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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신화 May 31. 2021

나는 세상에서 제일 멋진 사람이다


  커서 누구와 결혼할지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여덟 살 라온이가 먼저 한 친구의 이름을 말했다. 유치원에 다녔을 때 약속했기에 그 아이와 결혼해야 한다고 했다. 유치원 선생님에게 들었던 바로는 그 아이라 라온이에게 좋아하는 마음을 수시로 표현했고, 결혼은 자신과 해야 한다고 카리스마 넘치게 말했던 것이다. 라온이는 그 아이와의 약속을 소중히 여기고 지키려는 것이다. 유치원 졸업 후에 단 한번도 만난 적이 없고, 연락처도 모르면서 말이다. 

  라온이의 얘기가 끝나자 로운이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이다음에 크면 꼭 엄마랑 결혼할 거라고. 다섯 살 때부터 그 얘기를 하더니, 해가 바뀌어도 변함이 없었다. 얼마 전부터는 막 글자 쓰기를 배워 재미를 들렸는데, 삐뚤빼뚤한 글씨로 꾹꾹 눌러 쓴 사랑의 편지도 보내곤 했다.  


  “로운아, 엄마랑은 결혼할 수 없어. 엄마는 이미 아빠랑 결혼했잖아.”

  “싫어! 그래도 난 꼭 엄마랑 결혼할 거야.”
  “그래. 지금은 그런 마음이지만 이다음에 크면 생각이 바뀔 거야. 다른 사람이랑 결혼하고 싶을 거야.”
  “아니야. 난 꼭 엄마랑 결혼할 거야.”
  “그럼…… 엄마랑 비슷한 다른 사람이랑 결혼하면 되겠네. 아니다. 엄마보다 더 멋진 사람이랑 결혼하면 되겠네.”

  옆에서 듣고 있던 라온이가 끼어들었다. 
  “그럴 수는 없지!”

  녀석은 내가 도저히 말이 안 되는 얘기를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고 생각하는 눈치였다. 이어서 확신에 찬 말투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멋진 사람인데 어떻게 그래?”
  녀석이 나를 원래의 나보다 좋게 보는 건 익히 알고 있었는데, 이 정도까지일 줄이야! 그야말로 절대적이었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임에 분명했다. 두 천사로부터 절대적인 사랑과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엄마를 향한 녀석들의 마음이 언제까지나 지금 같지는 않을 것을 잘 알고 있다. 크기도 온도도 서서히 줄어갈 게 뻔하다. 나는 서운해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 이미 충분히 넘치는 사랑을 받고 있음을 감사히 여길 것이다. 
   그런데, 맑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두 아이를 보며 한가지 욕심이 생겼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서로의 긍정적인 면을 더 크게 보기를. 그 덕분에 언제까지나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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