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임산부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두 번째

잘 살고 있다

by 미아취향



백영미님 만삭 1077.JPG 우리의 만삭사진


출산 예정일에 가까운 만삭 임산부의 이야기.

첫 번째의 이야기에 이어 두 번째 이야기, 이어서 시작합니다.

무엇을 해야 한다, 어떤 것을 하면 좋다 는 그런 전문적인 방법을 제시 않습니다.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잃지 않았으면 하는 것' 위주로 썼습니다.




4. 진정한 태교는 나를 잃지 않기 위한 노력이다

아기를 가졌다고 하면 주변에서 보통 하는 말은 ‘태교 잘 해야 한다’ 고 한다. 대체 이 태교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책을 찾아보고 검색을 해 보니 아기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며 말을 많이 걸으라고 한다. 또 태교에 좋은 클래식 음악을 들으라고 한다. 이것 말고도 손 바느질이나 뜨개질이 두뇌 발달에 좋다고 한다. 모두들 이런걸 다 하고 있는 걸까?


일단 태담을 하거나 동화책을 읽어 주는 건 왠지 부끄럽고 손, 발가락이 오그라들어 쉽지 않았다. ‘뚜이야~’(우리아기태명입니다) 라고 부르며 책을 읽는 게 뭐가 그리 어렵다고. 남편이나 나나 자주 하지 못했다. 또 손바느질이나 뜨개질은 오래 전부터 담 쌓고 살아왔었다. 손에 바늘을 쥐고 무언가를 한다는 게 나에겐 힘든 일이었다. 누군가가 대신 해 주길 바라는 게 바느질이었다. 뜨개질도 마찬가지다. 이걸 하면 스트레스 받을 게 분명했다.


그냥 좋아하는 걸 하자. 내가 기분 좋아야 아기도 행복하지.


평소에 가요를 잘 듣진 않는 터라, 신곡 검색하는 일도 잘 없었다. (물론 힙합을 많이 듣긴 했었지만, 과격한 비트의 힙합은 조금 자제하기로 했다) 평소처럼 잔잔한 재즈 클래식을 틀어 놓고 흥얼거렸다. 좋아하는 가수, 마이클 잭슨이나 휘트니 휴스턴 노랠 듣고 따라 부르기도 했다. 클래식 피아노나 첼로 연주곡도 좋아하기에 자주 들었다.


읽고 싶은 책을 읽었다. 아기가 나오면 책을 손에 드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아, 읽고 싶은 책은 모조리 다 읽기로 마음 먹었다. 예전엔 다양한 종류의 책을 읽어보자는 마음에 쉽사리 읽히지 않는 책도 사서 어렵게 읽어내곤 했다. 하지만 임신을 하고 난 후에 바뀌었다. 말 그대로 ‘쾌락 독서’를 했다. 좋아하는 분야의 책을 마구 읽었다. 그리고 기록하고 싶은 대로 쓰고, 블로그에도 올렸다. 즐겁게 책을 읽어서일까, 읽는 속도가 빨라지고 리뷰도 계속 지속적으로 올리게 되었다. 책 읽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러다 발견 한 건 ‘함께 쓰기’였다. 글쓰기 동지들과 글을 쓰고 나누고 교류하면서 소용돌이 치던 마음이 차분해졌다. 그리고 글 쓰는 재미를 발견하고 짧은 투덜이 글부터 길게 토로하는 글까지. 계속 썼다. 처음에 내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서 썼던 글이었는데, 쓰면 쓸수록 나도 몰랐던 나를 알게 되었다. ‘나’라는 사람이 어떤지, 어떤 색깔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상태에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게 해 주었다. 글쓰기 동지들의 따뜻한 칭찬과 코치의 첨언까지, 매일 감동 받았다. 이것만큼 값진 시간이 어디 또 있으랴.


아기를 뱃속에 품고 있는 동안 스스로를 돌보고 마음 속 깊은 생각까지 알 수 있었다. ‘나’를 잃지 않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을 나도 모르게 하고 있었다. 매일이 즐겁고도 행복한 순간의 반복이었다. 우리 아기도 나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꼈겠지?





여기까지 예비 임산부 또는 초기 임산부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쭉 썼다.

어떤 아이템을 준비 해야 하고, 어떤 영양제를 먹어야 하며, 어떻게 해야 몸에 좋은지 아이에게 좋은지는 육아서를 보면 다 나와있다. 병원에 가면 알려주고, 인터넷에 검색하면 친절하게 설명 되어 있다.

물론 중요한 정보지만 이 시기를 지나고 산통을 기다리고 있는 난, 그런 정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면

‘나를 잃지 않으려는 노력’ 이라고 말하고 싶다.


주변에서 많이들 하는 ‘스트레스 안 받고 좋은 생각만 해야 한다’고 하는 말, 흔하지만 쉽지 않다. 어떻게 여러 사람들과 함께 살면서 스트레스를 안 받을 수 있으며, TV를 보면서 뉴스를 보면서 분개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렇게 무섭고도 환경 오염 문제가 심각한 곳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또 인터넷에 육아 관련 정보를 검색하면 수없이 많은 정보와 아이템들이 쏟아져 나온다. 소위 말하는 ‘국민템’이란 단어가 붙기 시작하면 꼭 그 물건을 사서 써야만, 육아가 쉬울 것만 같다. 그렇게 우린 여러 상황과 정보들 속에 쌓여 살고 있다. 고민과 걱정이 쌓이면서 휘둘리기 시작한다.


어디 그뿐인가. 기존에 내가 하던 생활과 거리가 멀어지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점점 ‘나’라는 사람의 감정보다는 아기의 건강과 존재에 대해 더 깊이 신경 쓰게 된다. 당연한 변화지만 사회에서 인정받고 성취감을 얻었던 나는 온데간데 없다. 아마도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아이에 더 치우쳐 생각하는 게 더 강해지지 않을까.


내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아이를 키우는 우리의 생각 뿌리가 가장 먼저 튼튼해야 할 것이다. 나의 뿌리가 단단하면 생각의 줄기도 강해질 것이다. 그래야 그 많은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나로서 살면서, ‘즐겁게 산다’는 게 가능하다.


가만히 있으면 즐거움이 저절로 찾아오는 게 아니다. 행복은 언제나 우리에게 가까이 있다고 하지만, 그 행복은 눈에 띄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의 행복을 발견하는 ‘우리’가 되길 바라며, 아기 손님을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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