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강
강 건너 불빛에 네가 마음 흔들리면
아직 강을 건너온 것이 아니다
노 저어온 악착같은 힘줄은 결의에 가득 차고
돌린 등, 숨을 참아 앞으로만 쏠려갔지만
어디 삶이란 게
발걸음으로만, 등으로만, 되는 것이던가
가슴의 숯불은 여전히 꺼지지 않아,
피어오른 연기에 시린 눈망울은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지난 자리를 맴도는데
그 흔적에서 열꽃은 몸을 숨겨 피어나는데
겨울은 갔는가 하면 또 와있고
바랄 수 없는 봄은 짧기만 하다
앞으로 나아간다는 건
얼마나 잦은 뒷걸음질 속에서
밤을 새워 찍어낸 옹이 자국인지,
잡아당기는 뒤를
달래며 나아가는 느린 보행인지,
강 건너 불빛에 마음이 흔들리면
아직 강을 건너온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