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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은 Dec 18. 2023

생태적 삶을 위한 한시 읽기

82일


 凝神默坐(응신묵좌)    정신을 모으고 고요히 앉아

 思慮不作(사려불작)    이런저런 생각 일으키지 말고

 數我呼吸(수아호흡)    나의 들숨과 날숨을 세어보면서

 爲存心則(위존심칙)    마음을 보존하는 법으로 삼으라 

 出如陽噓(출여양허)    내쉴 때는 봄기운 펴지듯 양기(陽氣)를 뿜고

 入焉陰閉(입언음폐)    들이쉴 땐 바다의 밀물이 밀려들 듯 음기(陰氣)를 모으도록

 順而勿拘(순이물구)    억지로 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徐而勿迫(서이물박)    서둘지 말고 천천히 천천히

 一轉十百(일전십백)    한 번에서 열 번백 번까지 해보면

 了然心目(료연심목)    마음에 똑똑히 기억되리라

 乍忽卽舛(사홀즉천)    하지만 잠깐 소홀히 하면 어그러지니

 非敬胡得(비경호득)    경건한 마음이 아니면 어찌 해낼 수 있으랴

 – 이익(李瀷, 1681~1763), <숨 세기에 관한 교훈 두 번째[수식잠(數息箴)]> 


 어제 밤 10시 넘은 시각 교육원에 들어왔습니다. 정신이 번쩍드는 차가운 밤공기를 마시며 머리를 들어보니 비가 온 뒤라  평소보다 유난히 밝은 별들이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Y'자 모양의 은하수(우유빛 길) 테두리 안과 테두리 위를 무수히 많은 별들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아는 별자리가 많진 않지만 오리온 자리와 북두칠성은 선명히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제 올 한 해는 2주밖에 남지 않았고 교육원 아이들과 작별할 날은 3일 남았습니다. 올 한 해 이 곳을 거쳐가는 아이들에게 때로는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아 화를 내기도 때로는 더디지만 조금씩 자기의 자리를 찾아가는 아이들을 보며 미소짓기도 하였습니다.


 아쉬움은 아쉬운대로  내년의 일 기약해야겠지요. 오십을 앞둔 요즘 주로 손이 가는 책들은 마음, 의사소통, 뇌교육, 주역 , 직관, 감응 등의 분야입니다. 공자는 나이 오십이 되니 하늘이 자신에게 내려준 소명을 알겠더라고 하셨는데 아직 제 앞가림도 못하고 가야할 길이 희미해 앞을 잘 보지 못하는  저를 보니 한없이 부끄럽고 민망하기 합니다.



  오늘은 조선 후기 실학을 집대성하였으며 다산 정약용을 비롯한 후대 실학자에게 큰 영향을 끼친 성호 이익의 <수식잠>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퇴계 이황을 비롯해 우리 선현들은 자기 수양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습니다. 이황 또한 활인법(活人法:사람을 살리는 법)이라고 해서 성호 이익처럼 숨쉬기와 명상, 자기 돌봄을 일상생활에서 실천하였습니다.     


  우리가 자신의 들숨과 날숨을 잘 관찰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청소년 시기는 이성보다는 감정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합니다. 이성과 합리적인 판단을 주관하는 대뇌의 전두엽이 덜 발달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쉽게 화를 내거나 별다른 이유 없이 욱하는 경향을 드러내곤 합니다. 이러한 기질은 어른이 되면 나아지긴 하나 그것이 습관이 되면 사회생활을 하는데 지장을 받기도 합니다.     


  성호 이익은 정신을 모으고 앉아 자기의 들숨과 날숨을 세어보며 마음을 보존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배꼽 아래 단전(丹田: 기가 모이는 곳)을 의식하며 코로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잠시 멈추었다가 입으로 숨을 천천히 내쉬어 보라고 합니다. 이런 식으로 숨을 들이쉬고 내쉬기를 반복하면 화나거나 들뜬 마음이 진정된다고 합니다.


 세계적인 평화 운동가인 틱낫한 스님 또한 명상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홍보대사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걷기 명상, 음식 명상, 깨어 있음의 중요성, 과거와 미래가 아닌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갈 것을 말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항상 뭔가에 쫓기든 바쁩니다. 이것을 해야 하고 저것을 해야 하며 내가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등 자기가 만들어 낸 고정적인 틀과 강박증에 사로잡혀 있곤 합니다. 그러다 보니 10대의 경우는 학업 스트레스를 직장인의 경우에는 완벽주의와 승진에 대한 압박감에 시달리곤 합니다.     


 이익은 이럴 때일수록 바쁜 마음을 잠시 거두어 편안히 앉아서 ‘서둘지 말고 천천히’ 열 번이고 백 번이고 자신의 숨을 관찰해보라고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 삶과 자신에 대한 사랑과 공경, 자연의 섭리와 우주 법칙에 대한 경외감이며 이러한 공경과 사랑, 경외감을 밑바탕으로 해서 삶의 다양한 경계들을 마주한다면 자신의 ‘참나’와 ‘참된 본성’을 만날 수 있다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여러분의 ‘참나’는 무엇인가요? 여러분의 내면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오늘 하루 찾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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