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확률보다 힘겹게 살아남은 씨앗

평균 회귀의 법칙 - 마키아벨리의 운오기오(運五技五)

by 포레스트 하이

민들레는 번식력이 무척 강합니다. 류시화 시인의 『민들레를 사랑하는 법』을 읽어보면 뽑고 뽑아도 정원을 망치는 민들레와 결국 화해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봄에서 가을까지 한 번에 적게는 10여 개, 많게는 200여 개의 작은 씨앗을 바람에 날립니다. 인해전술과 대량 복제 전략이죠. 그런데 그 많은 민들레 씨앗은 모두 싹이 틀까요?


봄날 송홧가루도 귀찮지요? 소나무 수술 꽃가루가 암술을 찾아 수분에 성공하면 솔방울이 맺힙니다. 소나무 씨앗은 솔방울 사이에 숨어 있다가 바람을 타고 엄마 품을 떠납니다. 다행히 햇빛과 토양이 적합한 장소를 찾으면 싹을 틔우겠지요. 민들레와 소나무 씨앗이 모두 싹을 틔었다면 지금 지구는 민들레와 소나무로 뒤덮여 버렸을 겁니다.


신갈나무, 떡갈나무와 같은 참나무는 암수한그루 식물입니다. 4~5월에 원시 형태의 꽃을 피우는데 그 열매가 도토리지요. 건강한 참나무 한그루는 수천에서 수만 개의 도토리를 맺습니다. 그런데 도토리는 스스로 움직일 수 없으니, 다람쥐와 어치를 활용하여 수 킬로, 수십 킬로 멀리까지 번식 지역을 넓혀 나갑니다.


겨울을 대비하는 다람쥐는 땅속 여기저기 도토리를 보관하는데 그중 95%를 잊어버립니다. 반면 어치는 숨겨놓은 도토리 중 75% 정도를 찾아낼 수 있고요. 새들은 생각보다 머리가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어쨌든 다람쥐와 어치의 허술한 기억력이 참나무 번식의 공신입니다. 살아남은 도토리의 운이 좋다고 할 수밖에요.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풀 한 포기, 나무 한그루가 수만 개의 씨앗 중 로또에 당첨될 확률로 운 좋게 살아남았다고 상상하면 경이로울 뿐입니다.


어치 도토리.jpg 참나무 꽃(완쪽)과 도토리를 문 어치(오른쪽) / 위키백과


회사생활에서 운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요. 대다수가 다른 이들의 성공과 출세에는 노력과 역량보다 운과 편법이 작용했을 거라고 믿는다는 사실 놀랍지 않습니다. 여북하면 운칠기삼(運七技三), 나아가 운칠복삼(運七福三)이라는 말이 클리셰로 회자하고 있을까요? 전생에 나라를 구했다느니 하는 해학적 표현도 마찬가지입니다.


높은 자리는 가고 싶다고 오르고 싶다고 되는 것은 아니지요.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어 버린 경우가 의외로 적지 않습니다. 100m를 전력으로 달리다 80~90m 지점에서 주저앉는 사람 많이 봤지 않습니까? 동료가 사고를 치거나, 느닷없는 구설에 오르거나, 의지하던 상사가 바뀌거나, 갑자기 찍히는 순간. 뒤따라 오던 사람이 슬쩍 그 자리를 꿰찹니다.


인간사는 얼마나 많은 운에 지배되는가, 그리고 인간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군주론』 25장의 제목입니다. 마키아벨리는 행운이란 단어의 힘을 신봉했던 것 같습니다. 그는 군주의 조건으로 ‘포루투나(fortuna 행운)’‘비르투(virtu 덕, 역량)’를 들고 있습니다. 인간사의 반 이상을 운명의 여신이 지배하며, 인간의 역량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적다고 말합니다. 또 그는 일의 성사는 운이 50% 이상이지만, 나머지 50%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하지요. '운오기오(運五技五)'는 여기서 나온 것이지요. 최선을 다하고 하늘의 뜻을 명을 기다리라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과 정확히 일치하는 지점입니다. 동양이나 서양이나 진리에 이르는 결은 같은 모양입니다.

마키아벨리와 군주론 초판 / 위키백과


‘평균 회귀의 법칙’이 있습니다. 통계적으로 특별히 운이 좋거나 특별히 운이 나쁜 경우는 오래가지 않으며, 다음에는 반대의 결과가 나올 확률이 높다는 원리입니다. 성과가 나쁜 사람이 절치부심하여 다음엔 좋은 성과를 보이는 사례는 자주 보는 현상이지요. 제가 모셨던 CEO도 그랬습니다. 한번 실적이 좋지 않다고 내치지 말고 한두 번 더 기회를 주라고.


하지만 성공을 운에만 기댈 수는 없겠지요. 전략을 세우지만, 예측대로 움직일 확률이 얼마 되겠습니까? 전략이란 성공한 사람에게나 적용되는 행운과 같은 겁니다. 워런 버핏도 “1930년에 미국에서 남자로 태어난 사실 자체가 행운”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해진, 김택진, 김범수 회장의 성공도 인터넷의 시대를 처음 맞았던 행운을 잘 활용한 것이기도 하고요.


분명한 사실은 성공의 밑바탕에는 의심할 여지없이 축적된 실력이 깔려있습니다. 실력이 없다면 행운이 눈앞에서 어른거려도 기회인지도 모르며, 기회인 줄 알더라도 잡으려면 신기루와 같을 뿐입니다. 최초로 부모보다 가난한 세대일지도 모를 MZ 세대에게는 지금 태어난 사실이 불만입니다. 그래서 요행에 기대고 싶은 경향을 많이 보이지요. 기성세대의 성공도 운과 좋았던 시절에 태어난 덕분이라 여깁니다.


벼락 거지, 빚투, 영끌, 포모(fear of missing out) 증후군 등의 신조어들은 그런 배경에서 나왔을 겁니다. 색안경으로 투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들 나름의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알고 믿습니다. 500년 전 마키아벨리도 청년 세대의 힘을 믿으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고로 운명은 여신이고, 당신이 이를 지배하려면 힘에 호소해야 합니다. 이 여신은 일을 신중하게 처리해 나가는 사람보다 과감한 자에게 매력을 느낄 것입니다. 운명은 여성이기에 언제나 젊은이의 편에 끌립니다. 젊은이는 덜 신중하고 열렬하여 대담하게 그녀를 제어해 나가기 때문입니다.
Fortune is a woman, and if you want to keep her under it is necessary to beat her and force her down. It is clear that she more often allows herself to be won over by impetuous men than by those who proceed coldly. And so, like a woman, Fortune is always the friend of young men, for they are less cautious, more ferocious, and command her with more auda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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