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14.
나는 끊임없이 시간과 싸운다. 시간의 무차별적 포화에 늘 당하는 쪽은 나이고, 결국은 전의를 상실한 채 실색하는 일만이 되풀이된다. 여러 날 이어지는 우울의 고통은 나의 무가치에 대한 자책과 자학과 자괴에 인한다. 미동도 않으면서 생동하기를 바라는 그릇된 마음의 뿌리는 무엇인가. 고요하기를 바라면서 적막함을 감내하지 못하는, 나의 내부를 기만하는 이 이중적이고 무참한 감정은 또 무엇인가.
슬픔도 아닌 슬픔과 기쁨도 아닌 기쁨과 아픔도 아닌 아픔은 한낱 허위에 지나지 않음을, 일찌감치 깨닫고도 벗어나지 못하는 지극히 권태롭고 유치한 감정들. 짐짓 아닌 척하며 고통스러운 듯하지만, 어쩌면 나는 이 나른하고 안일한 감정을 즐기는 것이리라. 부끄럽게도 나의 우울과 무기력의 고통은 호사스러운 감정 놀음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에 다다를 때, 더한 불안에 휩싸인다.
모든 이에게 삶은 절대적이지 않고 상대적이듯, 감정 또한 지극히 상대적인 것이 화근이다. 지금의 나는 고통스럽지 않다. 스스로 즐겨하는 것에 고통이 따를 이유는 없는 것이다. 스스로 환멸을 느끼고 모멸에 찰 뿐이다. 결핍인지도 모른다. 무엇에건 결핍은 집착을 낳는다. 뚜렷하게 어떤 결핍으로 말미암은 것인지 모르나, 나는 스스로 고통에 집착하는 듯 뵌다.
안일을 좇으며 그 안에서 행복을 느끼고 싶어하나, 고통이 없는 가운데서 괴로움을 느끼고, 그러함과 동시에 안식하지 못해 고통스러워하는 모순. 내가 이런 치기 어린 감정에 여전히 사로잡혀 있음을 스스로 너그러이 넘기지도 못한다. 좀 더 내면을 세련하는 데 충실했다면, 더 깊이 내부로의 침잠을 했더라면, 지금 이런 모순에 빠져 있을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표피로 드러나는 것들만을 취할 뿐, 나태와 안일에 잠겨 빠져나오려 하지 않는다. 그저 얄팍한 감정에 스스로 휘둘린 채 고통스럽다, 투정을 부리고 있을 뿐이다. 그것이 더 버겁고 저어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모든 삶에 정답이 없듯 내 지금의 삶 또한 답이 아니라 할 수도 없는 것, 속에서 괜하게 일렁이는, 들끓음을 잠재우면 그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