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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실제로 살아보니...

제주살이 왕초보가 전하는 제주이야기

by 말로이



제주도 중에서도 시골로 이사 왔습니다. 제주도 사람들도 자주 와보지 않았다는 동남쪽으로 말입니다. 이왕이면 IB를 경험할 수 있는 초등학교에 가고 싶었습니다. 자연이 그리웠던 저는 제주도 동남쪽이 꽤 마음에 듭니다. 나가면 검은색 돌담과 파란 바다와 초록색 잎들이 가득합니다. 특히 좋아하는 색이 파란색과 초록색이기도 해서 풍경의 색감을 보는 게 행복합니다. 제주도는 겨울에도 춥지 않아서 잔디를 365일 깎아줘야 한다고 이사업체 사장님이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잔디깎이는 (남편이) 조금 귀찮겠지만, 파릇파릇한 풀을 겨우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행복해집니다.


잔디 깎는 중이에요


제주도에 오기 전 제주살이 관련 유튜브를 자주 보았습니다. 거기에는 제주살이의 단점이 많이 담겨있었습니다. 거기서 자주 봤던 단점들이 있습니다.


1. 제주도는 물가가 비싸!


제주도로 오기 전에, 제주도 물가가 살벌하다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 유튜브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로로 만난 사람들이 그렇게 말했습니다. 부산에서 오기 전에도 저희 부부는 사람 사는 곳인데 비슷하겠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외식을 많이 하는 집일 거라고요. 약 23일 정도 살아본 바로는 실제로 그렇습니다. 식비가 특별하게 많이 나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식자재마트와 대형마트의 신선도와 다양성에 비해 저렴하다는 생각도 했고요. 집 주변에 어떤 마트가 있느냐에 따라 물가는 달라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물가는 부산처럼 동네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제가 사는 곳은 외식비도 부산과 비슷합니다. 이사업체 사장님도 부산에서 오셨는데, 제주도 물가 비싸다고 하는데 살아보니 잘 모르겠다고 이야기하셨습니다. 탐나전을 신청하면 10%를 캐시백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다자녀 카드를 신청하면 무료인 관광지들도 꽤 있습니다. 그린카드까지 있으면 탐나전이나 다자녀카드로 혜택을 볼 수 없을 때 요긴하게 쓰이겠다 는 생각을 했습니다. 대신 관광지를 다니면 관광 비용은 많이 듭니다. 하지만 제주살이하며 비행깃값을 아낀 걸 생각하면 나름 괜찮습니다. 그리고 도민 할인이 있어서 관광객보다는 훨씬 저렴한 금액으로 관광지를 즐길 수 있습니다. 무료로 하는 축제도 많습니다. 검색만 잘하면 좋은 기회에 관광지를 무료로 방문할 수 있습니다. .

제주 로망 패들보드

2. 제주도 텃세 심해 !


또 제주도로 오기 전 많이 들었던 이야기 중 하나는 괸당 (제주도 토박이분들)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텃세가 세서 생활하기에 힘들다고요. 그런데 저희는 가게를 차린 것도 아니고, 다른 지역 사람들의 이주가 많은 동네라 그런지 모두 친절하셨습니다. 정말 친절하신 분들만 만났습니다. 남편과도 그 이야기를 매일 합니다. 면사무소 분들도 모두 친절하셨습니다. 빵집이나 카페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모두 친절하시고요. 재활용 도움 센터에서 일하시는 분도 친절하십니다. 눈을 마주치면 인사드리는데 끄덕끄덕 힘차게 해 주십니다. 나이가 많으신 분들은 대부분 괸당일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는데, 학교에서 봉사하시는 시니어분들과도 농담도 주고받으며 즐겁게 대화를 합니다. 이주하신 분들이 많아서 그런지 텃세는 없으십니다. 짧은 스몰토크도 잘해요. 무민랜드 갔을 때는 저희를 따라오시면서 사진 찍어주신 직원분도 계셨습니다. 처음에 그 직원분이 가족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하셔서 무민랜드 정문에서 사진을 찍어주셨는데, "우리 가족 사진 처음이야!" 라며 좋아했더니 무민랜드 포토스폿에서 또 사진 찍어주셨습니다. 마지막에는 스티커 선물도 챙겨주시더라고요. 너무 감사했습니다. 카페에서 만난 사장님은 아이들 음료를 하나 더 서비스 주시고, 아이들 재우고 먹으라며 티백도 주셨습니다. 그러니 제주도에 오지 않았다면, 괸당의 텃세가 세서 제주도에 정착하기 힘들거라고 생각했겠지요.


