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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의 이야기 #3

Saturday Night's Mistery Club

by NoZam

다음 날, 그 날은 아기가 몸이 아파 병원엘 다녀왔습니다. 감기 기운이 있다고 해서 치료를 받았거든요.

아기 엄마한테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연락하라고 하고는 밤 9시가 다 되어서 집을 나섰습니다.

아기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몰랐는데 사무실에서 몇 번 전화를 했었더군요.

마지막으로 연락 온 게 십분 전이었습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사무실로 전화를 했습니다.


"K기사님, 왜 이렇게 연락이 안 돼요?"

"아, 네. 아기가 아파서 병원엘 갔다 오느라 정신이 없었네요. 그런데 무슨 일이신데 전화를 하신 거죠?"

"어제, 그 청평 들어가셨던 손님 기억나시죠?"

"네? 그 몸이 불편하신 손님 말씀이세요?"

"네. 그 손님께서 한 시간 전쯤에 연락이 왔었거든요. K기사님 불러달라고..."

"어... 지금 영등폰데, 녹번까지 가려면 시간 많이 걸릴 텐데요."

"급하지 않으니까 천천히 와도 된다고 하셨어요. 연락해보세요."

"알겠습니다."


바로 전화를 했습니다. 몇 번 신호가 가고 나서 전화를 받더군요.

"안녕하세요? 대리운전기사입니다."

"네. 어제 그분 맞으세요?"

"네, 어제 모셔다 드렸던 기사입니다. 지금 찾아뵈면 될까요?"

"그렇게 하세요. 어제 만났던 그 자리에 있습니다."

"저... 손님, 그런데 이렇게 고정 기사 부르시면 대리비에 교통비, 고정 호출비까지 꽤 돈이 많이 들어갈 텐데, 괜찮으시겠어요?"

"그건 신경 쓰지 마세요. 지금 바로 오실 건가요?"

"네. 택시 타고 가도록 하겠습니다. 한 이십 분 정도면 될 것 같습니다."


전화를 끊고 택시를 탔습니다.

택시에서 내려서 둘러보니 차가 보이더군요.

차 문을 열고 인사를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래 기다리셨죠?"

"아... 네, 어서 오세요."

"오늘도 집으로 아시나요?"

"네. 어제 가 봐서 어디인지 알고 계시죠? 혹시 모르겠으면 네비 켜도 됩니다."

"아닙니다.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차가 많이 막혔습니다.

그녀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눈을 감고 말을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채 앉아 있었습니다.

두어 시간 정도를 그렇게 앉아 있으려면 졸리기도 하고 힘이 들어서 자세가 풀릴텐데 전혀 그런 내색이 없었습니다.

고개도 숙이지 않고 빳빳하게 든 자세 그대로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집에 도착해서 대문을 열고 주차를 했습니다.

"택시비도 쓰셨고 차 막히는 데 오래도록 운전하셨으니 조금 넉넉하게 드릴게요."

그녀는 제게 돈을 건넸습니다. 받아 들고 보니 만 원권으로 열다섯 장, 십오만 원이었습니다.

"이렇게 많이 주실 필요 없습니다. 고정이라고 해도 보통 두 배 정도 받거든요. 그러니까..."

"아니에요. 그냥 받으세요. 그 대신 어제처럼 데려다 주시면 되잖아요?"

그렇게 해서 전날처럼 그녀를 업고 집으로 로 들어갔습니다.


현관문을 열고 보니 어제와는 다르게 전동 휠체어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 휠체어는 어디 있죠?"

"어? 이상하네. 안으로 들어가 주시겠어요?"

신을 벗고 거실에 들어서니 주방 쪽에 휠체어가 있는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녀를 휠체어에 태우고 돌아서는데 전날처럼 음료수를 한 잔 건네더군요.

"감사합니다. 번번이 얻어 마시네요."

"그래 봤자 주스 한 잔이고, 이제 겨우 두 번째인데 뭘요?"

"잘 마셨습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돌아서다가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어서 다시 고개를 돌렸습니다.

"저, 어제 저한테 '앞으로 자주 보게 될 거'라고 하셨었는데, 그게 무슨 뜻이죠?"

"별 거 아니에요. 오늘도 만났잖아요. 그런 거죠, 뭐..."


현관을 나섰습니다.

분명히 그녀는 거실 소파 근처에서 휠체어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날도 마찬가지로 제가 문을 나서자마자 힘껏 문이 닫혔습니다.

대문을 나서는데 마음이 조마조마하더군요.

천천히 대문을 나섰습니다. 그런데 역시 제가 대문을 넘어서자마자 큰소리를 내며 닫혔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그 녀의 집에서는 모든 불빛이 꺼졌습니다.


그 후로 거의 매일 그녀의 차를 운전했습니다. 그녀의 말대로 자주 보게 된 거죠.

한 달 가까이 밤마다 그녀의 호출을 받고 나간 겁니다.

그녀는 여전히 차 안에서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매 번 저는 그녀를 업어서 집에 데려다 주었고, 그때마다 주스 한 잔을 얻어 마셨습니다.

집에 들어서면 그녀는 제법 환한 미소도 보여주었고 말을 건네기도 했습니다만 그래 봤자 불과 십 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었죠.

게다가 그녀의 집을 나서면 언제나 대문은 쾅 소리를 내며 닫혔고 그와 동시에 불이 꺼진다는 것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녀의 집 대문을 나서서 문이 닫히는 그 상황이 점점 싫어지더군요. 소름이 끼치기도 하고...


생각해보니 딱 그만큼 만이었네요.

차 안에서 있는 시간이 가장 긴데 차 안에서는 전혀 말을 하지 않으니 그녀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조차 알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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