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종수 Mar 06. 2019

두만강을 따라서

두만강을 따라서     


오늘은 두만강을 따라간다. 백두에서 발원한 두만강을 따라 동해로 흘러드는 훈춘이 있는 두만강 하류까지 간다.  천천히, 때로는 급격히 세어지는 물살을 따라 두만강을 따라가다 보면 북녘의 스산한 바람을 만나게 될 터이니 그저 바람을 좇아갈 뿐이다.


두마안가앙~ 

푸ㅡ른 물에

노 젓는 배앳 사아공...      


노래를 불러본다. 그런데 문득 가사가 좀 거시기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두만강에서 노를 저을 만큼 넓은 강폭도 아닌데, 더구나 두만강은 물살이 빨라 래프팅이나 카야킹을 하면 모를까 넉살 좋게 노를 젓기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에 어찌 그런 가사를 쓴 걸까 궁금했다. 차라리 “압록강 푸른 물”에라고 했으면 나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쓴웃음이 나온다. 아무튼 두만강을 따라가면서 길에서 만나는 여러 모습의 풍경과 사람들 표정이 참 따스하고 반갑다. 특히나 두만강 건너에 보이는 북녘 사람들 얼굴이 붉은색이 아니듯 그들의 마음도 붉은색은 아닐 것이다.    

  

두만강 발원지에서 74km 정도 떨어진 곳에 숭선진이 있다. 숭선진에는 고성리라는 강변마을이 자리하고 있는데 조선족이 많이 살고 있다. 이곳에서 보는 강 건너 마을은 북한의 양강도 대흥단군 삼장리이다. 이곳에는 두 마을을 잇는 다리가 있는데 1929년도에 세워졌다. 두만강 상류에 세워진 이 다리를 통해 그동안 중국과 북한은 서로 교역을 해왔다.     


초기에는 주로 강 건너 북한 측 삼장리를 오가는 교량 역할을 했을 뿐인데, 그 후 점차 이동물량이 많아지자 1933년 도문 세관을 건립하고 고성리에 관소를 설치한다. 그 후 이차대전이 종료되고 일제가 물러가고 625 전쟁이 끝나자 1953년 12월, 중국과 북한은 국경 통행 협약을 맺고 이곳을 개방한다. 길림성 연변 조선족 자치주 화룡시 숭선진에 자리 잡은 고성리 교량(동경 129도, 북위 42도)은 화룡시와 80Km, 북한 대홍단군과 24Km, 북한 혜산시와 175Km 떨어져 있다. 이곳 다리는 두만강에 설치된 몇 개 안 되는 교량 중 하나이다.     


고성리 마을
고성리 마을의 식당과 버들치 요리


고성리에 설치된 국경 다리는 ‘두만강 제1교’라고 부르는데 1995년 9월 15일에 개보수를 하고 정식으로 개통되었다. 고성리 다리의 길이는 76m, 폭 9m이다. 2007년 8월 30일에 중국 국무원이 고성리 통상구를 국가 1류 통상구로 지정한다.     


한편, 중국 측 고성리 통상구의 맞은편은 북한의 삼장리 통상구인데 현재 북한에서 중국(연변자치주) 측으로 승객과 화물을 수송하는 유일한 국경도로이자 교량이 있는 곳이다.  또한 연변 조선족 자치주에서 북한 양강도로 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기도 하다.     


이곳 고성리 통상구는 2015년 12월 25일 중국 국가 질량검사 총국에서 정식으로 “알곡 입국 C류(C류는 국경 육로운송 통상구) 지정 통상구”로 비준을 했다. 길림성 연변자치주 고성리 통상구가 C류 국경 육로운송 알곡 입국 지정 통상구로 비준 받음으로써 북한의 식량이 고성리 통상구를 통해 중국으로 들어오거나 반대로 중국에서 북한으로 식량이 필요에 따라 오갈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정책 수립으로 인해 그동안 지체된 알곡 부족 문제를 해결하게 되었고 지방무역을 활성화하고 지역 발전을 추진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고성리 통상구는 북한 측 백두산 등산로 초입인 혜산시 무봉로 동자 구역으로 직접 진입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기도 하다. 따라서 중국 측 화룡시는 북한 측 혜산시의 무봉로 동자 구역과의 관광특구 협약으로 더욱 고성리 통상구의 역할이 증대할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앞으로 연변을 거쳐 고성리를 통한 백두산 관광도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     


무봉 국제관광특구는 관광자원이 아주 풍부하다. 자연경관이 수려하고 다양하며 문화 자원까지 풍부한 게 장점이다. 더구나 특구 경내에는 오염이 거의 없는 청산록수와 기이한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백두산 동쪽 비탈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려명수 폭포, 삼지연 호수, 덕수 샘물 등 신비한 자연경관과 대기념비 광장, 청풍 숙영지, 백두산 밀영 등 성스러운 인문 경물들이 산재해 있다. 북한 관광이 가능해진다면 제일 먼저 관심을 가져도 좋을 듯한 지역으로 보인다.     



