될 것도 없었는데 굳이 그가 나를 택한 것이나, 나는 또 굳이 나'만이 질곡진 그의 생을 아우를 수 있다는 오만을 가졌던 것이나 피장파장인 셈이다. 그럼에도 그로 인해 내 젊은 날이 급류에 휩쓸리듯 순식간에 떠내려간 듯한 상실감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쓰잘데기 없는 미운 정과 의리로 유지되는 생활 속에 어느 땐 서로가 타인보다 더 남 같은 존재가 되기도 하고 수북한 갈등과 고난의 숙제를 서로에게 떠안기려고만 하는 미련을 떨기도 한다. 여전히 지금도 그것은 진행 중인지도 모르겠으나, 힘겹게 퇴적된 세월의 결 덕분인지 언제부턴가 상대의 앞이 아닌 뒤를 바라보는 눈이 생겼다.
늙어가는 남자의 등은 풍요롭지 않으며 기세 꺾인 물살처럼 고요하나, 못내 쓸쓸하다. 원망과 회한만이 그득한 시간 틈새로 등이 가난한 남자가 스쳐갈 때면 마음 한구석 저릿함이 올라온다. 지난 삶의 방식이 어떠했건, 남자의 등에 매달린 무수한 생의 굴레가 하나둘씩 퇴색될 때면 공허를 넘어 황량함마저 물밀어 온다. 참 상냥하지 않은, 쓸쓸한 계절이다.
늙어가는 남자의 뒷모습은 더없이 안타깝다. 남은 나날은 조금 행복한 삶이길 소망한다, 진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