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괴로움을 또다시
[두 번째 스무 살, 11학번 000]
27살, 남들보다 늦은 나이지만 저는 11학번으로 다시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편입 전, 저는 종합상사 경영기획팀에서 해외 실적과 경비를 담당했습니다.
모든 자료의 기본이 되는 이 업무를 맡으며 “내가 틀리면 전체가 틀린다”라는 사명감과 책임감을 길렀습니다. 종합상사에서 근무하며 성취감도 컸지만, 회계, 인사를 비롯한 전반적인 부분에서 저의 부족함도 많이 느꼈습니다. 그래서 부족한 역량을 발전시키기 위해 경영학부로 진학을 결심했습니다.
아침 5시 반, 학원가는 지하철 첫차 안에서도 틈틈이 영어단어를 외웠습니다. 매주 치러야 했던 평가시험은 압박감을 주었지만 부족한 부분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 자극제가 됐습니다.
피곤하고 힘들었던 1년이었지만, 뚜렷한 목표 의식을 갖고 도전하는 모습에 스스로 뿌듯했던 한해였습니다.
편입에 성공하고 경영학부 진학 후, 전공 프로젝트와 공모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단순한 지식보다 저의 실무경험을 더해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우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성적우수 장학생으로 선정됐고, 마케팅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한 공모전에서 입선하면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이 시기를 겪으며 바뀐 것은 학력이 아니라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세였습니다. 000에서 저의 노력하는 자세로 꾸준히 발전하는 직원이 되겠습니다.
산다는 것이 기다림이라는 것을 더욱더 느낀다.
매일 눈을 뜨면 하루를 기다리게 된다.
무엇이 꼭 일어날 것만 같고,
기적같이 눈이 환히 뜨이는 정오가 올 것만 같고,
마술의 지팡이로 나의 일상생활이 전혀 다른 맛.
좀 더 긴장된, 풍요하고 충일함 가득하고 뒤끓는 맛을 가지게 되는 것을 매일 아침 기다리고 있다.
꼭 무슨 일이 있을 것만 같고, 무엇이 일어날 것만 같다.
아무 일도 안 일어날 줄은 미리부터 잘 알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전혜린 <이 모든 괴로움을 또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