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의 낚싯대

by sinn

우리 아빠의 취미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주욱 '낚시'였다. 아빠는 토요일 근무 이후에 바로 낚시를 가서 일요일 밤늦게 비릿한 냄새와 함께 돌아오곤 했다. 그리고 일요일이나 평일 중에 하루는 집에서 낚싯대를 펼쳐놓고 닦고 말리는 작업을 했다. 좁디좁은 집에서 낚싯대를 쭉 펼쳐 놓으면 우리는 제대로 앉을 데조차 없어서 자리를 계속 바꿔가며 TV를 봐야 했고, 아빠는 그때마다 재미있다며 낚싯대를 흔들거나, 또는 의도적으로 찰싹 소리가 날 때까지 가져다 대었다 (한마디로 때렸지만 아빠는 그런 의도가 아니니까 때린 게 아니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낚싯대를 증오했다. TV를 보다 보면 날아와서 여기저기 때리는, 그것도 상당히 날카롭게 아픈 자국을 남기는 존재에 지나지 않았다.


이 생각을, 최근에 새로 산 오월이의 낚싯대를 흔들다가 하게 되었다. 끝 부분이 내가 보아 왔던 낚싯줄로 되어 있어서 그런지, 이걸 흔들다 보면 내가 맞을 때 들었던,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난다. 어린 시절의 나는, 어른이 되면 낚싯대를 안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 내가 이렇게 자발적으로 낚싯대를 흔들고 있는 것이 한편으로 웃기긴 하다. 오월이가 봐주기만 한다면 사실 아무 상관이 없다. 하지만 그 와중에 가끔 낚싯줄이 오월이를 스칠 때가 있어 깜짝 놀라서 낚싯대를 놓아주고 달려가곤 한다. 내가 당한 그 아픔을 오월이도 느꼈을지 걱정이 되기 때문인데, 그 때문에 안 그래도 어려운 놀이가 중단되어 다시 흥이 끌어 오르지 않을 때가 많다.


이전에는 낚싯대가 망가질 거란 생각을 못 했다. 오월이 입양 후 얼마 되지 않아 구매한 낚싯대가 어느 날 갑자기 우지끈 부러졌다. 5단 낚싯대어서 처음에는 조정하기 어려웠지만, 점점 익숙해졌고 또 여러 연출이 가능해서 이 비슷한 낚싯대를 찾기 위해 꽤 많이 찾아보았다. 이번에는 2단과 5단 낚싯대를 구매해서 번갈아가면서 쓰고 있는데, 나름의 장단점이 있다. 2단은 오월이가 많이 움직이려고 하지 않을 때에 낚으려고 쓰고, 5단은 오월이가 이미 뒷발을 들고 있을 때 많이 뛰어다니게 하려고 주로 쓴다. 오늘도 오월이를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 나는 오늘도 낚싯대를 흔들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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