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감동 선물
주말 아침, 로운이가 안방 침대로 와 내 곁에 누웠다. 녀석이 다가온 것을 알아채지 못했었다. 말랑하고 보드라운 볼이 내 팔에 닿았을 때야 인기척을 느꼈다. 아마도 잠에서 깨자마자 천천히, 살금살금 걸어온 모양이었다. 나는 눈을 뜨지 않았지만, 녀석의 모습을 얼마든지 그려볼 수 있었다. 잠에서 덜 깬 비몽사몽 상태의 작은 천사의 모습을. 그 볼에 뽀뽀를 해주고 싶었지만 참았다. 내게 기댄 채 다시 꿈나라로 향하는 여섯 살을 위해 미동도 하지 않았다.
곧이어 라온이가 등장했다. 녀석은 자신의 도착을 분명하게 알렸다. 솜사탕처럼 달콤한 말투로 “엄마아아.”라고 하면서. 로운이가 여전히 내게 기댄 채 형의 말을 따라 했다. 너무나 나지막해서 얼핏 들으면 잠꼬대처럼 들릴 정도였다.
나는 여전히 눈을 감고 누운 채 둘에게 아침 인사를 건넸다. 조금 더 자고 싶었다. 매일 아침 아이의 등교, 유치원 등원을 챙기며 전쟁처럼 긴박한 시간을 견뎌냈던 내게 주말 아침의 여유는 놓치기 싫은 보상이었다. 아무런 부담 없이 온전히 내가 일어나고 싶은 시간에 일어나고,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고 하루를 시작하고 싶었다.
하지만 다시 잠들겠다는 욕심을 접었다. 곧 시작될 작은 전쟁에 대비해야 했다. 일명 ‘형제의 자리다툼’. 로운이가 누운 자리는 대게 라온이가 눕는 자리였다. 라온이가 동생에게 비키라고 하고, 로운이가 뭉그적거리면서 실랑이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았다.
제발 그 순간이 조금 늦게 와서 이 아침의 고요가 조금이라도 더 오래가길 바랐다. 그런데, 내가 바라던 바 이상의 상황이 펼쳐졌다. 라온이가 아무 말없이 그냥 동생 옆에 누웠다. 내 옆자리에 눕지 않으면 큰일 나는 것처럼 굴어왔던 녀석이 세상에서 가장 관대한 형이 되었다. 안방에 오자마자 나를 불렀던 목소리가 그리도 부드럽더니만…… 기분이 매우 좋은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꿈속의 요정과 아주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낸 것 같았다.
라온이가 꿀이 뚝뚝 떨어지는 말투로 앙증맞게 말했다.
“엄마 옆에 있으면 따뜻해. 엄마가 안 만져 줘도 엄마 느낌이 나.”
내 몸 속 모든 세포들이 사르르 녹는 것 같았다. 그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꿈결 속에 있는 기분이었다.
“우와! 라온아, 너무나 아름다운 말이다. 정말 감동받았어. 엄마는 너무너무 행복하다.”
누군가에게 있어 생각만해도 난로 같은 온기를 주는 사람이 된다는 건 영광이자 행복한 일이다. 라온이는 나를 그런 존재로 만들어주었다. 고맙고 또 고마웠다. 몸을 일으켜 세워 녀석의 이마에 뽀뽀를 해주었다. 이 아침에 받은 거대한 선물에 대한 아주 작은 보답이었다.
여덟 살 라온이의 꾸밈없는 귀엽고, 솔직한 말 덕분에 ‘엄마와 아이’에 대해 기가 막힌 통찰을 얻었다. 아이는 손을 잡고, 품에 안기는 것을 비롯하여 엄마와 함께 하는 모든 순간에서 따스함을 만끽해야 한다. 그 온기가 차곡차곡 쌓여 난로가 되기 때문이다. 훗날 아이가 홀로 가슴 시린 순간을 맞았을 때 그 난로가 타올라서 심장을 따스하게 감싸줄 것이다.
다행이었다. 라온이의 가슴 속 ‘엄마라는 난로’는 제대로 기능하는 것 같았다. 앞으로 그 성능을 높일 수 있도록 녀석을 더 많이 안아주고, 손을 잡고, 아끼고, 사랑을 표현해야겠노라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