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Night's Mistery Club
W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두 오랜만입니다.
요 며칠 동안은 좀 어수선하고 정신없는 시간이었습니다. 우리 모두 가슴 아픈 일이 있기도 했었고...
다들 아시다시피 오늘은 K의 이야기를 듣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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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오늘 준비한 이야기는 이겁니다."
K는 주머니에서 흰 봉투를 꺼냈다. 봉투 안에는 신문기사 쪼가리가 들어있었다.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저는 몇 년 전부터 대리운전을 하고 있습니다. 대리운전이라는 게 워낙 별의 별 일을 다 겪게 되기는 합니다만...
사실 이 일은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저 스스로도 다시 꺼내기 힘든 일이기도 하고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누구도 믿어줄 것 같지 않아서입니다.
지금 이 일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쩌면 그동안 저를 가두고 있던 그 무언가로부터 벗어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K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날은..., 낮부터 비가 내렸습니다. 종일 추적추적 비가 내렸죠.
비 내리는 날은 사실 대리운전기사들이 괴롭습니다.
비가 내리니 움직이기도 불편하고, 새벽까지 정신없이 일하다 보면 몸은 비에 젖어 무겁습니다.
그런데 비 오는 날은 또 오더가 많이 발생합니다.
아... 오더는 대리운전 주문을 말합니다.
비가 내리는 날에는 아무래도 운전이 힘들다 보니 술 마신 사람들도 직접 운전하는 것보다는 대리운전을 부르는 편입니다.
비가 오면 몸은 힘들지만 돈은 제법 벌리는 거죠.
재수없어서 감기라도 걸리면 그날 번 돈이 다 약값으로 들어가기도 합니다만, 어쨌든 수입은 쏠쏠하니 일을 하지 않을 수도 없습니다."
K는 주위를 둘러보고는 담배를 한 대 물었다.
"후...
어쨌든 비가 내리는 걸 보면서 저는 비옷을 꺼내 입었습니다. 우산을 들고 다닐 때도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이리 뛰고 저리 뛰려면 우산보다는 비옷이 낫습니다.
옷이 젖으면 손님들도 싫어하죠. 차 시트 젖는 걸 좋아할 사람은 없으니까요.
비옷을 입고 움직이면 손님 차에 타기 전에 비옷을 벗어서 털고 뒤집어 접어서 무릎 위에 올리면 깔끔하니까 손님들이 인상 찌푸릴 일은 없거든요.
사실 술 마신 사람들이라 무슨 일로 시비가 붙을지 모르니 미리 이런저런 대비를 하는 겁니다.
집을 나서며 시계를 들여다 보니 7시였습니다. 좀 이른 시간이긴 했습니다만, 가끔은 낮부터 대리운전을 부르는 손님도 있습니다.
집 근처에서 첫 오더가 꽤 나오는 편입니다.
집 앞 은행에 있는 커피 자판기에서 커피 한 잔 뽑아 마시면서 오더를 살피고 있었죠.
운이 좋았는지 근처에서 오더가 떴습니다.
오더를 잡고 위치를 확인하니 양평역 근처에 있는 호프집이더군요. 목적지는 녹번역, 목적지가 그다지 좋은 곳은 아니었지만 가까워서 오더를 잡았습니다.
만나보니 손님도 술을 많이 드신 상태도 아니고, 20대의 여성분이었습니다.
뭐, 남자가 여자 손님 만나는 게 기분 나쁠 일은 아니잖습니까?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녹번역까지 갔습니다. 원래 2만 원인데 만원을 더 주더군요.
어쨌든 그렇게 첫 오더를 시작했으니 '오늘은 잘 풀리려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첫 손님을 내려주고 오더를 확인하니 가까운 곳에서는 오더가 없더군요.
그나마 연신내 쪽이 오더가 좀 나오길래 이동을 하려고 하는데 사무실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K는 담배를 비벼 끄며 연기라도 들어갔는지 눈을 끔벅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