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피와 회피를 넘어, 나의 속도를 찾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도피했고, 그 영향으로 회피하며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by 여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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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불편한 상황을 만난다.

그때마다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왔는가?


어렸을 때 나는 하기 싫은 일 앞에서 도망치기도 했고, 다시 그런 상황이 오면 회피로 대응했다.

스케이트를 배우다 혼나자 울면서 포기했고, 대학생이 될 때까지 다시는 스케이트를 타지 않았다. 수영을 배우다 물에 빠진 뒤, 친구들과의 시합에서 꼴찌를 하자 아예 수영을 멀리했다. 그때 조금만 더 의지를 내고 다시 도전했다면, 나는 또 다른 재능을 발견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못한다’는 프레임을 씌우고 스스로의 가능성을 접어두었다.


이런 경험은 나만의 특수한 사건이 아니다. 누구나 알게 모르게 스스로에게 장벽을 쌓으며 산다. 그 장벽은 사실 우리가 견딜 수 없는 본질적인 두려움이 아니라, 그 순간의 불편함을 피하기 위한 무의식적 선택의 결과일지도 모른다.


나에게 러닝이 그랬다.
나는 체육 시간에 달리기를 싫어했다. 축구, 농구는 좋아했지만 운동장 10바퀴를 뛰라 하면 괴로웠다.

체력장에서 오래 달리기 순위가 낮으면, 스스로를 “나는 못 뛰는 사람”이라고 규정지었다. 사실은 중간 정도의 순위는 충분히 할 수 있었는데도, 차라리 하위권을 택했다.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변명 속에 가둔 것이다. 처음부터 최선을 다하지 않고 아예 처져서 뛰었다. 그러고는 일부러 하지 않은 거라 나를 포장한다.


군대에서의 행군과 구보는 나의 회피를 더 굳건하게 만들었다. 억지로 달리다 과호흡이 오면 패닉처럼 느껴졌고, 그 경험은 오랫동안 달리기를 ‘평생 피해야 할 것’으로 만들었다. 러닝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며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단정 지었다.


그러던 내가 두 달 전, 독서 모임에서 변화를 맞았다. 책을 읽는 것만이 아니라, 꾸준히 러닝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문득 생각했다. “나도 한번 뛰어볼까?”
그래서 환경을 먼저 만들었다. 휴대폰을 넣을 러닝 벨트와 운동복, 그 두 가지면 충분했다.

퇴근길에 도착한 택배를 보고 나는 마음속으로 받아들였다. “오늘이구나. 오늘 뛰라는 의미겠지.” 남에게 잘 보이려는 마음도, 기록을 세우겠다는 욕심도 없이 나는 그냥 뛰었다.

내가 회피해 온 시간부터 20여 년이 흘렀고, 진정한 나의 의지와 나의 속도로 달리는 건 어쩌면 처음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깨달았다. 나는 생각만큼 느리지 않았고, 못 뛰는 사람도 아니었다.

나는 스스로 만든 착각 속에서 내 능력을 줄여왔던 것이다.


삶을 돌아보면, 우리는 각자 도망치거나 회피하며 쌓아온 장벽들을 품고 살아간다. 하지만 그 장벽은 스스로를 지켜주는 방패가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을 막는 벽일 때가 많다.


앞으로의 삶에서는 그 벽을 조금씩 낮추어 보는 건 어떨까?
불편함을 잠시 인내하며, 두려움을 작은 걸음으로 넘어서는 순간,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강하고 유연한 자신을 만나게 될 것이다.


결국 우리가 넘어야 할 것은 기록이 아니라, 스스로를 못한다고 단정 지은 마음이었던 것이다.

도망친 순간은 사라지지만, 도망치며 쌓은 벽은 평생 남는다. 그러나 용기 낸 한 걸음은 그 벽을 허문다.

우리의 인생에서 회피와 도피는 그 순간 불편한 내 마음을 지켜주는 듯 속삭인다.

하지만 언젠가는 알게 될 것이다.

결국 몸은 도망치고, 마주치지 않았을지는 모르지만, 결국 나를 가두고 있었다.

이제는 현실에서 도망갈 것이 아니라 도전으로부터 나를 해방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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