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것들이 우리 삶을 포기하게 하지 않고 여기까지 오게 만들었을까요?'
교수님의 질문으로 가을학기 첫 수업에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의미 있는 답변들이 여러 가지 나왔는데 아니라고 할 것들이 없었다. 어떤 분은 고등학교 때 만났던 선생님의 사랑과 도움이 50이 넘은 지금까지 버티게 만들어준 힘이라 했다.
이를 계기로 '타인'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내 주변에는 늘 좋은 사람들만 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타인과 교류하며 만들어져 가는 자신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봄에서 가을까지 불과 3개월밖에 안되긴 했지만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는 듯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대학원 가을학기가 시작됐다. 상담대학원은 별천지 같은 설렘과 즐거움이 있는 곳이다.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도 감사하고 수업 시간에 서로 살아온 이야기를 소재로 임상의 현장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배움의 시간을 통과하고 있다. 어느 순간에는 무엇인가 되어 그 역할을 수행해야 할 때가 오겠지만 그전까지는 이 시간을 충분히 즐기고 사랑하고 싶다. 누군가를 도와주기에 앞서 스스로가 먼저 도움받으면서. 당분간은 나를 만드는 것들이 대학원 수업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할지는 이 시간을 통과한 내가 더 명확히 알 것이다. 그저, 지금 이 시간을 충분히 살아내고 사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