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동안 가장 잘한 일

by 미아취향

1년 넘게 쓰고 있는 감사일기. 정확하게는 1년하고도 7일동안 썼다.


달군 냄비처럼 매일을 일희일비 하며 뜨겁게 살고 있던 나. 퇴근하고 집에 오면 많은 양의 일 때문에 지치기도 했지만 사람들과의 감정소비에 피곤하게 산다는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별 거 아닌 일이라 해도 신경 쓰이는 작은 일들이 모여 나를 누르는 감정은 실로 컸다. 어떻게 하면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평온하게 살 수 있을까, 많은 고민 끝에 ‘감사일기’를 쓰게 되었다. 이 감사일기를 계속 쓰면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작은 즐거움을 하나씩 잡아 내어 즐거움을 풍요롭게 누릴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현재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으로 썼는데 점점 욕심이 생기고 있다.





감사일기는 두 가지 버전으로 쓰고 있다.

첫 번째는 현재버전. 지금 내가 이룬 것, 나의 하루 중에 일어나고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쓰고 있다.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과 행복을 간단하게 기록한다.

‘친구들과 함께 즐겁게 식사를 하며 웃으며 하루를 마무리 함에 감사합니다’

‘오늘도 이렇게 좋은 책을 읽을 수 있는 여유가 있어 감사합니다’

크게 좋고도 기뻐할 일이 아닐 수 도 있는 소소한 일상이지만, 이런 일상 자체를 그리워하고 원했던 과거의 내 모습이 떠오르기도 하기에 현재가 감사하다는 것을 몸소 느낀다. 확실히 현재 버전의 감사일기는 지금을 만족하게 하고 불만과 불평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두 번째는 미래버전. 이 미래버전이 중요하다. 나에게 일어날 일, 목표한 것, 이루고 싶은 꿈에 대해서 쓰고 있는데 그 꿈이 이루어졌다고 상상하며 감사하는 마음을 담은 일기다. 꿈을 매일 글로 기록하며 되새김한다. 이루고 싶은 것을 이루었을 때 어떤 기분인지 떠올리다 보면 꿈이 내 앞에 있는 듯한 생생한 느낌이다. 그 꿈에 다다르고 있다는 느낌 하나만으로도 이뤄가는 길이 어렵고 힘들지는 않게, 날 든든하게 만들어 준다. 이건 확실히 꿈을 앞당겨주는 효과가 있다.


작년에 적었던 미래버전의 감사일기를 다시 읽어보면 제대로 와 닿는다. 1년 전에 아기를 가졌었고 착상이 제대로 되지 않아 자연유산 하게 되었다. 생리가 늦어져서 임신 테스트를 해 보니 두 줄이 떴다. 크리스마스 날에 엄청난 선물을 받았다는 기쁨이 온 몸을 휘 감았다. 다음 날에 병원 가서 검사를 해 보니 임신은 맞지만 몇 일 지켜봐야 한다는 의사 소견이 남았다. 그리고 이틀 뒤에 생명체가 몸 안에 있다는 것도 제대로 느끼기도 전에 이 아기는 없어졌다. 그 당시에 매일 야근을 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며 몸 상태도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이 모든 게 나 때문인 것 같아서 더욱 속상하고 힘들었다. 그때부터 미래버전 감사일기에 적었다.

‘튼튼하고 건강한 아이가 우리에게 와 줘서 감사합니다.’

‘아기와 함께 살 조금 더 넓은 집을 가질 수 있어 감사합니다.’

‘우리의 든든한 발이 되어 줄 차가 생겨 감사합니다’

매일매일 적었었다. 지금은 어떤가? 뱃속에서 8개월 된 아기 뚜이는 무럭무럭 건강하게 잘 크고 있고, 9월부터 집과 차가 생겼다. 물론 완벽하게 우리 돈으로 해결한 건 아니지만, 원했던 목표에 한 걸음 한 걸음 가까이 가고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앞으로 나와 우리에게 벌어질 멋진 일을 떠올리며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쓰고 있다. 상상만 해도 행복하지만 바인더에 감사일기로 쓰고 나니 왠지 벌써 이뤄진 것 같고 꿈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는 것만 같다. 세상에 일어나는 일 중에 원하는 것을 모아 나에게 끌어들이고 있다. 아마도 올해 한 일 중에 가장 잘 한 일이 뭐라고 물으면 ‘감사일기 쓰기’라고 자신 있게 말 할 것이다. 지금 내가 바라는 것, 미래에 이루어졌음 하는 꿈을 이뤄주는 첫 번째 관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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