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epengur Nov 07. 2023

사라지기 전, 펭떼아 프로젝트-1

사람들과의 소통 매개체 펭떼아: 펭귄 떼구르르 아이스크림

주인 없는 곳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다.

그곳은 할머니의 집 (지금은 아니기에 조심스럽다)

할머니께서 50년 이상 기거하셨기에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족)와 드나들었던 나에게도 익숙한 공간이다.

여기서 할머니는 쌀장사를 오랫동안 하셨고, 너무나 좋아하셨던 집이다.

연로하신 할머니께서는 10년 이상을 병원에 계셨기 때문에 이 집은 오랜 기간 주인 없는 빈 집인

상태였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삼촌들과 이모, 엄마는 이 집의 향후 방향에 대해 의논하기 시작했다.

결국, 철거 이야기가 나왔고, 그전에 잠깐이라도 프로젝트를 할 수 있는 기회만 얻게 되었다.

오래된 것에 대한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철거만은 안되길 바랐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당연) 없었고, 프로젝트를 열심히 해서 할머니의 집을 잘 보내주자는 마음이 컸던 것 같다.

그렇게 해서 나온 기획이..

할머니 집이 사라지기 전, 빙하가 녹아 사라지기 전

'사라지기 전, 펭떼아(펭귄 떼구르르 아이스크림) 프로젝트'

*아이스크림은 녹는 것에 기반한 사람들과의 소통 매개체였다.



'사라지기 전, 펭떼아(펭귄 떼구르르 아이스크림) 프로젝트'

장소: 서울시 종로구 통인동 137-15

기간: 2017년 6월 24일(토) - 8월 31일(목)

운영 시간: 오전 11시 30분 - 오후 8시 30분 (월, 화 휴무)

펭떼아 프로젝트 포스터와 기획 의도를 적은 글


할머니 집은 안쪽(외관상 잘 보이지는 않는다), 바깥으로는 역시 오랫동안 비어있었던 가게터가 있었는데, 

할머니의 집에서 하는 것이 더 의미는 좋았겠으나 사람들이 드나들기 편하도록 외부 가게터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하였다. 또한 할머니 집은 친척동생이 또 다른 예술 창작을 맡기로 하였다.

펭떼아 프로젝트에 앞서 공간을 살펴보았는데 외부 가게터 역시 오랫동안 비어있어 많은 손길을 요했다.

일단 청소가 절실히 필요하였고, 끊겼던 전기를 다시 신청하였다.

청소는 혼자 할 수 없음을 느끼고, 가까운 지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보았다.

각자 바쁜 생활을 하고 있는 분들이었지만, 취지에 공감해 주었고 흔쾌히 승낙해 주셨음에 감사했다.

어쩌면 든든한 지원군들이 있었기에 이런 일들을 벌릴 수 있지 않았을까... 주위의 도움이 없었다면 시작조차 할 수 없는 일들이다.

모든 일은 관계에서 나오는 것임을 다시 느끼는 순간- 혼자 한다고 힘들다고 착각하지만 이렇듯 혼자가 아님을 느끼게 해주는 고마움과 미안함이 늘 있다. 가까운 사람들과의 연대를 기반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일 테니깐.

지인들의 청소로 프로젝트 공간이 깨끗하게 변화되는 모습
프로젝트 전시 설치 및 준비과정

갑자기 주어진 기회였기에 모든 준비는 부족했고, 예산도 넉넉지 않았다.

이는 사라지는 공간, 할머니의 집에서 더 이상 할 수 없는 소중한 기회였기에 가능했고, 사람들이 이 프로젝트의 진심을 알아줄 것이라는 믿음만 있었다.

펭떼아 프로젝트 공간의 전경 모습과 활력을 넣어준 지인들


펭떼아 프로젝트 공간은 그동안 해왔던 전시와 체험적인 요소들 '펭귄은 눈을 좋아해' 책 함께 읽기, 펭귄블록 쌓기 체험, 펭귄 가면 만들기 외 새로운 이벤트로 '아이스크림을 파는 것'이었다. 사람들과의 소통 매개체를 하나 더 생각했다.

기후위기로 빙하가 녹는 모습을 아이스크림이 녹는다에 콘셉트를 두어 다음 프로젝트로 생각한 것이었는데 우당탕탕이겠지만 미리 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대신 아이스크림 판매금은 '기후변화'관련 단체에 기부하기로 하였다.


이번 프로젝트에 이것저것 다양한 것들을 넣었지만, 마지막 조각을 맞추는 것은 역시 찾아주신 분들이었다.

이런 작은 공간, 작은 프로젝트를 즐길 줄 아는 사람들...

프로젝트 취지에 공감하고 아이스크림을 찾아주신 분들을 사진 찍게 되었는데 점점 쌓여 하나의 큰 기록물이 

되었다. 아직도 이때를 기억하시는 분들을 종종 만나기에 소중한 기록물이 되었다.

‘사라지기 전, 펭떼아프로젝트는’ 짧은 기간의 프로젝트였지만 나름 대림미술관-펭떼아-청와대 코스로 온다는 사람들이 생길 만큼 반응이 나쁘지는 않았다. 아니 짧은 기간이었음에도 이런 루트가 생겼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닌가 싶었다.

오랜만에 글과 사진들을 정리하다 보니 그때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나면서 뭉클해진다.


그림책 읽어주는 모습
펭귄 블록 쌓기 체험 존
아이스크림 먹는 사람들 기록




(다음 편에 계속..)

*사진은 '펭떼아프로젝트'SNS에 올라갔었던 사진입니다. 시간이 지났기에 혹시 불편하시면 글 남겨주세요 :)   


이전 09화 펭귄은 눈을 좋아해-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