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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 Oct 16. 2023

출근해서 쓴 아빠.

서문

  

 

서문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이자,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런 무겁고 슬픈 이야기를 집에서 혼자 쓰면 너무 그 감정에 빠져들 것 같아서 출근해서 쓴 이야기입니다. 쓰면서 스스로의 마음을 붙들기 위해서 어느 때보다 아침 일찍 출근해서 글을 썼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글을 쓰다 보면 눈물이 나서 한 번에 긴 글을 쓰지는 못했습니다. 눈에 눈물이 고이면 기지개를 켜며 마치 아침의 피로인 척, 눈물이 아니라 하품이었던 척하며 하품의 순기능에 대해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책상에 파티션이 고맙기도 하고, 그래도 허리를 피면 다른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니, 그 높이가 아쉽기도 했습니다. 

  너무 낮지도 충분히 높지도 않은 파티션 높이처럼, 그 정도의 견딜 수 있는 슬픔만 느끼고 싶어서, 가장 마음이 긍정적인 아침에, 출근해서 쓴 글입니다. 주변 동료들에게도 가능하면 드러내지 않고, 여기에 눌러 담았습니다. 


  이 글을 처음 쓸 때는 오직 저를 위한 글이었습니다. 말기 암의 고통에도 괜찮다고만 하던 아버지를 닮은 인간이라 누구에게 위로를 요청하지도, 위로를 받지도 못하는 내가 나를 위해 쓴 글입니다. 아버지를 기억하고, 조금 더 혼자 슬퍼하려고 쓴 글입니다. 그리고 조금 더 욕심을 내면 똑같이 아버지의 그런 이상한 고집을 물려받은 나의 언니와 나의 동생을 위해서 쓴 글입니다. 

  서로 '괜찮아?'라는 질문이 무색한 나의 형제들에게 언니도, 동생 너도 슬퍼해도 괜찮다고, 그리고 괜찮아도 괜찮다고. 나도 아직도 눈물 나게 슬프기도 하고 너무나 괜찮기도 하다고.


  그래서 무엇보다 글 중간중간 계속해서 자책을 경계합니다. 어쩌면 다행히도 아버지가 오래 아프셨던 덕분에 자식은 오래 이별을 준비할 수 있었고, 그 긴 시간은 자식이 슬픔에 대비하는 것이 아니라 예견된 죄책감에도 대비할 수 있게 해 줬습니다. 그래도 밀려오는 후회와 자책들에 대해서는 그런 글을 쓰다가도 의식적으로 자책하지 말자고 쓰곤 했습니다. 

  그저 아버지를 기억하고, 감사하고 내 삶을 살자고.




*  이후의 글은 일기이므로 '아버지'는 모두 제가 더 잘 사용하는 단어인 '아빠'로 표기되는 등 형식이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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