카페 사장님께 받은 티백

3. 제주도는 배송이 어려워.


그리고 마지막으로 배송에 한 이야기가 있었어요. 배송 속도가 느리다는 것이요. 그러나 미리 주문하면 문제가 없었습니다. 오늘의 집이나 쿠팡에서 배송되는 물품들도 굉장히 많았습니다. 쿠팡은 아주 빠르면 하루, 이틀 만에 대부분의 물품이 집에 도착합니다. 로켓 프레시를 걱정했는데 깔끔하게 잘 배송이 되더라고요. 가끔은 제주도로 배송이 안 되는 물품들이 있지만 제품의 크기가 아주 크지만 않으면 부산에 있는 시댁이나 친정에 주문을 해놓고, 부산에 갔을 때 찾아오면 됩니다. 오히려 배송 속도가 느리니 마음도 느긋해지는 기분입니다. 배송 속도가 느려지니 마음이 느긋해지는 건 덤으로 받은 행복인 것 같습니다. 아직 제주도콩깍지가 벗겨지지 않은 기분입니다.


첫 쿠팡

제주도의 단점


대신 제주도는 바람이 정말 많이 붑니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 달리기를 했는데 귀가 정말 아프고, 바람을 견디며 뛰어야 하니 진이 빠졌습니다. 그날 반밖에 못 했는데 숨이 찼던 기억이 납니다. 만약 꾸준히 운동하다가 이렇게 바람 부는 곳에서도 잘 뛰어진다면 제가 단련되었다는 뜻이겠지요? 운동 열심히 하다가 귀마개를 하고 뛰어보아야겠습니다. 또 제주도는 비가 오는 날과 날씨가 좋은 날의 갭이 더 크게 느껴지는 기분입니다. 아무래도 주택에 살기도 하고, 비가 오지 않을 때의 날씨가 정말 좋아서 그렇게 느껴집니다.


바람 부는 날, 달리기를 했어요


여성 산부인과가 멀다는 것도 조금은 단점입니다. 저는 여성 산부인과만 다닙니다. 큰 이유는 없고, 20대 때부터 여성 의사 선생님께 받다 보니 출산이던, 검사던 모두 여성 의사 선생님께 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집 주변에는 여성 의사 선생님이 안 계십니다. 물론 이것도 사는 곳에 따라 달라지는 단점이겠지만요/


자동차가 없으면 아예 다닐 수 없는 부분도 조금은 단점입니다. 아직 초보라 동네만 다녀도 충분하지만, 조금 멀리 나가려고 하면 남편과 같이 다녀야합니다. 아직은 불편하지만, 운전이 익숙해지면 해결될 문제라 생각합니다.



제주도 장점


개인적으로 장점은 자전거도로가 잘 되어있다는 것입니다. 남편이 자전거 타기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자전거를 타고 어디든 다닐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합니다. 실제로 차를 타고 다니다보면 자전거 여행 도전하는 분들을 자주 봐서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운동 친화적인 환경입니다. 운동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동네 문화 체험 복합 센터에 가면 일일 1,900원으로 헬스 이용가능하고, 일일 3,000원으로 수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부산보다 빵이 훨씬 저렴합니다. 부산에서는 빵 몇 개만 골라도 2만 원이 훌쩍 넘어가는데요. 여기는 유기농 밀로 만든 빵도 한 봉지 가득 담으면 25,000원 정도 합니다. 여기에 시골 인심으로 빵을 서비스로 주십니다. 제주도에 와서 빵집에서 서비스를 안 받은 적이 없습니다. 지금까지 총 세군데 갔었는데요, 마지막으로 정착한 빵집에서는 베이글 2개를 주시거나, 모닝빵과 차이바타, 소금빵을 한꺼번에 서비스로 주십니다. 그러니 아이들도 계속 가고 싶어 합니다. 저는 통밀빵을 자주 먹는데요. 정말 고소하고 맛있습니다. 유기농 밀로 만든 빵이라 속도 훨씬 좋습니다. 이건 제주도라서가 아니라, 어디에 이사를 하든 좋은 빵집이 있다는 건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에는 다른지역 빵집도 들러보아야겠습니다.


담은 빵과 서비스로 받은 베이글이예요!


아직은 일상과 여행을 오가는 하루하루라 모든 것이 좋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직접 살아보며 느껴보려고 합니다. 남들이 말하는 제주가 아니라, 우리 가족만의 제주도를 느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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