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엄마! 눈 많이 와! 나가서 눈오리 해도 돼?"
창밖을 보니 눈이 제법 쌓였다. 아이는 옷도 안 입고 뛰어나갈 기세였다.
"응. 되지! 당연히 되지!“
밖은 이미 아이들 천국이었다. 발빠르기도 하지~ 귀여운 녀석들. 오랜만에 골목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하다.
첫째 아이 학원 앞으로 가서 기다렸다가 눈오리 집게를 꺼내 보였더니 입이 찢어지게 웃는다. 눈오리 집게가 하나뿐이라 급하게 시장 안 잡화점에 들렀다. 사장님은 눈이 소복이 쌓일 동안에도 가게를 지키느라 눈이 왔는지 몰랐던 모양이다. 하트모양 집게와, 곰돌이 모양 집게를 집어 계산대에 올려놓는 아이들을 쳐다보더니 "웬 눈 집게? 밖에 눈 와요?" 한다.
"네. 사장님~ 눈이 엄청 왔어요!" 하니 "어머! 그래요? 그럼 첫눈 기념 할인!"을 외치며 반값에 집게를 파셨다. 아이들 동심을 지켜주신 사장님 낭만에 심쿵한 순간이었다.
가게를 나와서 이게 무슨 일이냐며 럭키비키를 외치는 두 딸들의 손을 잡고 나도 동심으로 돌아갔다.
뽀드득 눈 밟는 소리가 이렇게 좋았었나?
첫눈이고 뭐고 이제 그런 건 낭만 없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어느새 활짝 웃고 있었다. 추운 줄도 모르고 신나게 눈놀이를 하며 모처럼 많이 행복했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