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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 Mar 29. 2021

'의심'의 출처


정주영 작가님의 인스타를 팔로우했다. 현실에서 겪는 관계의 문제를 심플하고 간결하지만 임팩트 있게 전달하신다. 글만 봐도 해소될 때가 있어 피드를 자주 보는데 문득 마음에 들어온 문구가 있다.


당신을 의심하는 사람은

그 의심의 뿌리가 자신임을 모른다.


관계에서 문제가 생기면 내 안에서 먼저 답을 찾는다. 내가 했던 행동과 말을 되짚어보고 상대의 입장에서 다시 한번 필터링한다. 거기서도 답이 나오지 않으면 제삼자에게 감정을 빼고 행동만을 설명해서  잘 못한 행동이 있는지 다시 점검받는다. 착한 아이 콤플렉스, 소심함, 피해주기 싫어하는 성격 등이 합쳐져 참 피곤하게 살기는 한다. 이 성격은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강인한 합리화라는 친구가 날 잘 지켜주고 있다.


사람을 사귀어보면 유형이 다양하다. 별 말을 하지 않아도 안정감이 느껴지는 관계가 있고 오랜 시간 대화를 해도 헛도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리고 끊임없이 우리 관계에 대해 확신을 주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당신이 좋다' '나는 당신을 믿는다'라고 이야기를 해주어야 상대가 안심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뭔갈 오해하게 했나?라는 생각으로 또 나의 행동을 되짚어 봤다. 하지만 잊을만하면 의심의 가시가 말속에 심어져 전달되었다. 가끔 그 의심이 그 사람의 너무 깊은 곳에서부터 뻗어 나오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플 때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의 의심을 풀면서 대화하는 것은 가끔 너무 피곤하다.


결국 문제의 원인은 나에게 있지 않을 때가 많다. 의심하는 행동을 해서가 아니라 의심을 하는 사람 자체가 원인일 수 있다는 거다. 사실 우리 세대에는 대부분 어린 시절 그런 것들을 구분할 만한 눈을 키우지 못했다. 그리고 여전히 착한 아이 콤플렉스를 가진 사람들이 참 많다. 그래서 누군가 감정적으로 서툴게 표현할 때 일단 그 사람을 챙겨주거나 헤아려주기 바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챙겨주는 사람이 존재하는 한 투정 부리는 사람은 반드시 생존한다.


착한 아이 콤플렉스의 특징을 살펴보자.


주로 '착하거나 말 잘 듣는 것은 좋은 것, 착하지 않거나 말 안 듣는 것은 나쁜 것'으로 규정하는데 이는 타인의 판단을 절대적으로 내면화한 것이다. 이러한 규정은 "착하지 않으면 사랑받을 수 없고 버림받을 것이다"는 믿음의 바탕에서 생성된다. 이러한 믿음은 어린이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만들어지며, 어른이 되어도 변하지 못하고 고착돼 얽매여 생활하게 된다. 이에 따라 타인의 눈치를 보고 타인이 하는 말에 집중하며 갈등 상황을 피하고 타인의 요구에 순응한다. 그리고 자신이 타인에게 착하게 행동하고 있는지, 타인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계속 눈치를 보며 확인한다. 반면 자신의 느낌이나 욕구는 억압하기에 타인을 향한 투사나 반동 형성의 행동이 뒤따르게 되며 언제나 내면은 위축되고 우울한 감정으로 가득 차게 된다.                                                                   - 네이버 지식백과-


착한 아이 콤플렉스는 타인의 판단을 절대적으로 내면화한다. 그리고 자신이 타인에게 착하게 행동하고 있는지 타인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계속 눈치를 보며 확인한다고 한다. 즉 상대에게 최선을 다해도 상대가 불만족하면 무언갈 더 해주려 하거나 자기 탓을 하는 것이 착한 아이 콤플렉스라는 것이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마음이 충족될 수 없는 관계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말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생각보다 내 생각을 많이 하지 않는다' 맞다. 상대는 생각보다 내 생각을 많이 하지 않는다. 나를 많이 생각하지 않기도 하지만 내 입장에서 모든 것을 일일이 고려해주기란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말이다. 나도 물론 상대에게 그런 존재다. 내가 관계에 진심이었다면 그것으로 끝이고 찝찝한 게 있다면 상대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이 낫다. 그럼에도 관계에 만족했다면 그 만족감은 '나의 것'이고 상대의 만족감은 '상대의 것'이다. 일일이 확인해서 만족 여부를 결정지을 수는 없다. 으른들의 세계에서는 상대의 감정이나 만족도도 상대의 것으로 인정해줄 수 있어야 한다. 자질구레하게 행동을 곱씹으며 의도를 붙이고 해석해나간다면 어차피 이어나가도 피곤한 인연이다.


고로, 내가 이 관계에 진심이었다면 그걸로 끝이다.

남은 의심, 고마움, 만족은 다 그의 것이다.


인용 출처

정주영 작가님 인스타 페이지 : https://instagram.com/jungjuyoung9?igshid=17b0tg0uk8oc4

-다 잊는 성격이 돼라 , 다 안을 체력이 돼라, 다 해본 사람이 돼라 중 -


사진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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