무봉 국제 관광특구는 현재 중국과 북한 측에서 합작 운영하고 있고, 중국의 고성리 통상구와-북한의 삼장 통상구와 백두산 동쪽 비탈을 잇는 관광 선로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기에 관광자원을 종합적으로 이용하는 데도 아주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다. 연변 조선족 자치구의 발전과 문화 확산에 많은 이점을 제공할 것으로 보여 앞으로 고성리 통상구의 역할에 많은 기대를 가지게 한다.     


고성리 다리를 오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는 사이 강 건너 저편 북한지역에 문득 카메라 렌즈에 한 가족인듯한 아이들과 어른 한 명의 모습이 보인다. 여자아이 두 명과 아빠인듯한 사내가 책을 읽어주는 듯한 모습이 정겹게 느껴진다. 그 곁으로 무심하게 군복을 입은 여성들이 지나간다. 한참을 무심결에 그네들을 따라 시선을 빼앗기고 있다 보니 배가 고파왔다.     


이제는 슬슬 허기진 배를 채울만한 곳을 찾아 나선다. 가까운 곳에서 조선족 식당을 한 곳 찾았다. 잠시 후 맛있는 냄새와 함께 소박한 식탁이 차려졌다. 두만강에서 갓 잡아 올린 버들치 요리가 오늘의 주요리이다. 코스모스가 활짝 핀 두만강가에서 버들치 요리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또다시 길 위에 섰다. 계속해서 두만강을 따라 하류 쪽으로 간다.          


잠시 후 호암 관광구에 이른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두만강과 북한 지역의 경관은 가히 장관이다. 남평진 서남부에 위치한 호암 관광구는 북한의 함경북도 무산 군과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있다. 호암산 정상에 오르면 두만강과 아시아에서 제일 큰 노천 철광인 북한의 무산철광과 무산 군의 경치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곳은 연변 조선족 자치주에서 북한의 도시를 굽어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무산 노천 철광산
호암관광구에서 바라본 함경북도 무산군과 두만강


한편, 북한의 대표적 철광산은 함경북도 무산광산으로 아시아 최대 자철광 산지이며 추정 매장량은 30억~50억 톤이고 가채매장량은 13억 톤에 이르는 노천광산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매장량이 89억 톤이며 가채 매장량은 31억 톤에 이른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무산광산은 무산읍에서 동쪽으로 약 5㎞ 지점에 있으며, 무산군 강선 노동자구, 풍산리, 회령시 용천리 일부 지역을 포함하는 노천광산이다. 따라서 굴을 파고 들어갈 필요 없이 지표에서 철광석을 실어 나를 수 있다. 또한 광맥이 지표에 나와 있는 노두(露頭)의 연장 길이는 약 243m이며 광구 면적은 여의도 면적의 15배인 130㎢에 달하며 1,000m 높이의 산 전체가 광맥으로 이루어져 있어 아시아 최대의 노천 철광산이다. 

    

그런데 남한은 2012년 기준으로 철을 59만 톤 생산했을 뿐 필요한 6천599만 톤을 수입해 거의 대부분의 철광석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북한의 철광석을 한국으로 직접 수입한다면 물류비 절감 등으로 인한 경제효과는 물론 남북 모두에게 경제적으로 유익할 것이다. 역시나 두만강에서 느끼는 남북 간 경협의 필요성은 절대적이라고 하겠다.    

 

계속 강을 따라 내려가다 보니 멀리 강 건너 북한 측 초소 부근에서 불을 피우는지 연기가 피어오른다. 점심때이다 보니 어쩌면 무언가 요기를 위해 굽거나 끓이기 위해 불을 피웠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북한 병사들이 우리처럼 강에서 버들치를 잡아 구워 먹으려 했던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두만강 하류로 갈수록 작은 마을이 자주 나타났다. 마을에는 대형 안테나도 보였다. 인근이 산악지형이다 보니 대형 안테나가 필요했으리라. 그런데 문득 대형 안테나가 설치되어 있다면 TV 시설도 설치되어야 했을 터, 어쩌면 한국 TV를 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연변을 비롯한 이곳 조선족들에게 한국 TV가 실시간으로 위성중계를 하고 있기에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이곳에서 잠시 물을 얻어마시고 간다. 

     

두만강을 따라가다 만나는 마을들
역시나 철조망은 을씨년스럽기만하다.


두만강변은 생각보다 그 폭이 작아 월경이 쉬울 것만 같았다. 그래서인지 국경은 대부분 철조망이 쳐져 있는데도 전혀 국경 같은 기분이 들지 않았다. 마치 어느 목장주가 자기 땅 경계표시로 쳐놓은 철조망 정도로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강 건너 보이는 집들,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이곳 두만강 너머 중국 땅에 사는 조선족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은 교류를 하며 지낸다고 했다. 아마 서로의 필요성이 그런 교류를 가능하게 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에게 필요한 건 단지 물자와 관계성일 뿐이다. 이념이나 정책은 그저 허깨비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계속 두만강변을 따라간다. 두만강은 겨울에 그리 깊지 않기 때문에 조금만 추운 날이 계속되어도 꽁꽁 얼어붙어 버린다. 그러니 자연 한밤중 얼어붙은 국경을 건너 중국 쪽으로 넘어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저 멀리 남쪽에서 달려오다 국경에서 잠시 멈추는 기차 간이역도 보인다.  

