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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향 May 15. 2020

스승의 날에...새롭게 다짐하며

              -  마음까지 붙여주는 5초 본드 어디 없을까?


   마음까지 붙여주는 5초 본드 어디 없을까?


 00이가 교실 유리창을 깼다.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다는 생각에 한숨을 몰아쉬며 어찌된 일이냐고 물었다. 

 “옆반 친구랑 장난치다가 깼어요. 그래도 친구 손은 안 다쳤어요.” 

 유리 파편에 다른 친구들이 다칠까 봐 가까이 오지 말라고 하고 혼자 주변을 깨끗이 청소했다고 덧붙인다. 


 몸이 불편하신 아버지와 연로하신 할아버지를 돌봐 드리며, 공장에 다니는 어머니를 대신해 집안일까지 도맡아하는 녀석. 처음 만났을 때부터 어른스럽게 말하는 품이 날 주눅 들게 하더니, 친구랑 장난치며 이런 사고를 치는 걸 보니 ‘역시 아이는 아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돈을 주어 행정실로 보냈더니 오후엔 새 유리창이 끼워져 있었다. 


 어제 종례시간엔 아침까지 멀쩡하던 에어컨 송풍구 날개 하나가 부러져 있었다. 이건 분명한 학교 기물 파손이라고 하며 똑같은 에어컨 날개를 구해 끼워 두어야 한다고 겁을 주었더니, 오늘은 이른 아침부터 그 앞에서 두 녀석이 머리를 맞대고 낑낑거리고 있다. 5초 본드를 사왔는데 부러진 부분보다 제 손에 먼저 붙어서 난리가 났다. 


 단돈 만 원에 깨끗하게 바뀐 유리창과 5초 본드로 감쪽같이 붙은 에어컨 날개를 보며 생각했다.

 요 녀석들 중에도 깨어지고 상처 입은 영혼들이 있을 텐데 

그 마음도 깨끗하게 치료해 주고 싶다는 엄청나고 야무진 생각을 감히……. 


 정말 상처 입은 마음까지 깨끗하게 붙여주는 5초 본드 어디 없을까? 


                                     -  예전 교단일기 중에서




- 아직도 텅빈 교정에 비가 내립니다. 

 아이들 얼굴 한번 못보고 5월 스승의 날을 맞습니다.

늘 이 날은 마음이 힘든 날입니다.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생님이 되겠다고 새롭게 다짐하게 됩니다. 

앞으로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될까 모르지만 

그 날까지는.... 

햇병아리 시절 

그 뜨겁고 설레는 마음으로 한결같이 아이들과 동행할 수 있기를 바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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