狂噴疊石吼重巒(광분첩석후중만) 거센 물결 바위 치며 뭇 산을 울게 하니
人語難分咫尺間(인어난분지척간) 사람 소리 지척에도 분간하기 어렵네
常恐是非聲到耳(상공시비성도이) 옳으니 그르니 시비 소리 내 귀에 들릴세라
故教流水盡籠山(고교류수진롱산) 일부러 흐르는 물로 온 산을 에워싸게 했네
- 최치원(崔致遠, 857 ~ ?), <가야산의 독서당에서 느낌을 읊다[제가야산독서당(題伽倻山讀書堂)]>
지난 수요일 교육원 아이들을 데리고 가야산 소리길을 다녀왔습니다. 가야황산공원에 주차하여 해인사까지 약 20리(7.2km)를 소나무, 잣나무, 졸참나무, 물박달나무, 생강나무, 산수유, 황조롱이 등을 맞이하며 계곡을 따라 걷는 길이었습니다. 천혜의 절벽과 그 아래 인사하듯 나란히 서 있는 한 쌍의 소나무가 정겹게 느껴졌습니다.
소리길은 계곡물 소리, 새소리를 들으며 걷는 길로 알고 있었으나 본디, 희다, 밝다, 깨끗하다는 뜻을 지닌 ‘소(素)’자와 마을 ‘里(리)’자를 쓰고 있어 본래 밝고 깨끗한 혹은 소박한 마을이란 뜻임을 새로이 알 수 있었습니다.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계곡물은 쉼 없이 흐르고 있었고 계곡의 바위 자체가 화강암이라 흰빛을 띠고 있기도 하였습니다. 말없이 소리길을 걷다 문득 통일 신라 시대의 학자이자 문장가인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 857 ~ ?)의 위 시가 자연스레 떠올랐습니다.
일상과 내면의 소음은 세찬 계곡물에 흘려보내고 마음의 참소리를 따라 묵묵히 한 걸음 한 걸음 고요 속으로 침잠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