    

잠시 후 두만강에서 가장 큰 도시인 도문이란 곳에 다다른다. 두만강을 가운데 사이에 두고 중국과 북한이 마주하고 있는 지역이다. 중국 쪽에는 강변을 따라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 하지만 북한 지역에는 연기가 나오지 않는 집들만 보일뿐 한 겨울의 추위 속에 썰렁한 느낌을 줄 뿐이다.     

           

두만강 건너편으로 북한 지역이 보인다.
다리 중간이 북한과 중국의 국경선이다. 현재 도문의 낡은 다리를 대신할 새 다리를 건설하고 있다.


강 건너 북녘땅에는 한 겨울인데도 연기가 피어오르는 건물이 거의 보이질 않는다. 그렇다고 전기난방을 하는 것은 아닐 텐데 추운 날 어찌 견디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도문은 두만강변에 있는 도시중 가장 큰 규모의 교역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두만강 상류에서 시작한 강줄기가 이곳 도문에 닿으면 제법 강폭도 넓어지고 흐름도 빠르기 때문에 길고 널찍한 다리를 놓았다. 다리 한가운데에 북중 간 경계선을 그어놓았다.   

       

"변경선"이라 써놓은 글자를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아마 변경선이란 글자를 보며 어떤 사람들은 이데올로기와 거창한 구호들을 외쳐댈지 모르겠지만 내 웃음의 진짜 의미는 바로 그런 사람들 표정과 구호들이 떠올라 터져 나온 웃음이었다.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념의 늪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계속해서 차를 몰아 훈춘으로 간다. 훈춘은 두만강 하류 끝 지역에 있다. 북한과 러시아, 그리고 중국 세 나라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역이다. 우리 일행은 훈춘에 도착해 중국 쪽 전망대에 올라 두만강을 바라본다. 

    

전망대에서 국경선 너머를 바라보면서 한참을 한숨과 긴 숨을 내쉬며 또다시 연변으로 돌아갈 채비를 한다. 연변으로 돌아오는 중간에 안중근 의사 생가터를 찾았다. 거의 아무도 돌보는 이도 찾는 이도 드물어서인지 참 을씨년스럽기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달랑 초가집 하나뿐이고 작은 마당에는 허허벌판같은 느낌만 가득하다. 어느새 주위가 어둑어둑해진다. 이제는 쉬지 않고 긴 거리를 단숨에 달려 연변으로 돌아간다. 저녁노을이 한 편의 수묵화 같다.  

   

훈춘에서 바라본 두만강, 철조망 너머 북한과 러시아 지역이 보인다.
훈춘 인근에 있는 안중근 생가터


어둠이 내리는 연변으로 되돌아왔다. 시내 식당에 들어가 양고기 꼬치구이로 저녁을 대신한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꼬치라는 말 대신 양고기를 꼬치에 꿰었다고 ‘뀀’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한국에서는 ‘양꼬치’라는 말을 주로 사용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그 대신 뀀이라고 표기한다. 중국어 글자도 마치 양고기를 꿰어놓은 모습의 글자이다. 두만강 탐사는 '뀀'과 함께 그렇게 끝이 났다.   

  

두만강 상류지역은 중국에서 이름 높은 관광지로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듯했다. 중국인 관광객을 위해서인지 남한에서 찾아오는 관광객을 위해서인지 ‘김일성 낚시터’인 조어대와 옥녀 늪(천녀욕탕지), 그리고 숭선진 등 일대 경승지와 북한의 백두산 북파 산문을 잇는 관광코스도 안내판을 새로 만들어 다는 등 거의 개발과 치장을 완료한 상태다. 숭선진에서 광평을 거쳐 백두산 북파 산문에 이르는 산중도로 역시 포장이 완료되어 많은 관광객을 실어 나르기에 안성맞춤이다. 지금은 과연 얼마나 많은 관광객이 그리로 몰려들고 있을지 궁금하기만 하다. 


총길이 525Km의 두만강, 연변 조선족 자치주를 감싸고 흐르는 어머니 같은 강, 화룡시를 지나 용정, 도문, 훈춘 등 4개 도시를 흘러지나고 방천의 토자비를 지난 후 러시아와 북한의 국경지역 15Km를 더 달리고 나서야 동해로 흘러든다. 


두만강에는 흘러드는 지류가 많다. 10Km 이상의 지류들로는 중국 쪽의 홍기하, 가야하, 훈춘하 등이 있고 북한 쪽에서 흘러드는 지류들로는 서두수, 연변수, 성천강, 회영천, 오룡천 등이 있다. 이처럼 적지 않은 지류들을 거느리고 백두 인근에서 발원한 두만강이 동해의 머리를 적시며 바다가 된다. 가히 한민족의 고귀한 젖줄이라 하겠다.   


이전 01화 압록강은 흐른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