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내기를 보며

우리 선비, 10대와 농사를 노래하다

by 은은



乾塊化碧畦(건괴화벽휴) 마른 흙덩이가 푸른 밭두둑으로 변했으니

費盡幾牛力(비진기우력) 몇 마리의 소가 힘을 다한 것인가

針芒到黃穗(침망도황혜) 바늘 같던 싹이 누런 이삭 될 때까지

勞却萬人役(노각만인역) 수많은 사람들 힘써 일했네

幸免水旱災(행면수한재) 요행히 가뭄과 홍수를 면해야

萬一儻收得(만일당수득) 만에 하나 제대로 수확하겠지

見兹稼穡艱(견자가색난) 이렇듯 농사일이 어려우니

一粒何忍食(일립하인식) 쌀 한 톨인들 어찌 함부로 먹으랴

凡以祿代耕(범인녹대경) 농사짓는 대신 국록을 먹는 사람들아

要當勖乃職(요당욱내직) 마땅히 자신의 직무에 충실할지라

- 이규보, 「동문 밖에서 모내기를 보면서[동문외관가(東門外觀稼)]」



이규보는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의 저자이기도 한 고려 중기의 문장가이자 시인입니다. 고구려의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을 지은 역사가이기도 하지만 먹거리와 자연, 시골 풍경, 소, 곤충, 동물, 식물 등 자연과 생명을 소재로 한 시를 많이 짓기도 한 자연주의자이자 생태사상가이기도 합니다.


앞선 글에서는 텃밭의 여섯 작물(오이, 가지, 순무, 파, 아욱, 박)의 생장 과정과 먹거리로서의 쓰임과 효용, 생김새를 노래하였다면 이 시에서는 임금님도 부처님도 굶주린 사람을 살리기 어려운데 비바람, 가뭄과 홍수를 겪어내고 ‘바늘 같던 싹이 누런 이삭 될 때까지’ 밤잠 설치며 곡식을 생산하는 농부와 땅, 소, 자연의 수고함에 대해 노래하고 있습니다.


‘마른 흙덩이’를 특유의 부지런함으로 ‘푸른 밭두둑’으로 바꿔내는 기적, 그 땀과 정성과 눈물은 아무나 하기에 어려운 일이며 함부로 지어서도 안 되는 바로 ‘농부의 일’입니다.


옛날에는 가뭄으로 인해 농사지어 먹고 살기가 힘들었다면 오늘날에는 편리함이라는 물신(物神)을 추구한 결과,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 산불, 홍수, 태풍, 이상기온, 땅과 강, 바다의 오염 등으로 인해 농산어촌 모두 먹거리를 길러내고 품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노자의 도덕경 81장을 ‘농사’를 주제로 다시 풀어 쓴 파멜라 메츠는 <자연의 힘>이란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도와 더불어 논밭에서 일함은

자연의 힘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마음 모으기를 배우는 것은

날씨를 지켜보고

거기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다

농부는 최선을 다하고

그리고, 기다린다

자기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있음을 알고 있다

자연의 힘을 지배하려 애쓰는 것은

도와 더불어 일하는 자세가 아니다

농부는 이를 알기에

억지를 부리지 않는다

자기 자신을 믿고 의지하기에

언제나 자유롭다

자연이 주는 힘으로 일을 하기에

그의 논밭은

도와 조화를 이룬다(농사의 도 중에서)


기계의 힘을 빌리고 계속 의지하게 되면 기회를 틈타 움직이는 마음, 기교를 부리는 마음인 기심(機心)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됩니다. 노자는 농부는 자연의 도에 따라 마음을 모으고 험상 궃은 날, 햇볕 강한 날, 흐린 날, 비가 많이 오는 날, 바람 많이 부는 날에 따라 움직이며 ‘자기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해서는 순응하며 받아들일 줄 안다고 말합니다.


인간의 잔꾀인 기심을 이용해 한낱 지구 구성원의 극히 일부인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려고 애쓰는 것은 사마귀가 수레를 이겨보려고 달려드는 어리석은 일에 지나지 않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농부는 억지를 부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자연이 주는 힘으로 일을 하며 천지 만물을 자연과 함께 생육하게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은 농부이기에 논밭과 자신을 의심하는 일 없이 천지의 이치에 따라 자유롭게 오늘의 일에 충만함을 느끼고 그때그때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10대 생각


·우리 옛 조상들이 비가 많이 내려 홍수가 나든 가뭄이 생기든 항상 포기하지 않고 먹고 살기 위해 노력하셨던 모습이 존경스럽게 느껴졌다. 별로 되지 않는 밥도 식구들끼리 아껴먹느라 고생했을 모습에 짠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이 글을 읽고 나서 먹고 사는 일과는 별개로 내가 해야 할에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느꼈다.


· 쌀 한 톨을 생각해보면 굉장히 하찮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옛날 가난한 서민들에게는 쌀 한 톨도 소중하고 귀했을 것이다. 농부의 땀, 쟁기 끄는 소리가 생생하게 떠오른다. 가뭄이 아무리 심하더라도 굴복하지 않고 농부들이 열정적으로 땅을 돌보기 때문에 땅이 고마워서라도 파릇파릇한 새싹을 틔워낸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좁쌀 한 알이 자라나기 위해서는 자연의 도움과 농부들의 수고가 필요하므로‘좁쌀 한 알’에 온 우주가 담겨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 같다.


·우리에게 먹을거리를 수확할 수 있는 땅을 주고 우리가 살아갈 수 있도록 곡식을 제공해주는 자연에 감사하다. 날씨에 상관없이 우리의 먹을거리를 가꾸어주는 농부에게 감사하다.


· 쌀 한 톨을 생산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므로 정말 감사하며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좁쌀 한 알을 만들 때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노력과 과정이 우주인 것 같다. 우리가 좁쌀 한 알에 우주가 담겨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우주처럼 큰 노력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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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어릴 때와 얼마 전까지도 시골에서 사는 것은 상상도 하지 않을 정도로 좋아하진 않았다. 살고 싶지 않은 거지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쌀 한 톨, 농부들의 땀과 정성을 생각하면 감사하고 존경하는 마음이 들고 쟁기 끄는 소를 보면 정겨운 기분도 든다.


·인간이 기계의 힘에 의지하여 살아가려고 하지만 그것의 힘으로 안 되는 것은 ‘어떻게 해결할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쌀 한 알에 온 우주가 담겨 있다는 것은 우주처럼 큰 고생과 노력이 쌀 한 알이 만들어지는 과정인 것 같다.


· 좁쌀 한 알을 길러내기 위해서는 온 우주가 함께 노력해야 되기 때문에 좁쌀 한 알에 우주가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 자연이 주는 힘으로 농부는 일을 하기에 그의 논과 밭도 조화를 이루게 되는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가끔 급식에 나온 쌀밥을 버릴 때도 있고 집에서 밥을 먹고 난 뒤 밥그릇에 붙어 있는 쌀을 보고도 그냥 싱크대에 버리곤 했다. 시에서 농부는 쌀 한 톨이 귀해 함부로 먹지 못하는 것을 보고 앞으로는 쌀 한 톨이라도 남기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고 항상 쌀을 주시는 할머니, 할아버지에게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 나를 돌아보는 물음

1. 쌀 한 톨, 농부의 땀, 쟁기 끄는 소 등을 보면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는지요?

2. 좁쌀 한 알에 온 우주가 담겨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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