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마치며 _ 이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아빠에 대해서 쓰면서 더 확실해진 것은 아빠가 삶을 얼마나 아빠답게 살았는지입니다. 삶이라는 아빠에게 주어진 기회에 대해서 얼마나 많이 고민하고, 아까워했는지 그래서 첫 번째의 암을 이겨내고도, 두 번째 암 앞에서도 얼마나 오래 견뎠는지에 대해서 생각합니다. 정말 끝의 끝이 오늘 그 순간까지도 아빠가 삶에 가졌던 의지를 기억합니다. 아빠에게는 주어지지 않았고, 당연하다는 듯이 내가 오늘 누리고 있는 오늘 하루에 대해서 생각합니다. 그래서 출근해서 눈씨울이 붉어질 때까지만 글을 썼지만, 그렇게 글을 쓰고 나서는 아빠를 잊고 열심히 주어진 하루를 살았습니다.
앞서 서문에서 이 글이 나와 나의 형제들, 그리고 비슷한 타인들을 위한 글이라고 쓰면서 나는 우리 엄마 영자씨를 감히 넣을 수 없었습니다. 나와 내 형제들이 겪은 우리 아빠는 그래도 저마다 크기가 다를지언정, 비슷한 모양새입니다. 하지만 엄마에게 아빠는, 엄마의 아빠는 내 이해나 나의 위로의 범주가 아니었습니다. 엄마가 겪은 삶은 옆에서 보면서도 관찰자였을 뿐이므로, 저는 엄마의 감정이나 엄마의 슬픔에 대해 감히 언급할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아빠와 마지막을 함께 한 집에서, 아빠가 떠나던 순간까지 함께 했던 엄마가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서 어떤 방식으로 견디고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엄마도 글을 썼으면 좋겠습니다. 엄마를 위해서, 나를 위해서.
그리고, 당신도 글을 썼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