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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남수 Jan 21. 2021

체한 정도로도 이런데

명치끝이 아픈 증세로 사흘을 고생 중이다.

화요일 아침, 새끼손가락만 한 인디언감자 다섯 개, 야채 한 줌에 하루견과를 섞은 샐러드와 요구르트 한 개를 먹었다. 그중 뭐가 걸린 걸까, 명치끝이 좀 답답했다. 좀 걸으면 괜찮아지리라 생각했다. 위장기능이 약해 잘 체하는 편이라 가끔 그럴 때면  좀 걷다 보면 소화가 되곤 했으니까.


그런데 이번은 좀 심상치 않았다. 입맛이 사라져 점심시간이 지나도 식욕이 없고 따뜻한 물, 매실차 마시며 견뎌보았지만 사르르 한번씩 속을 훑는 정도가 심해졌다. 혹 밤에 심해질까 걱정되어 저녁 무렵 병원을 찾았고 약 처방을 받아왔다. 오는 길에 죽 한 그릇도 사 왔다. 아침 이후 아무것도 먹지 않았지만 여전히 입맛은 없어서 죽은 겨우 한 종지 정도 먹었다.


그런데 약을 먹고 이틀이 가고 사흘이 와도 낫지 않았다. 간밤엔 거의 잠도 이루지 못했다. 하필 식구들이 집에 없는 때라 손끝을 좀 따 줄 사람도 없었다. 한밤중에 무를 갈아 즙을 짜 마시기도 하고 엄지와 검지 사이를 아프게 누르기도 했지만 도무지 내려가지 않는 체증.     


 오늘은 한의원을 찾았다. 사람이 요만한 아픔에도 양방 한방 들락거리니 올해 그 많은 코로나환자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속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아마 한의원을 먼저 갔더라면 오늘쯤 왜 이리 안 낫지 하며 또 양방병원을 갔을 것이다.


 한의원에서 침을 맞고 부항을 하고 손끝을 따는 동안 죽어라 울어대는 아기 환자를 달래는 소리, 할머니 환자와 간호사의 두런거림, 남자 어른의 기침소리 같은 것이 계속 들렸다. 그런 소리들이 사람 사는 훈기로 느껴졌다. 동네의 오래된 작은 한의원에 가면 이렇게 고향 사랑방 같은 느낌이 든다. 침을 꽂고 배에 찜질패드를 올리고도 느긋해지는 소리다. 속도 한결 편해졌다.     


 마침 제주도에서 해마다 열리는 문화행사 탐라국 입춘굿이 올해는 비대면 온라인으로 진행된다며 소원지 쓰기 등등 이벤트가 있다는 문자를 받고 소원을 올렸다.  

   

하늘 아래 땅 위에 있는 인간이나 동물이나 두루 다 높고 낮음 없이 평화롭기를,

질병이 물러가고 사람도 지구도 두루 건강하게 회복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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