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과의 소통 매개체: 펭귄 떼구르르 아이스크림
한여름의 프로젝트는 더운 날씨와 함께 처음 도전해 본 아이스크림 관리도 힘들었고, 찾아오신 모든 분들에게 매번 설명하는 것 또한 일이었다.
반면에 사람들을 알게 되고, 자주 찾아주시는 분들이 생기면서 친해지는 과정에서는 힘을 얻기도 했다.
몇 분 기억에 남는 분들이 계신다.
프로젝트 초반에 동네에서 사진관을 운영하는 젊은 남성분이 오셔서 '기후위기'작품 설명 그리고 프로젝트에 공감하셨는데 나중에 친구 그리고 (그 당시의) 여자친구랑 함께 또 놀러 와서는 펭귄블록과 자유롭게 사진을 찍는 모습이 새로웠다. 나에겐 펭귄블록을 쌓고 그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기만 하는 게 전부였는데 다양하게 연출을 하고 무엇보다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아, 이렇게도 즐길 수 있구나…?!
스튜디오에서 펭귄과 함께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초대해 주셨는데 쑥스러워서 사양하였는데, 지금은 좀 아쉽다는 느낌이 ^^;;;
또 동네 근처에 사는 꼬마는 펭떼아에서 진행한 모든 체험 프로그램(펭귄블록 쌓기, 펭귄 가면 만들기, 책 읽기, 아이스크림 먹기)을 하였고, 나중에는 포스터까지 만들어주었다.
포스터는 프로젝트 중간즈음 아이들이 자주 찾아와 주었기에 '아이들과 워크숍을 진행해 볼까?' 생각하고
의견을 물어봤는데.. 바로 기획부터 색칠까지 단계를 밟아가며 진행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 당시 8살의 아이는 똘망 똘망한 눈망울로 제목, 기간등을 꼼꼼히 체크해 가며 포스터 그림을 그려준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선하다.
엄마와 남동생, 그리고 친구들을 (아직 어려서 친구들의 부모님까지) 이끌고, 우르르 여러 번 놀러 오는 모습에 한 사람의 관심이 주위의 모든 것을 바꿀 수 있구나.. 란 생각이 들었다.
또, 주말에는 한 중년의 선생님이 너무 좋다며 나중에 가르치는 아이들과 함께 오겠다고 하셨는데 진짜로 와주셔서 깜짝 놀랐다. 초등학교 고학년의 6~7명 되는 아이들과 버스 타고 꽤 먼 거리(서울권은 아니었음)를 오셨는데 그 교육 열정에 깜짝 놀랐다. 정작 아이들은 아이스크림 먹기 바빴지만 그래도 나중에는 집중해서 이야기도 듣고, 선생님의 마음과 행동력에 놀란 일이었다.
이렇든 많은 분들, 지인들 또는 지인들의 지인들까지 함께 찾아주시면서 '펭떼아 프로젝트'는 더 풍요로워졌다.
그중 친구의 지인 중에 세종문화회관에 다니시는 분이 계셨다.'펭떼아 프로젝트' 취지를 너무 공감해 주셨고, 거리상으로도 멀지는 않아서 자주 오시다가 협업을 제안해 주셨다.
세종문화회관의 주요 행사인 어린이들을 위한 '썸머 클래식'과의 협업이었는데, 펭떼아에 오신 분들에게는 썸머클래식의 무료 입장권을 '썸머클래식'을 찾아주신 분들에게는 펭떼아에서의 아이스크림 무료권, 리펭구르의 상품들을 나눠주는 것이었는데, 펭떼아에 관심을 주시는 분들에게 이벤트를 할 수 있어 아주 좋은 기회였다.
급하게 진행된 협업이었지만, 추진력에 놀랐고 세종문화회관 측에서도 흔치 않은 일이기에 너무나 고마운 일이었다. 홍보물을 만들고, 배포하고, 현장에 X배너를 설치하는 등 빠르게 진행되었다.
이 홍보물을 보고 과연 펭떼아를 찾아주신 분들이 계실까? 결론적으로는 오신 분은 없었다.ㅎㅎ
생각보다 먼 거리 일수도 있고, 홍보가 부족한 면도 있는 등 여러 가지 변수가 있었겠지만.. 그래도 개인 프로젝트에 세종문화회관에서의 제안은 '이렇게 협업이 진행될 수도 있구나' 배웠고,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추진해 주신 분께 감사한 마음이 컸다.
시간은 흘러 어느덧 '펭떼아 프로젝트'의 막바지.. 약속한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급하게 이것저것 준비하느라 오픈식은 따로 못했었는데, 만난 사람들과의 소중한 인연과 이 공간에서의 추억을 남기고 싶어 고민 끝에 '폐막식'을 진행하기로 했다. 오히려 더 이 프로젝트와 맞는 것 같기도 했다.
어떻게 진행할지 고민하면서 처음으로 떠오른 분은 윤호섭 교수님-
펭떼아에 자주 놀러 와주셔서 큰 응원을 주셨던 윤호섭 교수님께 우선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티셔츠에 그림을 그려주시기로 했다.
교수님은 오랫동안 헌 티셔츠에 친환경페인트로 자연물을 그려주시는 퍼포먼스를 하셨는데, 이번 펭떼아 프로젝트 폐막식을 위해 기쁜 마음으로 도움을 주신 것이다.
갈대 같은 마음으로 흔들릴 때마다 단단한 모습으로
지켜봐 주시는 모습에 힘을 얻는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분이다.
또 한분은 클래식 음악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그림책으로 음악회를 여는 활동을 하셨던 고우리 선생님이다.
고우리쌤과는 처음으로 함께 한 협업이었기에 조심스러웠는데 기뻐하시며 동료분들과 함께 와주셨다.
다양한 악기도 가지고 오셔서 관객분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봤는데~ 당시에는 친하지는 않았지만 왜 끌리는지 알 것 같았다.
이로써 주위사람들의 또 한 번의 큰 도움으로 ‘사라지기 전, 펭떼아 프로젝트’ 폐막식을 위한 준비가 진행되었고, 나는 한 것 없이 술술 진행되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사라지기 전, 펭떼아 프로젝트, 쉽게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생각보다 어려웠다.
처음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 이렇게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받을 것이라는 생각을 못했다. 했다면 진행을 못했을 것이다. 공간이 있으니 무작정 시작했던 것이었는데 생각보다 큰 프로젝트가 되어 힘들고,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만약 주위분들의 협력이 없었다면...? ㅠㅠ
기후위기 주제를 일상에서 느끼기에는 낯설고, 어렵다. 그래서 더 주위의 익숙한 것들과 접목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다행히 이번 '아이스크림'이라는 소통매개체도 많은 분들이 잘 받아들여 주셨고, 특히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더 신이 났던 것 같다.
프로젝트가 끝난 지는 시간이 어느덧 꽤 지났다.
비슷한 프로젝트를 더 하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고, 그래서 더 특별해졌다.
너무나도 늦었지만 추억하고 싶어 기록으로 남기지만, 더 좋은 사진들이 많았는데 시간이 흘러 올리지 못하는 것이 내심 아쉽다.
그래도 조금 마음은 놓이다.
*사진은 '펭떼아프로젝트'SNS에 올라갔었던 사진입니다. 시간이 지났기에 혹시 불편하시면 글 남겨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